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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윤 Jul 26. 2021

알에서 태어난 아이 #3 (끝)

알에서 태어난 아이는 떠났다.

아무도 없다는 건 내가 처음 태어나 잊었던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행위이다.

같은 시간이 주어졌지만, 나는 단지 꿈을 꾼다.

같은 꿈을 꾸지만, 꿈을 통해 당신의 이름이 불리기를 원했다.

자신의 웃음소리를 듣고 또 웃었던 아이처럼, 당신의 웃음으로 세상의 그늘이 한 뼘 밝아지기를.


한무리 구름이 덮침으로 인해 푸른 하늘이 빛을 잃지 않는 것처럼,

바다의 경계로 인해 파도의 근원이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나의 걸음을 멈추지 않게 하는 이유를 내게 왔던 아이의 침묵 속에서 찾았다.

알의 침묵은 고요 속 포효를 담고 있으므로, 외로움 속 사랑을 담고 있으므로, 불의 이야기다.

한 사람이 꽃같이 피어나 끝내 태워져 다음 계절을 남기는 것이다.

우리도 끝내 태워지기를. 우리도 끝내 나와 당신의 이름이라는 계절을 남기기를.


내가 그랬던 것처럼,

바람이 스쳐간 나뭇잎 사이로

당신에게 왔던 아이의 목소리를 듣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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