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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우마미 Jul 05. 2022

딩크족으로 살아갈 준비가 되셨습니까?

소파(유산)수술 이후 내 몸과 마음은 최악을 향하고 있었다.

3차 시험관 이식(냉동) 이후 누워서 지내기 시작해 유산확진 전까지 6주가까이를 누워지냈고 수술이후 몸조리를 해야한다는 핑계로 또 다시 누워지내는 생활을 지속했다. 그로 인해 온몸에 있는 근육이 모두 빠져나간듯 내 체력은 집안에서 조금만 걷기만 해도 지치는 저질체력이 되어버렸다.

그보다 심각한건 내 마음이 바닥을 치고 더이상 위로 올라오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남편이 출근한 이후 난 철저히 혼자만의 굴을 파고 들어갔고, 그곳에서 난 할 수 있는 모든 부정적인 생각들 속에 빠져들었다. 퇴근한 남편은 따뜻한 이야기들로 날 위로했지만, 다시 남편이 잠들고 난 새벽에 잠못이루며 우울함에 빠져들었다.

그 속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아이가 있는 삶은 나에게 불행을 가져다 줄것이라는 생각을 하기시작했다. 

 '아이가 생기면 경제적으로도 체력적으로 힘들어질것이고, 다른부부들처럼 아이 이야기 외에는 부부간에 대화가 줄어들거야... 아이는 기껏 힘들게 키워놔도 사춘기가 되면 반항할것이고, 내속을 썩이는 아이로 자라면 지금보다 더 불행해질꺼야..'

'아이만 포기한다면 내삶은 어떨까?

시험관을 하느라 내몸과 마음을 망가뜨리지 않아도 되고, 비싼 시험관 비용을 감당하지 않아도 돼.'

그러면서 딩크족(아이없이 부부가 모두 경제적인 활동을 하는 부부)으로 살아가는 장점에 대해서 생각했다.

<양육비용과 시간을 줄일수 있으니, 남편과 내가 경제적여유와 시간을 즐길수 있을것이다. 

지금처럼 캠핑을 다닐수도 있을것이고, 국내여행과 해외여행을 연가를 낼 수 있을만큼은 다닐수 있을것이다. 좀더 비싼차를 사고 좀더 비싼 캠핑장비를 사고 캠핑카나 트레일러를 사서 편안한 캠핑을 다닐수 있다. 집도 조금더 빨리 살수있을 것이다. 아이 없는 외로움은 반려동물과 함께하면 조금은 위로가 될것이며, 지금처럼 서로 위하며 배려하며 많은 대화를 하며 지낸다면 늙어서도 행복하게 살수 있을것이다.>

그렇게 누워지내며 내마음속에서는 아이를 포기하기 시작했다. 아이없이 살아갈 마음의 준비를 시작했다고 하는게 더 맞는 말일것이다. 두려웠다. 다시 시험관을 시작하는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또다시 내게 찾아온 아이를 잃는 경험을 하게될까봐 너무도 두려웠다.  내 뱃속에서 자라고 있던 아이를 보내야하는 경험을 한번으로도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또 다시 그일을 겪는다면 내가 어디까지 무너질지 내자신도 알수가 없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다음 시험관은 하고싶지 않다 했다. 여기서 끝내고 우리끼리 살아가자고..남편은 지금은 어떠한 결론을 내릴 필요가 없다며 3개월동안 아무생각하지말고 즐겁게만 지내고 3개월후에 그때 결정해보자 했다. 소파 수술 3개월 동안은 임신도, 시술도 안된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있으셨기 때문이었다.

소파수술 한달 이후 수영을 시작했고 사람들을 만나며 웃고 떠들며 즐겁게 지내려 애썼다. 바닥났던 내 체력은 조금씩 올라왔고, 시험관 시술로 인해 쪘던 살은 아주 조금씩 빠지고 있었다. 아무생각 없이 살기위해 노력했던만큼 내마음도 많이 밝아졌다.

소파수술 이후 3개월이 다되어가는 지금  내 몸과 마음은 많이 회복되었지만, 나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시험관 시술을 위한 영양제는 꾸준히 먹고있고, 남편과의 대화중에 6월에 시술하게 되면..이라는 이야기를 자주하고 있는 나를 보면,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라고 말은하지만 이미 결정을 한것 같다.

나는 아마도 아직 딩크족으로 살아갈 준비가 다 되지는 않은것 같다. 

아이가 있을때의 수많은 단점과 아이가 없을 때의 수많은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우리 아이'를 원하나보다. 아이가 주는 기쁨 그 한가지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일테니..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일것이다...아마도..

이번 시술로도 우리에게 아이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받아들여야 할것이다.

남편의 이야기 처럼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는 행복하게 살아갈것이다. 아이가 우리에게 찾아 온다면 그  아이가 주는 기쁨으로 우리는 행복할것이며, 아이가 없다면 우리끼리 자유롭게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

우린 충분히 행복할 자격이 있는사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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