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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독서리 Jan 25. 2021

월요병 그리고 꿈

유명 정치인이 건넨 .

극구 거절했지만 끝까지 손을 잡아끌며 쥐어준 돈뭉치.

얼마인지 가늠할 수는 없지만 손에서 느껴지는 느낌만으로도 액수만큼은  어마어마하다는 확신. 짧은 찰나임에도 죄를 짓는 듯한 죄책감과 받고 싶다는 인간의 본성이 느껴지는 생생함.


눈을 번쩍 떴다. 정신을 차렸음에도 실제 정치인이 건넨 돈을 잡아든 것 마냥 꽉 진 두 손. 어쨌든 꿈속에서 돈을 움켜줬고 눈을 뜨는 그 순간까지도 실제 돈을 움켜쥐는 것 마냥 손에 힘을 주는 모습에 멋쩍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했다. 그래도 돈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 누군가한테서 받았으니 왠지 좋은 기분이 드는 꿈. 게다가 월요일 출근을 해야 하는 날임에도 꿈에서의 돈뭉치를 보고 나니 괜스레 올라가는 입꼬리. 그리고 이어진건.


인터넷 폭풍 검색

"정치인 꿈 해몽"

 

'오..,... 나쁘지 않아. 오...,... 좋아... 좋네. 오...,...'


선명하고 생생했던 꿈. 관심이라고는 추호도 없는 정치지만 길몽이라기에 반드시  '로또'를 사리라 결심 또 결심을 했다. 그리고 로또 1등 당첨금 수령방법까지도 검색하기에 이르렀다. 혹시라도 누가 볼까 숨겨가며 말이다.


1등은 농협 본사에서만 수령이 된다는 것과 허름한 옷차림으로 가는 것을 권장하며 농협 직원의 투자 제안에는 '빚'이 너무 많아서 그것부터 해결을 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는 조언까지 꼼꼼하게  읽고 머릿속에 입력했다.


그야말로 한 주가 가벼웠고 가뿐했다. 근본 없이 받아든 자동 번호 6개는 이미 마음속의 1등이었다. 당첨금을 수령하러 혼자 가야 할지, 연차를 언제 내야 할지 등 확신에 찬 미래를 그려나갔다. 그리고 너무나 기뻤다. 즐거웠고 행복했다. 좀처럼 꿈을 꾸지 않던 내가 정치인으로부터 돈을 받는 길몽을 꾸었으니 그럴만하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주말권인 목요일이 됐다. 이쯤되니 기왕에 꾸는 꿈이라면 대통령정도는 나왔어야 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도 들고, 1등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스멀스멀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망의 토요일 저녁 로또 추첨시간이왔다.


'그래도 5천 원은 되겠지?!'


인생은 여전하다. 역전을 갈망했기에 유난히 헛헛한 마음이 드는 월요일. 지하철에 몸을 싣고 한결같이 출근중이다. 저 멀리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꿈속에서 내 손에 돈을 쥐어준 그 정치인도 어쨌든 출근해서 뭔가 일은 하고 있겠지...,...

혹시라도 살다가 만나게 되면 말해야겠다.


꿈에 나와서는 그렇게 싫다는 나한테 돈뭉치를 쥐어주는 꿈을 꾸고 로또를 샀는데 '꽝'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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