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구글 certificate level 1 시험을 쳤다. 시험 안내 메일을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메일함 어느 구석에 있었는데 내가 발견을 못하고 있었던 거였다. 그것도 모르고 용감하게 아는 사람도 하나도 없는 GEG 단체 채팅방에 구구절절 안내 메일이 안 온다 어떻게 해야 되냐 물어봤다. 몇몇 사람이 친절히 대답해 줬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메일을 못 찾았던 거였다니 좀 민망했다. 여하튼 한 50분에 걸쳐 시험을 쳤다. 내용도 어렵지 않고 좀 헷갈리는 거는 검색을 하면서 풀었다. 실제로 구글 닥스, 슬라이드, 폼즈, 사이트 이것저것 많이 사용하고 있어서 생소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시험을 마치자마자 화면에 탈락이라고 쓰여있었다. 80점 커트라인에 78점. 아마 탈락자 중에 내가 최고점수 일 것 같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지만 실패는 언제나 쓰다.
갑자기 확 기운이 다운되면서 지난날의 나의 시험 실패들이 주마들처럼 지나갔다. 대학 입학 실패, 운전면허 탈락(셀 수 없이 떨어졌다), 대학원 중도포기, 교원 임용 고시 불합격, 대학 시절에 지원했던 모니터요원 탈락, 기간제 교사 및 시간강사 탈락 (셀 수 없음) 뭐 많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 봤다. 나에겐 언제나 정확히 목표를 향한 전략이 부족했다. 두리뭉실하게 그쪽 방향으로 설렁설렁 오래 성실히 했을 뿐이다. 정확하고 효율적이고 똑똑한 방법에 대해서는 늘 등한시했다. 그런 나의 성향에 대해서 나는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이제 나에게 필요한 것은 성실함에 더해서 전략에 대해 고민할 때이다.라고 스물여섯 살의 나는 에세이에 적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런데 20년이 지나도록 큰 변화가 없다니. 구글 인증에 가장 낮은 단계도 떨어지는 순간 나의 문제점이 다시 도드라지는 듯했다.
그러면서 탁월함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무언가를 대단히 잘하는 경지에 이르는 것에 대해. 나처럼 해서는 무슨 분야이든 20년 30년 해도 의도하지 않게 탁월해질 수는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반면 남편은 언제나 효율을 중시하고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하는 타입이다. 마라톤을 하면 어떤 자세로 어떤 훈련법으로 해야 하는지 많이 찾아보고 그것을 직접 적용한다. 그래서 달리기에 관심을 먼저 갖기 시작한 거 나이지만 지금은 남편이 훨씬 더 잘 달린다. 그래서 탁월함으로 가기 위해서는 전략과 방법, 그리고 집중적으로 쏟아붓는 노력, 치밀함이 절대적이구나를 생각하게 됐다. 가끔 남편이 ‘이런 식으로 이렇게 해야지’ 하면서 나에게 좀 더 강도 높은 방법을 제시하기도 하는데 나는 “그렇게 부담스러우면 오래 못해 난 즐기면서 대충 할래”하면서 귀 기울이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내가 오래 하는 비결이기도 하지만 또 탁월하지 못한 걸림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나의 약점을 보안할 나름의 방법도 알고 있다.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뒤지고 싶지 않은 약간의 경쟁심이 있다. 그래서 함께 뭔가를 하면 사람들 사이에서 자극을 받아서 원래의 나의 수준보다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 그 사람들 중에는 분명히 나보다 나은 면을 가진 사람, 그러니까 나보다 전략이 좋은 사람, 거시 적인 안목이 있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들에게 도움과 자극을 얻고 나는 오래 지속하는 충실한 러닝메이트 역할을 하면 된다. 사람들 사이에서 얻는 사교의 기쁨은 점이다. 아! 쓰다 보니 알았다. 내가 뭔가 목표한 바가 있으면 사람을 모으려는 이유는 그런 거였구나. 그래서 나는 혼자라는 공부는 번번이 망했구나.
내 성향을 바꿀 수 없다면 적당히 이용하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다음 시험 도전은 스터디하지 않고도 꼭 합격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