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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rsona Nov 10. 2022

개인사(個人事)로 불참(不參)함

- 미안한 마음뿐!

 몇 개월 전 <수필과비평>에 ‘만남이 그리워’란 글을 올리고 난 뒤 잠시 코로나 19 유행이 머뭇거릴 때 몇 번 지인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운 사람과의 만남은 삶의 활력소이자, 살아감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비타민이어서 되도록 약속된 모임엔 빠지지 않았다. 요즈음 다시 코로나 19가 변이로 나타나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한 달이나 석 달에 한 번 가졌던 즐거움과 기쁨을 만끽한 정기모임조차도 참석 여부에 많은 고민을 갖게 한다.

 코로나 19 변이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는 아직도 나에게는 불안한 장소다. 나이 들면서 가까이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하나 둘 하늘나라로 떠난다. 슬프고 안타깝다. 이제 마스크를 벗고 거리를 걷는 자유는 누리지만 실내에서는 아직도 착용해야만 한다.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정책변화도 있지만 PCR(유전자증폭) 검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결혼해서 호주에 정착하며 딸 아들 낳고 행복하게 사는 딸내미 가족을 만나러 해마다 겨울이면 찾았던 브리즈번. 공기 좋고 하늘 맑고 지내기 편했던 그곳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히고 마음도 막힌 지가 거의 3년 되어 가고 있다. 점진적으로 여행 활성화 정책이 발표되어 올해 겨울에 브리즈번을 가려고 미리 티켓도 예매해 두었다. 대한항공 직항 노선 개방이 아직 되지 않아 경유 노선밖에 없단다. 즐거운 마음으로 이륙의 꿈을 그린다.

 딸내미가 ‘대상포진후 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으로 아픔의 고통이 심해서 참지 못할 지경에 이르러 2018년 8월에 홀로 한국으로 날아와 치료하고 집에서 요양하다 한 달 만에 호주로 날아간 적이 있었다. 그때 아내가 딸내미에게 정성을 다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후로 아내와 내가 해마다 호주 갔을 때 건강하고 기뻐하는 모습으로 맞이해 우리도 행복과 즐거움을 누리다 귀국하곤 했다.

 호주에 가기만 하면 딸내미는 수영장 딸린 헬스장으로 나를 이끌었다. 하루하루 운동하는 즐거움이 나를 건강하고 평안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딸내미는 내 건강을 염려했다. 약간의 질병이 있는 나였기에. 올해 6월 초부터 일어나자마자 트레드밀(treadmill)에 올라 걷기를 시작한다. 하루 7~8천 걷기가 건강에 좋다기에. 가끔 오후엔 집 주위에 있는 무궁화 공원을 걷는다. 5~6천 걷기는 덤으로 한다. 운동하는 것을 좋아는 했지만 습관적이지는 못했다.

 몇 달 전부터 아내의 낯빛이 어두워 보였다. 매일 얼굴이 부어 있고 피곤해 보였다. 새벽기도회와 주어진 직분과 사명을 다함에 몸이 힘들었던 모습으로 생각했다. 어느 날 저녁 약속을 끝내고 늦게 귀가하면서 미안한 마음에 아내에게 전화하는데 눈물 섞인 목소리로 상심한 마음을 나타냈다. “리영이가 아파 힘들어하고 있는데…” ‘아이쿠! 이게 왠 날벼락 같은 소리!’ 난 내색치 않으며 잠자코 “지금 버스 탔어….”

 사연은 이랬다. 딸내미가 지난번 귀국해서 치료받고 나아졌다는 ‘대상포진후 신경통’이 재발이 되어 몇 달 전부터 도저히 아파 참지 못하겠고 힘들다는 것이다. 눈물로 통화하며 호소하는 딸내미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눈물을 흘렸다. 호주의 의료 사정은 한국보다 늦다. 아내는 아프고 고통스러우면 한국에 와서 치료하자고 이야기한 것이다. 브리즈번에서 싱가포르를 경유해서 한국으로 귀국한 날이 추석 다음 날이다. 딸내미와 한국에서 함께 하는 올해 추석 명절이다. 기쁘고 즐거웠다. 늘 아내와 함께 지내니 외롭고 한가했기에….

 추석 명절 연휴가 끝나고 계절이 좋다 보니 여기저기 함께 시간 나누자는 모임 연락이 ‘카톡’도 ‘메시지’도 온다. 친구, 동문, 동료들이 보고 싶고 만나고 싶어도 외출하지 않으려 다짐한다. 멀리서 질병 치료 차 날아온 딸내미와 늘 나의 건강을 염려하는 아내의 영육 간의 심려를 피곤치 않게 하기 위해서다. 특별히 아내가 부탁한 말이 나를 결심케 했다. “여보, 리영이, 치료하고 평안해져서 호주 갈 때까지만이라도 모임 참석을 자제해 주면 고맙겠어요.”

 가족이 매사에 하나가 되고 기쁨과 아픔을 함께 하는 것이 정말 이 세상에서의 유일한 행복임을 잘 아는 나이다. 모임이 있는 날 저녁에는 늦은 시간까지 늘 불콰한 모습으로 귀가하는 나이다. ‘가화만사성’을 위해서라도 아내의 말을 존중해서 카톡이나 메시지 답글에 ‘個人事로 不參으로 하려 한다. ‘미안한 마음뿐!’과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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