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 2020년 4월
우리가 마주 앉아
웃으며 이야기하던
그 나무에는
우리들의 숨결과
우리들의 웃음소리와
우리들의 이야기 소리가
스며 있어서,
스며 있어서.
우리가 그 나무 아래를 떠난 뒤에도.
우리가 그 나무 아래에서
웃으며 이야기했다는 사실조차
까마득 잊은 뒤에도.
해마다 봄이 되면 그 나무는
우리들의 웃음소리와
우리들의 숨결과 말소리를 되받아
싱싱하고 푸른 새잎으로 피울 것이다.
서로 어우러져 사람들보다 더
스스럼없이 떠들고 웃고 까르륵대며
즐거워하고 있을 것이다.
볼을 부비며 살을 부비며 어우러져
기쁨을 나누고 있을 것이다.
나태주 <우리가 마주 앉아>
여전히 그대로인 숲과
그 숲으로 안내해 준 친구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2020년 4월 지리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