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gs (1956)
몇 년전 유니버셜 뮤직 재팬(Universal Music Japan)에서 자사의 재즈 레이블의 대표작들을 단돈 1천엔에 살 수 있는 재발매 시리즈를 가진 적이 있습니다. (정말 쓸데없는 이야기지만 유니버셜 뮤직 본사와 beams 본사는 현재 하라주쿠 메이지도오리의 같은 건물 안에 있습니다.)
‘재즈 100장 (ジャズの100枚。)’이라는 시리즈였는데 도쿄다반사에 자주 등장하는 분들을 포함해 일본 문화, 방송계에서 활동하는 주인공들이 추천 앨범과 코멘트를 남기는 시리즈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 가장 많은 사람이 선정한 앨범 중 하나가 바로 보시는 쳇 베이커(Chet Baker)의 Chet Baker Sings 였어요. 1954년에 발매된 10인치 레코드에 새로운 녹음을 추가해서 1956년에 발매한 앨범이 여러분들이 익히 아시는 앨범입니다.
그 중 Cafe Apres-midi의 하시모토 토오루(橋本徹)씨는 이런 추천사를 적었습니다.
“지금까지 친한 모든 여성 친구들이 (이 앨범을) 좋아했습니다.”
“여자 친구 집에서 함께 있을때 이렇게 도움이 되었던 앨범도 없지 않았을까? 하는 남자들의 기분을 여기에 대신 전해두려고 합니다.”
매니아의 음악적 지식과 사료적 가치에 일관된 음반 설명만을 보다가 처음 도쿄에서 접한 이런 분위기의 글은 저에게 큰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어요. 아마 그 이후로 음악을 듣는 방법이 많이 바뀐듯 합니다. 그들이 제안하는 ‘도쿄의 음악 감상법’으로요.
같은 시리즈에서 bar bossa 하야시 신지(林伸次)씨는 Chick Corea의 Return To Forever(1972,ECM)를 선정하면서 이런 코멘트를 남기셨습니다.
“브라질에서는 어른이 되는 조건이 3가지 있다고 합니다. 1. 자녀를 두는 것, 2. 책을 한 권 쓰는 것, 3. 나무를 심는 것. 일본에서 어른이 되는 조건이란 어떤 걸까요? 이 ‘재즈 100장’을 듣는다는 것도 들어있다면 멋진 어른들이 일본에서도 늘어날 것 같은데요”
좋은 글이네요. 요즘은 정말 가끔 아주 하야시 씨의 음악 글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고른 레코드 입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처음 들었던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리고 20년 후에나 봄이 찾아오면 어딘가에서 분명 들을 수 있는 ‘아름다운 외모와 목소리를 가진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외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한 청년의 노래와 연주’가 담긴 앨범이에요.
요사이 도쿄와 서울에서 디스크 가이드북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라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시 적어봤습니다. 저런 표현들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경이롭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