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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던다 Jan 09. 2024

아침일기의 좋은 점

19개월 써 보니

아침일기 밴드 멤버를 충원하기 위해 아침부터 손가락을 움직여 포스터를 만들었다. 언제부터 내가 썼나 확인해 보니 작년 6월부터였다. 22년 6월부터 거의 매일 썼다. 못해도 월 20일은 넘게 썼다.

아티스트웨이라는 책을 접하고 이건 내 운명의 책이라고 느꼈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나에게 마음의 근육을 단련시켜 주는 맞춤한 처방이었다. 처음엔 이 책을 그대로 다 따라 해야 하나 압도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 책은 주말에나 가끔 들쳐보고 매일은 시간되는 대로 깨자마자 일기를 쓴다. 일기라고도 하기에도 정확하진 않고 그냥 떠오르는 대로 다 쓰는 것이다.


<쓰는 내용>

주로 떠오르는 대로 어제 있았던 일, 오늘 할 일, 머리 한편에 나를 괴롭히는 일, 미운 사람, 고마운 사람 마구 쓴다. 쓰면서 엉켜있는 생각과 감정이 정리도 되는 느낌에 든다. 손님이 오시게 되어 집 청소를 하게 된다고 하자. 일단 집에 널브러져 있는 큰 물건들을 제 자리에 놓으며 정리한다. 그리고 청소기 돌리고 바닥 닦고 한다. 아침일기는 여기에서 큰 물건을 제 자리에 갖다 놓는 역할을 한다. 아니면 매일 아침 정신적 쾌변을 한다고 생각해도 좋다. 가끔 만사가 순조로워 글이 술술 안 써질 때가 있다. (반대로 순식간에 와르르 써진다면 내 마음에 힘들 때이고 마음이 복잡할 때이다.)

그리고도 뭔가를 더 쓰고 싶다면 자신이 미리 만든 어둔 긍정확언을 쓴다. 나는 20개 정도를 적어두었는데 매일 다 적기 힘들면 그날 끌리는 것을 2-3개 추려도 좋다. 그리고도 더 쓰고 싶다면 하루 한 장 마음 챙김을 한 페이지씩 쓴다. 책의 구성이 365일 하루 한 장씩 긍정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짧은 글로 되어 있다. 물론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제목만 써도 좋다. 뭐든 자기가 할 만큼만 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깨자마자 하는 것이다.

<좋은 점>

7-8년 전에 한창 매일이 우울할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감사한 일 3가지씩 쓰기를 했다. 그 감사일기는 지금의 아침일기에 포함시키면 된다.


1. 삶의 방향성이 생긴다

매일 분주한 일상과 당장에 처리해야 될 일로 사로잡혀 살기 쉽다. 나도 모르게 ‘바빠 죽겠다.’란 말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아침에 쓰는 일기에는 쫓기는 거 없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 깨자마자 생각을 쏟아내니 날 것의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이럴 때 나는 크게

기쁘고 크게 속상하구나. 나는 이런 쪽으로 나아가고 이런 쪽은 제쳐야겠다. 이런 방향성이 생긴다.


2. 하루가 부담스러운 날 예행연습을 할 수 있다

큰 이벤트가 있는 날이 있고 아니면 너무 미운 사람에게 뭔가를 말해야 하는 때가 있다. 그때 적으면서 미운 사람에게는 해줘야 할 말을 다 적고 화가 나면 욕을 한 바닥 쓴다. 그리고 나면 개운해지면서 그 사람을 직접 대면했을 때 한결 담담하게 말할 수 있다. 이건 나에게 있어서 정말 큰 진전이었다. 겁 많고 배짱도 없고 권위에 벌벌 떠는 나였다. 막상 말하는 상황에서는 감정이 앞서 울거나 핵심을 말하지 못하고 누가 봐도 완전한 패배러 물러서야 했다.


3. 감사한 사람에게 더 감사하게 된다

이 말 저 말하다가 감사한 내용도 쓰다 보면 감사에 대한 민감도가 올라간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더 감사하게 되고 고맙고 어떤 식으로든 표현하게 된다.


4. 현명한 나를 믿게 된다

아침일기를 쓰며 확신하게 된 한 가지가 있다면 ‘모든 지혜는 이미 내 마음속에 가지고 있다’이다. 사람은 누구나 불확실 속에 산다. 그리고 누군가 확신을 주기를

바란다. 아침일기는 확신을 주는 그 누군가가 바로 자신이 된다. 매일 완전히 의식이 돌아오기 전 좋은 말을 부어주고 나의 고민을 양껏 털어놓다 보면 어느 순간 너무나 자연스럽게 내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지 어떤 입장을 취해야 될지 알게 된다. (뭐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막연하고 모호하게 머리에 근심을 가득 안은 채 하루를 사는 사람과는 질적으로 다른 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런 것이 종교에서 말하는 묵상이고, 명상이고, 성체조배이지 않을까 싶다. 기도 중에 하느님으로의 어떤 응답은 어쩌면 내 자신이 깊숙이 감춰져 있던 조언이지 않을까.


아침일기, 모닝페이지가 모든 사람에게 다 맞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사는 게 불안하고 우울한 사람, 내 삶이 어디로 흐르는지 그 주도권을 잡고 싶은 사람, 과거의

어려움, 너무 미운 마음을 홀연히 흘려보내고 싶은 사람은 밑져야 본전이지 하면서 시작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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