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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프 Feb 22. 2022

카카오T, '퀵' 접지 않았습니다!

만만치 않은 퀵 시장, 더 만만치 않은 카카오

“라스트마일 잡아라” 카카오모빌리티, 물류 스타트업 잇단 인수·투자_조선비즈


카카오모빌리티가 또 한 번 라스트마일 기업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바로 도보 배송 '엠지플레잉'과  당일배송 플랫폼 '오늘의픽업' 이다. 두 서비스는 각각 19년도, 20년도에 론칭하여 비교적 최근에 시작한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으로 시장의 니치마켓을 공략함으로써 단기간에 '엑싯(Exit)'까지 성공하게 되었다.


이 기사를 다른 팀 동료들에게도 공유해줬는데, 전혀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근데 카카오가 아직 퀵서비스를 하나?"


기사를 본 내 동료는 초기 스타트업의 엑싯 보다, 카카오가 아직 퀵을 하고 있는지가 더 궁금하다는 눈치였다.

생각해보니 나도 아직 카카오T에서 퀵을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작년 여름 대대적인 광고와 더불어 기존 퀵 시장 배송 기사들도 대거 카카오로 흡수되고 있다는 '풍문'을 떠올려 보면 사뭇 대조적이다.


카카오T의 퀵서비스는 왜 아직까지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1. B2B : "똑똑하지만 둔감한 소비자"

카카오를 비롯한 대형 플랫폼은 하루에도 하루에도 수백, 수천만 명이 접속을 한다. 이 많은 양의 유저를 소화해내기 까지 얼마큼의 고객 분석이 있었을지, 그리고 현재 그 고객들의 데이터는 얼마나 쌓였을지 가늠조차 할 수가 없다. 그만큼 플랫폼은 유저가 어떤 지점에서 본인들의 서비스를 이용할지 잘 알고 있다.


B2C, C2C 시장에서 고객은 본인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선택지를 빠르게 취사선택할 수 있는, 그리고 더 좋은 대안이 나온다면 언제든지 선택지를 바꿀 수 있는 "똑똑하고 예민한 소비자" 이다. 그럼 B2B에서의 고객 유형은 어떨까. 내 생각엔 "똑똑하지만 둔감한 소비자" 이다. 그리고 이 둔감한 B2B 고객들은 퀵서비스 시장의 6~70%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둔감할 수밖에 이유는 크게 보아 "내 돈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내 돈이 아니라" 함은

 1. 단어 그대로 "내 돈"이 나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비스 비용에 둔감할 수 있고,

 2. "내 돈" 이 아니므로 절차와 제약에 맞춰 사용해야 하며, 이에 따른 관성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둔감함은 여태껏 대형 플랫폼들이 가장 잘했고 자신 있었던 '디테일' 이라는 무기를 상쇄시켜버렸다. 

출처 : 2021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

위 차트는 기업들의 지원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퀵 이용간 불편사항에 대한 카카오 모빌리티의 리서치이다. 사실 내용만 보면 기업 고객뿐 아니라 일반 고객도 모두 공감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카카오T는 리서치를 통해 위와 같은 문제점을 도출하고, 그에 따른 해결 방안으로 실시간ETA(배송예상시간 확인), 배송 알림톡, 확정 요금제 등을 내놓았다. 만약 퀵서비스가 C2C 시장이었다면, 답안지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의사결정권자가 많은 기업에선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위 내용에서 지원'담당자' 라 함은 실무진을 얘기하는 것인데, 실무진의 불편함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 실무단의 불편사항을 일일이 체크할 수도 없을뿐더러, 개선 필요 사항을 보고하더라도 수많은 의사결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둔감한" 소비자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기존의 관성을 따라가게 된다.(사실 퀵을 이용하는 중에 나오는 불편함이라고 해봐야 전체 업무 비중으로 따지면 5%도 안 되는 곳들이 많을 테니..)


이 관성을 뛰어넘기 위해서 카카오 T 퀵서비스는, 이제 예민한 고객들을 만족시킬 똑똑한 서비스를 내놓는 것만을 넘어서, 무던한 소비자들까지 감동시킬 수 있는 설득력과 영업력 또한 갖추어야 할 것이다.


2. 클라우드 모델의 한계


퀵서비스 기사들은 대부분 개인사업자 및 특수고용 노동자 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제1원칙은 "돈"이 나오는 곳을 따라가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카카오T 퀵서비스 역시 단순히 큰 퀵 사무실 정도일 뿐,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다.


퀵서비스는 전체 콜의 70% 이상이 "인성" 이라는 콜 공유 프로그램을 이용해 수행되고 있다. "콜 수 = 돈" 이기 때문에 기사들은 한 건이라도 콜 수가 많은 곳에서 운행하려 한다. 작년 카카오T의 "배송기사 10만 명 돌파" 라는 기사 제목이 무색해진 이유다. 배송기사는 어디에도 있을 수 있고, 어디에도 없을 수 있다.


서비스 초기 배송 기사들은 '카카오라는 기대감에 등록했지만, 생각보다 콜 수도 저조하고 콜 망 공유도 안되니 불편하다.' 라는 인터뷰가 많았다. 이 분들은 지금 어디에서 콜을 수행하고 있을까? 아마 내 추측으로는 기존의 "인성데이타" 이지 않을까 한다.


경험의 기억은 꽤 강력해서, 한번 안 좋은 경험을 했던 상품이나 서비스를 다시 구매하는 데까지는 곱절의 노력이 필요하다. 카카오T 퀵서비스의 저조한 콜과 불편한 서비스를 겪었던 기사님들이 다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 생각되는 이유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향후 기대)


작년 연말 카카오T 퀵서비스에 "퀵 이코노미" 라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간단하게 반나절 "당일배송" 모델인데, 이 서비스는  "둔감한" 소비자 조차도 반응할 수준의 단가 차이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카카오 퀵의 전략이 매우 영리했다고 판단하는데, 카카오 퀵은 기존의 유저 친화적인 전략이 미진하다고 판단되자 미진한 전략에 리소스를 더욱 투입하기보다는 유저의 역할을 더욱 넓히는 새로운 전략을 들고 왔다.


역삼역-강서구청 까지 서비스별 요금 테이블 (출처: 카카오T 퀵서비스)


실제로 당일배송 모델에서 개인 소비자는 대부분 상품을 당일에 "받아보는" 역할을 했을 뿐, "보내보는" 경험을 하긴 힘들었다. 이는 당일배송 서비스가 대부분 B2B 또는 B2C 물량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새로운 전략은 이번에 인수한 '오늘의픽업' 의 지역 MFC 통해 진행하려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그렇게 되면 오늘의픽업은 기존 B2B,B2C 물량에 더불어 C2C 물량까지 확보를 할 수 있고, 게다가 기존 배송 프로세스와 타임라인은 건드리지 않아도 되니, 추가 리소스에 대한 부담도 최소화 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물량 대비 배송기사 수가 가장 키 포인트가 될 것인데, 이 부분도 이미 "10만 명" 이상의 배송기사를 확보한 카카오T가 있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카카오T 퀵서비스가 새롭게 준비한 전략이 과연 지난 1년간의 동면을 깨워줄 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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