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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독서리 Nov 28. 2020

N 잡러는 아니더라도

잘하는 게 있었으면...

"태권도만 잘하는 게 아니라, 스포츠를 두루 잘하는 아이로 컸으면 좋겠어. 인라인도 탈 줄 알고, 겨울에는 스키도 타고, 여름에는 수영도 하고 말이야."


남편이 말하는 아이에 대한 바람을 듣고 있자니, 나야말로 뭘 좀 잘하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월급쟁이가 얼마나 속 편하고 다행인가 싶다가도, 숨이 멎는 그 날까지 직장인일 수는 없다는 현실을 자각해 본다. 게다가 출퇴근에 육아, 코로나로 인한 집콕 생활 등 어느 때보다 간결해져 버린 생활에 스스로 내세울 수 있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서 위로든, 혹은 운이 좋게 경제적인 수익이든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요즘은 직장인들도 퇴근하고 배민라이더 이런 걸로 돈을 번다는데. 나도 해봐?'


면허는 있어봐야 직진용이요, 그나마 드라이브를 나가면 아무도 없는 주차장에서 문을 긁고 있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길눈이 훤해서 어디든 금방 찾아가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길치도 이런 길치가 없다. 배송이 문제가 아니라 배송을 나갔다가도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동학 개미...,... 나도 주식투자?'


9시 업무 시작과 동시에 주식 시장도 시작됐다. 갑자기 움직이는 숫자들. 빨간 숫자와 파란 숫자가 급격히 움직이고 나의 주식 또한 격렬한 반응을 보인다. 업무 시간 틈틈이 수익이 났는지, 마이너스는 얼마만큼 생겼는지 확인을 한다. 누가 보면 수천만 원 주식 투자를 한 줄 알겠으나, 3,600원짜리 주식 2주를 샀다. 즉 7,200원의 돈이 투자되었다. 기록적으로 10%의 수익이 나도 720원이고, 마이너스가 생겨도 생계에 전혀 지장이 없는 수준이다. 주식에 대해 공부하고 투자에 대한 나름의 기준이 생겼다 하더라도 문제는 간이 작아서 주식을 살 수 없다는 점이다. 이것도 아니다.


'요리... 도전해봐?'


아침 9시에 김밥을 싸려고 준비하면 완성돼서 먹는 시간은 오후 3시다. 맛에 대한 감도, 요리에 대한 센스도 없다. 그걸 안다. 이건 잘할 수 없는 분야다.


'손재주라도 있다면...'


캘리그래피를 배웠었다. 민간자격증이지만 3급을 취득했다. 연습했고 또 연습했다. 책에 나온 멋진 문장을 나름대로 멋지게 쓰고 싶었지만 실력이 어느 순간 멈춰버렸다. 남을 가르칠 정도의 수준도 아니고, 그렇다고 잘 쓴다고 밖에 나가 자랑할 수준도 아니다. 이것도 아니구나.


'글을 써봐?'


올 한 해 공모전에 제출한 글이 몇 개인지 셀 수도 없다. 많이 냈다. 많이 썼다. 자잘한 표어나 슬로건도 열심히 적어서 제출했다. 물론 수익으로 이어지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괜한 실패에 마음만 상했다. 역시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 브런치나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블로그로 수익을 내는 이들도 있다는데 그렇게 관리하고 꾸준히 콘텐츠를 업로드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외부와의 소통이라도 잘 되느냐고? 브런치 글 한편에 라이킷 10개면 정말 잘한 거다. 아무래도 공감을 살 수 있는 글쓰기조차 나에게는 버거운 모양이다. 그나마 책을 겨우 출간해봤지만 출판사 대표와는 연락이 끊겨 인세조차 받아보지 못했으니 여러 가지로 실패라고 할 수 있다.



그냥 잘하는 게 있으면 좋겠다. 본캐는 직장인이고, 부캐로 들고 있을 수 있는 좋아하는 것 말고 잘할 수 있는 무언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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