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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Feb 06. 2019

좋은 기획을 위한 지적자본

우리 모두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

하나의 상품에 보다 좋은 디자인을 추구할 때, 우리는 보통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떠한 상품의 디자인을 '부가'가치라고 인식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선입관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현실에서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부가가치란 간단히 말하면 '덤'이다. 상품의 본질적 가치가 아니라 그에 첨가된 가치라는 뉘앙스가 내포돼있다. 하지만 상품의 디자인은 결코 덤에 비유할 수 없는 요소로서 상품의 본질적 가치이다.


상품은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기능, 또 다른 하나는 디자인이다. 어떠한 상품이든 이러한 원리가 적용된다. 유리잔을 예로 들어보자. 액체를 담는 것이 기능이고, 손잡이가 없는 유리 제품이라는 것이 디자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사실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했다.


어떤 물건에 성질을 부여하는 것이 '형상'이고
그 물건의 소재는 '질료'인데 이 둘은 분리될 수 없다.


이제는 스스로 디자이너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니 디자인은 전문 디자이너에게 맡기면 된다는 식의 태도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디자인이 상품의 본질인 이상, 거기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으려는 것은 잘못된 태도이다.

DAIKANYAMA TSUTAYA

그렇다면 좋은 기획자, 즉 좋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어떠한 능력을 갖춰야 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기획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TSUTAYA 매장을 운영하는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 주식회사(이하 CCC)의 사장 겸 최고경영자이자 <지적자본론>의 저자인 마스다가 말하는 기획의 가치란 '그 기획이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수많은 제품 속에서 단순히 제품만을 제공하는 것으로는 고객의 가치를 높일 수 없다. 고객의 가치를 높인다는 것은, '제안 능력'을 통해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머릿속에 존재하는 이념이나 생각에 형태를 부여하여 고객 앞에 제안하는 작업이 디자인이다. 결국 '디자인'과 '제안'은 같은 말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좋은 디자이너, 좋은 기획자가 되기 위해 좋은 제안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TSUTAYA를 예로 들면, 마스다는 지난 30년 동안 TSUTAYA의 상품이 DVD나 CD, 또는 책이나 잡지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그런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각 상품의 내면에 표현되어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상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BEGINNING OF TSUTAYA

마스다가 츠타야 서점을 처음 창업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대부분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 시선의 저변에는 '서점'에 대한 회의가 짙게 깔려 있었는데, 마스다가 츠타야 서점을 창업하려던 2011년은 '출판 불황'이나 '활자 이탈'이란 말이 나돌고 있는 상황에서 4000평에 이르는 거대한 서점이 성공을 거둘 리 없다는 의심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당시 마스다는 '책은 그 한 권 한 권이 제안 덩어리인데, 그것을 팔 수 없는 것은 판매하는 쪽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러한 생각은 '서점은 서점을 판매하기 때문에 안된다.'라는 기적의 논리(?)로 발전하게 되었고, 그는 제안 내용에 따른 분류로 서점 공간을 재구축했다.


이곳에 방문한 고객은 "유럽을 여행한다면 이런 문화를 접해 보는 것은 어떻게습니까?"라거나 "건강을 생각한다면 매일의 식사를 이런 식으로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는 제안을 받게 되는데, 마스다는 기존의 서적을 판매하는 플랫폼이었던 서점을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장소로 디자인한 것이다.

TAKEO CITY LIBRARY

이렇게 서적 자체가 아니라 서적 안에 표현되어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하는 서점을 만드는 과정에는 서점의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수준의 지적자본이 필요하다. 쉽게 말해 제안 능력이 축적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척도가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을 성립시키는 기반은 재무 자본이었다. 그동안의 사회에서는 '자본'이 당연히 중요했다. 그런데 소비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이제는 지적자본이 얼마나 축적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그 회사의 사활을 결정한다.

T CARD & POINT

마스다는 이러한 지적자본의 축적을 위해 데이터를 적극 활용한다. 마스다가 사장으로 재임 중인 CCC에서는 T포인트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약 7000만 명이 사용하는 이 서비스는 CCC가 제시하는 거의 모든 기획을 배후에서 지원한다.


즉, 더 나은 제안을 위해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매자의 모습을 추론해나가는 것이다. T포인트는 업종을 횡단하기 때문에 '이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런 장소에서 식사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라는 등의 경향을 '포인트 분석'을 통해 이끌어 낼 수 있다. 즉 고객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나갈 수 있는 것이다.


CCC가 이렇게 고객을 추론하는 이유는 당연 제안을 위해서인데, 고객에게 얼마나 정확한 제안을 할 수 있는가를 중시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사업자와 고객 사이의 1대 N의 관계였기 때문에 하나의 해법으로 다수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제안 단계에 이르면 그런 방식으로는 고객의 요구에 대응할 수 없다. 제안은 기본적으로 1대 1의 관계 안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안은, 상대방이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한 이후에 실행에 옮겨야 비로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제안을 하려면 상대를 알아야 하는데, 이때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추론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훌륭한 추론은 수없이 많은 데이터로부터 나온다.

CCC OFFICE

마스다는 좋은 제안 능력을 위해 자유로운 문화를 강조한다. 그는 조직은 직렬형 조직이 아니라,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이 병렬로 연결되어 각각의 힘을 모아 기능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기획을 세우려면 자유로워져야 하며, 관리받는 편안함에 젖어 있어서는 안 된다.


조직이 병렬 관계에 놓이게 되면 모든 조직원은 '상사-부하' 관계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동료'다. 동료이기 때문에 동일한 위치에서 같은 방향으로 바라본다. 그들이 바라보는 방향은 당연 고객이다. 그들 눈앞에는 항상 고객이 존재하는 것이다.


직렬형 관계 속에서는 '마주 보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부하 직원은 상사를 보고, 상사는 부하 직원을 본다. 그것에 만족하면, 진정한 신뢰나 공감은 탄생하지 않는다.


"사랑이란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라고 생 택쥐페리는 <어린 왕자>에서 말했다.


자유로운 문화에 기반을 둔 조직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훌륭한 제안이 나오는 이유는 지시를 내리는 상사가 아니라, 고객을 바라봐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한다는 자유를 실현하려면 우선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자문해보고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이때 고객이 아닌 다른 곳에서 가져온 해답은 결국 독선적인 의견일 뿐이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다. 해답은 항상 고객에게 있다.

HAKODATE TSUTAYA

창의성을 요하는 다수의 IT기업이 이런 병렬형 관계를 도입하고, 자유로운 사내 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자유론>에서 저자 존 스튜어트 밀은 '생각의 자유'와 '개별성'이 보장될 때 비로소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가 보장될 때 비로소 다양성이 발현되고, 다양성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잉태할 수가 있는 것이다.


자유가 없을 때 사람들은 다수의 구호를 쫒아간다. 개성은 사라지고 관습과 전통 아래에서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마스다가 말하는 기획의 본질, 디자인의 본질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Muneaki Masuda
당신이 누구든, 어디에 있든,
어떠한 일을 하든, 기획자가 되어라.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자유롭게 살아갈 각오를 하라.
- Muneaki Masuda -


좋은 기획자가 되기 위한 지적자본, 즉 제안하는 능력은 자유로운 환경과 고객중심적 사고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참고서적

<지적자본론>, 마스다 무네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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