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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다반사 Jan 06. 2021

매일 똑같은 것을 하는 것. 담담하게

<즐거운 생활이 있는 풍경>  -  가와사키 다이스케(川崎大助)

'즐거운 생활이 있는 풍경'은 여러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도쿄 사람들의 일과 직업, 그리고 자신의 생활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인터뷰 기획 입니다. 때로는 진지할수도 때로는 유쾌할 수도 있는 '즐거운 생활이 있는 풍경'을 통해 많은 분들이 휴식과 회고 없이 달려온 일과 생활에 새로운 관점과 시선, 그리고 한 템포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즐거운 생활이 있는 풍경'의 두 번째 인터뷰이는 작가 가와사키 다이스케(川崎大助) 씨 입니다. "소설을 쓰는 것은 매번 수명을 닳게 할 정도로 부담이 있지만 가장 재미있는 일"이라고 말하는 가와사키 씨는 과연 작가답다는 생각을 많이 한 인터뷰 였습니다. 그리고 요즘 한국에서도 인기있는 삶을 보내는 방법, 하루를 보내는 방법에 대한 작은 해답도 전해주신 것 같고요.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삶이란 매일 매일이 특별하기 보다는 담담하게 하루하루를 채워 나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매일 똑같은 것을 하는 것. 담담하게

인터뷰이: 가와사키 다이스케 (작가)


Q: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가와사키 다이스케(川崎大助)라고 합니다. 작가에요. 도쿄 세타가야구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에세이와 사회 시평, 음악과 영화 평론 등 다양한 글을 쓰고 있지만 본분은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에게 소설을 쓰는 것은 매번 수명을 닳게 할 정도로 부담감이 있지만 가장 재미있는 일이라서 그만 둘 수가 없어요.

지금까지의 주요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도쿄 블루스 골드(東京フールズゴールド)>, 평전 <Fishmans, 그와 물고기의 블루스(フィッシュマンズ 彼と魚のブルーズ)>, <교양으로서의 록 명반 베스트 100(教養としてのロック名盤ベスト100)>, <일본 록 명반 베스트 100(日本のロック名盤ベスト100)> 등이 있습니다. BEAMS에서 발행하는 문예지인 <IN THE CITY>에서도 단편 소설을 지속적으로 기고했어요.


전업 작가가 되기 전에는 1993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음악(米国音楽)>이라는 인디 매거진을 편집, 발행했습니다. 그래픽디자인과 DTP(Desktop Publishing), 매월 부록으로 첨부된 CD의 프로듀스도 했습니다. 즉, 시부야케이(渋谷系)로 불렸던 음악 씬(scene)의 한 가운데에 있었어요. 레코드 레이블과 DJ도 했었습니다.


그런 업무들을 한 후에 지금은 글을 쓰고 있어요. 인터넷으로 읽을 수 있는 연재로는 화, 금요일에 공개되는 '교양으로서의 록 명곡 베스트 100'과 한 달에 몇 편 정도 개인 저자로 야후(Yahoo!) 뉴스에 기고 중 입니다.


교양으로서의 록 명곡 베스트 100


Yahoo! 뉴스 기고




Q: 학생 시절의 꿈은 무엇이었나요?


사실 진지하게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음악, 친구들, 그리고 여자에 대한 것만 생각했던 멍청이였기 때문이에요.

왜냐하면, 노스트라다무스의 대예언(주: 일본에서 고토 벤(五島勉)이라는 사람이 처음 번역해서 유행시킨 내용)을 믿고 있었거든요. 초등학교 때에 그 책을 읽었습니다. 1997년 7월에 인류가 멸망한다는 예언이었는데요, 계산해보니 그 때면 제가 34살이었어요. 그래서 뭐 그렇게 세상이 끝날거라면 그때까지 즐기면서 살면 되지 않을까하고 8살때 마음을 먹었습니다.

희미하게 지니고 있던 희망으로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있어요!



Q: 학생 시절에 배운 것 중에서 지금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작가에게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기초 교양 측면으로 보면 학교에서 배운 것은 모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직접적인 영향이라면.. 음.. 뭐가 있을까요? 학교 관계에서는 딱히 없었을지도 모르겠어요.



Q: 지금의 일을 선택한 계가와 이유가 무엇인가요?


대학을 나와서 아무 생각없이 취직한 상사(商社) 회사를 2달째 월급을 받은 다음 날 그만두었어요. '이대로 인생이 계속된다'는 것을 처음 느끼게 되어서요. 거기에 견디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는 나다운 인생을 만들기 위해 살아가자고 생각했어요. 거기에 제가 비교적 잘 하는 분야를 위해서라면 고생을 해도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은 직업을 선택하자고 생각했어요. 그게 '글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같이 활동하는 밴드에서 기타를 치는 친구에게 이런 생각을 이야기 했어요. 그 친구가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센스가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랬더니 그 친구가 "하면 좋지 않겠어?"라고 말해줬어요. "너한테 잘 맞을거 같아" 라고 말해줘서요. 그 덕분에 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겨서 이 길로 들어섰습니다.


나다운 인생을 만들기 위해 살자.
고생을 해도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은 직업을 선택하자



Q: 지금 일을 선택해서 좋았다고 생각이 들었던 일화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다양한 사람과 만나거나 좀처럼 하기 힘든 체험을 할 수 있는 점일까요? 어렸을 적부터 읽어왔던 작가분들과 만나거나 존경하는 뮤지션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때로는 굉장한 자극제가 됩니다.

브라질 음악의 거장인 세르지오 멘데스(Sergio Mendes)와 만나서 인터뷰를 했던 적이 기억에 남아요. 평소 저는 인터뷰 상대에게 사인을 받거나 같이 사진을 찍지 않아요. 프로의 증거로요. 하지만 이 때는 줄을 서서 사진을 찍었어요...... 뭐라해도 전설의 '세르지오 멘데스'이니깐요!



Q: 지금 하시는 일을 장래에 하고 싶거나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실 조언이 있으세요?


글을 쓰는 것을 직업으로 하거나 고도의 필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제가 먼저 처음으로 추천해드리고 싶은 것은 '읽는 것'입니다. 쓰는 연습은 나중에 해도 괜찮아요. 다른 사람이 쓴 문장을 대량으로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종류는 풍부할수록 좋아요. 흠뻑 적셔지듯이, 호흡을 하듯이, 많이 읽어보고 그 중에서 마음에 와닿는 것은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마음에 드는 필자, 마음에 드는 문장을 제대로 음미하고 이해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은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이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뇌 속에는 '읽는 근육'과 같은 것이 발달될거에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전(辭典) 기능이 향상되면서 직관력과 논리적인 사고 능력이 동시에 높아집니다. 그리고 이러한 '근육'이 글을 쓸 때 중요한 토대가 될 거에요.


'무엇을 읽을지'에 대한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결국은 스스로가 고르는 방법 밖에는 없어요. 세간에서 이야기하는 명저(名著)나 다른 사람이 추천하는 것은 그리 중시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우선 책을 펼쳐봐도 그게 자신에게 들어맞지 않는 것이라면 방치해도 좋아요. 무엇보다도 자기 중심주의로 읽어 가는 것입니다.

자기 스타일의 '읽는 근육'이 길러지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나다운 글을 쓸 수 있게 될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이러한 밑바탕이 없는 가운데 무리하게 무엇이라도 글을 쓰게 되면 피상적으로 되어 버리는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일이 사실 자주 있습니다. 이런 것은 피하는 편이 현명해요. 캐리어의 마이너스가 될 뿐 아니라 필자로서의 능력 향상에 방해가 되는 가능성이 생기게 되요.



Q: 혹시 현재 일을 계속하면서 목표로 하고 있는 꿈이 있으신가요?


일이라는 관점에서는 좋은 소설을 쓰고 싶어요. 매번 글을 쓸 때마다 '지금까지' 썼던 글 보다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어요. 무수히 쓰는 것 보다도 질적인 향상을 항상 저에게 과제로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정말 내가 이런걸 쓴거야?'라고 생각할 정도의 높은 수준에 도달하고 싶어요.

일 이외라면 하와이나 캘리포니아로 이주하고 싶어요. 기후가 좋은 곳으로요, 가급적 빨리요.



매일 똑같은 것을 하도록 신경 쓰고 있습니다. 심을 가지고 담담하게요.



Q: 일상 생활을 보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어떤 것인가요?


루틴이라고 해야 할까요?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아침을 먹고, 운동을 하고, 그리고나서 매킨토시 앞에 앉아서 글을 쓰기 시작하기까지의 일련의 행위를 얼마나 꾸준히 해 나아갈 수 있을지에 의해 하루의 성과가 결정되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다시말해 매일 똑같은 것을 하도록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평상심을 가지고 담담하게요.



Q: 업무 이외의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주로 무엇을 하시나요?


작업의 대부분이 자택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가급적 밖에 나가려고 해요.

지인의 갤러리와 가게에서 파티가 있을 때에는 찾아가려고 하고 있어요. 여행도 가능한 다양한 곳으로 가고 싶지만 이건 요즘 같은 때에는 좀처럼 실현하기가 어렵네요.



Q: 일상 생활을 보내는 지역 중에서 좋아하는 장소가 있으신가요?


세타가야구의 서쪽 끝에 살고 있는데 이 지역이 아직 자연이 남아 있는 곳이라서 산책하기 좋은 곳이 많이 있어요. 타마가와(多摩川)의 강변이나 그곳과 이어지는 계곡과 구릉 지대에는 상당히 좋은 코스가 있습니다. 달리기를 하고 있는 사람도 많은데요, 저는 주로 걷고 있어요.



Q: 지금까지 구매한 물건들 중에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 있으신가요?

The Jam의 1982년 Beat Surrender Tour 티셔츠

가장 소중하다까지는 아닌 것 같지만 The Jam의 투어 티셔츠는 소중하게 여기고 있어요. 1982년에 열린 그들의 마지막 투어인 Beat Surrender Tour의 영국 공연시의 티셔츠인데요, 당시에는 구입하지 못했고 나중에 The Style Council을 거친 후의 폴 웰러(Paul Weller)가 솔로 투어로 일본에 왔을 때 공연장에서 샀어요. 1991년 가을이네요. 재고 일괄 세일 같은 분위기라서 오래 전 투어들의 티셔츠를 폴 웰러가 다양하게 가져왔었어요.



Q: 물건을 사거나 고를 때의 기준이 있으신가요?


별로 입지 않는 옷이나 신지 않는 신발을 사버리는 것을 싫어해요. 궁상을 떠는 체질일지도 모르겠지만요. 하지만 이 기준만 충족시킨다면 가격은 그리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레코드와 책은 완전히 반대에요. 평생 듣지 않고, 읽지 않을지도 모르더라도 순간적으로 뭔가 느껴지면 무조건 사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 쪽은 가격도 중요해요. 특히 중고 음반이나 중고 서적은 같은 타이틀이라도 다양한 가격대로 나와 있는게 많기 때문에 돈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그 돈으로 또 다른 레코드와 책을 살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도 이런 물건들을 항상 가급적 저렴한 것을 사려고 해요.



Q: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자신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추억의 레코드와 책 추천 부탁드려요.


가끔 뒤돌아보면 그 때마다 새로운 영향을 받고 있는 것들로 추천 드릴께요.

레코드는 The Clash의 <SINGLES 77-79> 입니다. 일본 기획반으로 1980년에 발매되었던 UK사양의 7인치 싱글 8장이 들어있는 박스 세트에요. 당시는 UK반의 7인치를 모으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어서 발매 당시 기쁜 마음이 들었던 기획이었어요. 상자는 폴 시모넌(Paul Simonon)이 디자인을 했습니다.

서른을 넘을 무렵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밴드가 The Clash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여기에는 지금 들어도 반드시 영향을 받는 곡들이 들어 있습니다.


은 우선 리차드 스타크(Richard Stark)의 파커 시리즈. 문체 자체가 지닐 수 있는 일종의 파괴력에 대해서는 헤밍웨이보다 저는 스타크에게서 가장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J. D. Salinger)로부터는 캐릭터 설계와 '목소리'가 얼마나 소설에 중력을 부여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배웠어요. 특히 <목수여, 지붕의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 시모어의 서장 Raise High the Roof Beam, Carpenters and Seymour : An Introduction>은 압도적이었어요.


(왼쪽부터) The Clash의 <single 77-79>,  리차드 스타크 <파커 시리즈>,  데이비드 샐린저 <목수여, 지붕의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 시모어의 서장>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지지 마세요



Q: 즐거운 생활을 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무엇보다도 자기에게 지지 않는 것.

곤란과 불안이 눈 앞에 펼쳐져도 필요 이상으로 동요되는 '나 자신'이 없다면, 최소한의 부담으로 그 넘어에 있는 곳으로 효율 좋게 움직여 갈 수 있습니다.

'어떤 고난을 당해도 이걸 초월해 염두에 두지 않으면 괴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같은 정도까진 아니지만, 어떤 의미로 자기 자신을 '언제나 컨디션이 좋은 기계'와 같이 튜닝해가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여기에서 열쇠가 되는 것이 '상상력' 입니다.

상상력은 사람을 해치는 독으로도 가장 좋은 약이 되기도 하지만, 잘 사용하면 비록 세상이 '즐겁지 않은 것들 뿐'이라도 자기 마음 속만은 그런 것들이 침입하지 않는 성역처럼 다듬어 갈 수 있을거에요.


이 작업을 잘 해나아갈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는 언제나 '즐거운 생활'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요. 다만 적어도 저에게 있어서는 록과 소설, 영화는 '이래야만 한다'는 방벽을 만들 때에 언제나 제일 도움이 되고 있어요. 상상력의 원천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줄곧 지금까지 변함없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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