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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자 May 09. 2020

프롤로그-서점 바닥을 뒹구는 30분 데이트

00- 시작하며.

나는 매일 집 근처 서점에서  단 30분이라도 책을 읽으려는 습관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매일 저녁 아홉 시 무렵,  집 근처 굥봉문고에 출몰하여 책을 읽고 그날의 생각을 덧붙여 마치 일기를 쓰듯 끄적끄적 기록을 남긴다. 책을 정말 좋아하게 된 지 사실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지만 매일 그 짧은 30분에 무엇보다 큰 행복함을 느끼며 살고 있다.




책 읽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라.

적고 보니 어렸을 적부터 책에 묻혀 살던 책벌레 친구들이나 할 법한 이야기 같다. 그러나 학창 시절 나는 '책 읽기는 저자와의 대화’라는 가식적인 말들에 콧방귀를 뀌며 1년에 한두 권 읽을까 말까 하는 수많은 한국인들 중 한 명이었다.



어느 날, 도대체 어떤 마음의 변화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지 스스로 궁금했고, 깊게 고민해본 끝에 내린 결론은 바로,


 책에 대한 권위를 내려놓은 것이었다.


매일 9시 반 무렵, 그녀는 주저 앉는다.



사소한 차이일지 모르나 지금은 책을 펼칠 때 저자의 약력부터 읽고 초록창에 저자의 이름을 검색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책 내용을 접하기 이전에 치러지는 일종의 저자와 나, 단둘의 '나 홀로 인터뷰'라고 할 수 있다. 약력을 하나하나 읽으며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예컨대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경우, "아니, 수많은 대학생들을 괴롭히는(?) 『총, 균, 쇠』의 저자가 이 아저씨 구만!", "어떻게 인간이 13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거지, 사람 맞나? 비결이 뭘까?"와 같이 질문 던지기부터 시작하며 책을 펼치기 전에 궁금증을 제조한다. 미리 궁금증을 떠올려 두면 책을 읽으면서 무의식적으로 내가 한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쫓게 되더라.



책을 무척이나 어려워했던 이전의 나는 약력을 보기는커녕 저자에 대해 관심이 없었을뿐더러,  평범한 나와는 다른, 아주 비범한 사람으로 여기고 일단 마음의 벽을 치고 책을 펼쳤었다. 그러다 보니 책 읽기는 또 하나의 해내야 하는 귀찮은 과제에 불과했고,  항상 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기에 재미있을 리가 없었다.




 

이 매거진을 쓰게 된 계기는 지금은 책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으로 탈피한 내가 과거의 나와 한국인들에게 느끼는 일종의 책임감(?)이었다. 한국인들은 유독 책을 잘 읽지 않는다. 거듭 말하지만  나 또한 고상하게 책 읽을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다고 말하던 흔한 한국인에 불과했다.



한국인들이 독서와 담을 쌓은 원인 중의 하나가 나와 비슷한 이유일 거라 생각하자 책을 죽어라 싫어하던 보통사람인 내가 책과 친해진 과정과 현재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어 졌다. 책 읽으며 느끼는 행복이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이 신기한 감정을 더 많은 사람들이 느껴봤으면 했다.



소개팅 상대의 향수 냄새에 첫인상이 결정되듯, 매력적인 책 냄새를 쫓아 오늘 30분 데이트를 즐길 책을 간택하는 방법, 새 책과 저자를 경건히 마주하는 마음가짐, 서점 바닥에 주저앉아 책 읽는 순간 느끼는 세세한 감정들, 다 읽지 않고 책을 덮을 수 있는 용기, 그날그날 비슷한 듯 다른 서점의 풍경과 사람내음 등에 대해 친근하게 풀어내어 우리의 마음에 견고하게 자리 잡은 독서에 대한 벽을 무너뜨리고 같이 책 읽기를 즐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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