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rizon report를 통해 살펴본 코로나 이후 교육의 트렌드
코로나는 사회 전반에 선 굵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변화의 물결은 자연스레 교육계로도 흘러 들어왔다. 학교를 나갈 수 없고, 면대면 교육을 할 수 없던 상황에서 변화는 불가피했다. 충분한 준비 없이 변화를 맞이한 탓에 성장통도 겪었지만, 보수적인 교육계에서 미래 교육으로의 혁신이 가속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미래 교육에 대한 논의는 활발했다. 하지만, 현장의 변화는 더뎠다. 미래 교육 혁신의 근간이 되는 기술들은 계속 발전해왔지만, 그 기술을 실제 교육 현장에 적용해가야 할 교사, 교육 행정가, 정책 담당자, 기타 교육계 인력들의 개방성과 수용성에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변화를 지양하던 교육계도 코로나라는 불가항력적인 상황 덕분에 새로운 시도와 움직임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운동력은 코로나 이후 시대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코로나로 인해 만들어진 교육계 변화는 어떤 양상을 보이고 있는가? 그런 변화가 가리키고 있는 미래 교육의 지향점은 어디인가?
우리는 결코 코로나 이전의 사회로 회귀할 수 없다. 이는 교육계의 변화 흐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바이다. EDUCAUSE 협회에서 발표한 2021 Horizon Report를 보면, 코로나 이후의 교육계의 변화 트렌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고등교육 트렌드 중심으로 작성되었다).
1) 사회적 트렌드
원격 학습 환경의 발달로 새로운 학습의 기회와 방식이 창출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원격 학습 위주로 학습 환경이 개편될수록, 디지털 교육 격차가 커질 것을 예측해볼 수 있다. 과거에는 학습자 간 성취 격차를 만드는 주 요인으로 부모의 경제력 등이 언급되었다. 하지만, 디지털 학습 환경은 새로운 교육 격차 발생 요인을 대두했다. 디지털 정보 접근성과 동기에 대한 부분이다.
갈수록 비용이 낮아지고 있는 디지털 정보들을 얼마나 잘 획득하고, 가공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에 따라 개인의 성취에는 큰 차이가 발생할 것이다. 또한, 학습자의 동기에 근간한 자기 조절 학습 능력의 유무에 따라 학습 격차가 크게 발생될 것이다. 디지털 정보를 적극 활용한 원격 학습 환경에서는 통제된 학습 환경의 조성이 어렵다. 때문에 인지적, 정서적, 행동적으로 자기 스스로를 잘 조절하고, Self-Motivation을 잘하는 피교육자가 더 높은 수준의 성취를 만들어낼 것이다.
2) 기술적 트렌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그에 따라 교육은 더 고도화되고, 다양화되며, 개인화될 것이다. 그렇게 교육이 기술의 혜택을 받게 되면서, 디지털 디바이스의 보급과 인터넷 접근성은 교육 기회 평등 실현의 새로운 벽이 될 것이다.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갖춰져 있는지에 따라 새롭게 생산되는 다양한 기술 기반 교육 환경의 혜택을 볼 수 있을지의 여부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이 접목된 교육 환경에서의 적절한 학습 콘텐츠 개발 및 활용을 위해 교수자의 디지털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게 될 것이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교수자는 학습 콘텐츠를 학습자에게 전달하는 형태와 방식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해야만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술에 대한 이해 및 활용 역량 강화의 필요가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3) 경제적 트렌드
저출산으로 인해 학력 인구가 감소하면서 교육기관에 학비를 내고 등록하는 학생의 수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또한, 산업에서 요구하는 역량 교육과 고등 교육 기관에서 행해지는 교육 내용 사이에 간격이 점차 벌어질 것이고, 개인의 성취를 위해 고등 교육을 받는 사람의 수가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로 인해, 교육 기관은 재정 충당에 문제를 겪게 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교육 기관들은 효율적인 조직 운영에 대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한 압박에 대한 대안으로, 교육 기관에서의 데이터 활용이 보다 적극적이게 될 것이라고 예측된다. 교육 데이터는 교육이 진행되는 순간뿐만 아니라, 교육의 운영과 행정에서도 그 사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게 될 것이다.
4) 환경적 트렌드
기후 변화와 환경의 변화로 인해 코로나와 같은 바이러스가 등장했으며, 이러한 생물학적 위험은 코로나 이후에도 더 빈번하게 찾아올 것이다. 이처럼 인류 전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인들의 변화가 계속 늘어나면서, 고등 교육 기관의 혁신성에는 한계가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질병과 별개로, 개인과 산업적인 관점에서도 점점 더 대면 환경의 조성 빈도가 줄어들게 될 텐데, 그러한 변화 양상에 고등 교육 기관은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어떠한 외부 환경적 변화가 찾아오더라도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교육 시스템과 모델의 연구와 개발이 점점 더 필요해질 것이다.
5) 정치적 트렌드
빠르게 발전하는 산업 현장의 요구에 맞추어 필요에 맞는 역량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은 곧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일이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고등 교육 기관이 국가의 정책이나 방향성에 귀속되는 현상이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국가 주도의 산업 진흥 정책에 고등 교육기관이 얼마나 따라주느냐에 따라 고등 교육 기관에 지원되는 공적 자금의 투자에도 많은 차이가 발생할 것이다. 점점 더 재정적 부담을 크게 느끼게 되는 고등 교육 기관의 경우, 피치 못하게 산업 진흥 정책의 맥락에서 정치적ᐧ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교육의 필요를 수용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측 불가능성은 사람을 두렵게 한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려야 한다는 것은 공포 그 자체다. 어쩌면, 지난 2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의 교육이 그런 공포를 겪어온 게 아닌가 싶다. 인류 역사상 처음 겪어본 재난 상황 속에서 어떻게 배우고 가르쳐야 할지를 몰라 막막해하던 많은 사람들. 그동안 늘 지켜오던 관습들이 무너지고, 전혀 새로운 토대 위에 교육 시스템을 새롭게 쌓아 올려야 한다는 게 두려웠던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난 2년 간의 크고 작은 시행착오들은 좋은 밑거름이 되었다. 공포와 두려움 속에 진행돼 오던 많은 교육적 시도들 덕분에 우리는 기존의 교육이 가지던 보수성을 조금은 탈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질 교육의 변화에 대해 조금은 더 현실적으로 예측해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얻게 되었다.
이제는 대응의 문제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만들어진 급격한 변화의 물결을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터가야 하는가? 앞으로 어떤 준비와 노력들을 이어나가야 보다 건강하고 안정된 교육이 제공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을까? 많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실제 교육 현장에 있는 많은 분들의 경험과 생각의 차이를 좁혀가며 좋은 답을 찾아가야만 하는 문제이다.
하지만, 보다 실제적인 방법론을 논하기에 앞서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교육계가 큰 변화의 모멘텀 앞에 놓여있다는 사실에는 한 마음으로 동의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좋은 변화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부디, 미래 시대에 더 적합한 좋은 교육이 제공되기 위하여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 나가야 하는가'에 대해서 많은 관계자 분들이 보다 혁신적이고 현실적으로 고민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