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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우마미 Jul 05. 2022

2차시험관(신선)에 관한 기억


인공수정 1회와 냉동하나 나오지 않았던 시험관1회 실패 후 남편과 오랜 고민끝에 난임휴직을 하기로 결정했다.


사람들의 각종 수근거림이 두렵고 걱정스러웠지만 난임휴직을 할 수있는 직장이라는 사실에 감사하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착상조차 되지않았던 앞선 시술이 쉬지못하고 출근하며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라 믿고싶었다. 휴직 후 집에서 쉬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란 믿음으로 2018년 10월 1일 일시적인 전업주부의 삶을 시작했다.



출근을 하지 않은 첫날부터 그동안 마음속 짐이었던 어지러운 집안을 정리했다. 늘 바쁘단 이유로 창고방이 되어있던 작은방 부터 시작해 옷장에 있는 모든 옷들을 꺼내 계절별로 정리하고 집안 구석구석 소독과 정리정돈으로 2주가 넘는 시간을 보냈다.



늘 공부를하거나 일을했던 내게 처음 주어진 자유시간을 만끽하며 집앞 공원도 산책하고 틈틈히 스트레칭도 하며,그토록 하고싶던 평일 낮 커피숍 티타임도 즐겼다. 



즐겁고 여유로운 시간도 잠시.. 휴직후 첫 생리가 시작되었다.  



생리 2일차 병원을 방문하여 고날에프 주사를 시작으로 세트로, MMP등의 주사를 하루에 2~3개 씩 맞고 베이비아스피린과 소론도등 의 약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1차 시험관과 달리 난자가 잘 자라지 않았고 유트로핀이라는 성장호르몬도 추가 되어 과배란  말기에는 하루 4번의 주사를 맞아야 했다. 


주사가 몇개든 상관이 없었다. 하루에 몇번의 주사를 맞든 성공만 한다면... 



11월 2일 최종 6개의 성숙난자 2개의 미성숙난자가 채취되었고 그중 4개의 난자가 수정에 성공했다. 그것도 모두 1등급배아아였다. 2개는 3일 배양 냉동으로 보관가능했고, 다른 2개는 3일 후인 11월 5일에 3일배양으로 이식했다.


1등급 배아라는 말은 의사선생님께 듣는순간..'아..휴직하길 정말 잘했구나. 이번엔 꼭 성공할꺼야 1등급이라잖아!!' 라는 자신감에 기쁜마음으로 이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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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된 배아 사진






이식 후 집으로 돌아와 흔히 말하는 「공주놀이」를 시작했다. 남편이 없는 점심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아침과 저녁은 남편이 차려주는 음식을 먹고 잠시 소화를 위해 앉아있는 시간을 제외하고 누워서 지냈다.


먹는 음식 또한 착상에 좋다하는 음식들로 친정엄마가 미리 준비해주신 곰국과 추어탕을 매끼 기본으로 하여 소고기와 생선 각종 채소와  간식으로 아보카도와 낫또 그리고 포도즙을 추가해서 먹었다. 내 평생 이리 건강식만 먹은적이 있었을까 싶을 만큼 착상에 좋다는 각종 음식만을 소화가 되지않아도 꾸역 꾸역 먹었다. 이 음식들이 내게 아이를 데려다 줄것이라는 믿음으로 견뎠다.


또한  채취후 끝이난줄 알았던 주사도 혈전문제때문에 크녹산이라는 무시무시한 주사를 하루한번씩 맞기 시작했다. 조금만 잘못맞으면 배에 시커멓게 멍이드는 어마어마한 통증이 있었던 가장 힘든주사였다, 남편은  시커멓게 멍든 내 배를 보며 여러번 울먹였다. 



이식 7일째..참지못하고 결국 임테기를 해보았다. 보통 임테기보다 더 빨리 확인해준다는 임테기였다. 


한줄..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내가 너무 빨리 해본걸꺼야 라며 미련을 버리지못하고 30분이 넘는 시간동안 들여다 보고 있었다. 30분이 지나 보이는 아주 흐릿한 줄이 하나더 보이기 시작했다. 5분안에 뜨는게 아니면 정확한게 아니라 했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이식 8일째  새벽 4시 다시 임테기를 시도했다. 아주아주 흐린 두줄.. 5분안에 보인 줄이었다. 너무나 기쁜 마음에 자고있는 남편을 깨워 내가 본게 맞는지 확인시켰다. 잠에서 완전히 깨지 못한 남편은 맞는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하고..라는 밍숭한 반응을 보였지만 상관없었다. 내기쁨이 너무 컸으므로..결국 그날밤은 남편도 나도 아침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아침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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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지지 않은 흐린 임테기






매일 임테기를 했다. 임신이란걸 확인했지만 매일 진해지는 임테기를 보며 안심하고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내 기대와 달리 임테기는 더이상 진해지지 않은 흐린 두줄만을 보여줬다.


불안한 마음으로  이식 11일째 병원을 갔다. 피검 결과는 27.7 이었다. 임신이긴 하나 아주 불안한 피검 결과라했다. 이틀후 최소 2배이상은 올라야한다 했으나 이틀후 이식 13일차 피검결과는 24.4로 화유(화학적 유산)이 진행중이라 했다.  그래도 다음엔 과배란 과정없이 진행할수 있는 냉동이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며 위로를 건네는 간호사선생님의 이야기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지만 감사하단 이야길 남기고 병원문을 나섰다.



나와 남편은 무교이다. 하지만 병원문을 나서며 남편에게 근처 큰절에 가자했다. 시험관 시작하기전 시어머니와 함께 여행갔다 잠시 들린 어느절에서 큰일앞두고 있으니 가서 절을 하자하셨지만 평소에 믿지도 않는사람이 절몇번한다고 아이 주실것같으면 난임이 어딨겠냐며 그냥 밖에서있었었다. 어느 유명한 절에 가서도 절을 한적은 평생 단한번도 없었었다.



하지만 빌고싶었다... 어느신한테든.. 누구한테든..


교회나 성당은 가려니 신자도 아닌 나같은사람이 함부러 들어갈수 없을것 같았다. 하지만 그 절은 관광지라 누구든 들어갈수 있을것 같았다. 


절하는 방법도 어느 법당에서 어느 불상에 절을해야하는지도 모르는 남편과 나였지만 무작정 절을 하며 빌었다.


내 뱃속에 잠시 머물렀던 우리 아기 좋은곳에 가게해달라고..


엄마가 지켜주지못해 미안하다 전해달라고 ..


아주 잠시지만 니덕분에 행복했다 전해달라고..


태어나 처음으로 남편과 서럽게 울며 불상앞에서 절하고 빌었다..



그렇게 울고 나와 마시는 커피한잔은 왜그렇게  맛있었을까. 시험관 시작 후 하루 4~5잔씩 마시던 커피를 끊었었는데.. 그렇게 아이를 보내고 다시 마신 커피가 그리 맛있다니.. 커피한금 마시며 아 맛있다 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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