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햇 Apr 20. 2024

4월의 미국 캠퍼스를 담아, 봄

    봄날의 캠퍼스는 눈이 부시다. 캠퍼스 생활을 하는 장점 중 하나다. 꽃들도 만개하고, 잘 조성된 풍경에 미소 짓게 된다. 또, 달리 미국이겠는가? 이 날씨와 풍경에 맞추어 각종 이벤트들도 꽃을 피우고, 수업마다 날씨와 관련된 액티비티를 하거나, 야외 수업을 하기도 한다. 길고 긴 겨울을 중북미에서 보내보니 이런 반응이 너무 자연스럽기도 하다. 분위기에 덩달아 봄에 충실하게 된다.




이 계절에 진심인 4월의 블루밍턴을 만나보자.




  어딜 가든 그냥 다 예뻐서 길 가다가 랜덤하게 계속 찍었다. 새싹들이 막 움트는 초록빛이 풋풋하다. 어느덧 1학년 2학기가 끝나간다. 이 커리어의 새싹이 따로 없다. 나이가 많고 늘 일에 허덕여서 저렇게 예쁜 초록빛일는지는 모르겠지만, 훗날 돌아봤을 때 느낌만이라도 저렇듯 풋풋하기를 바란다.





    수업 중 한 과목에서 마지막 30분은 자유 토론 시간이었는데, 동기들이 밖에 나가서 진행해도 되냐고 교수님께 여쭤봤다. 교수님은 너무나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날이 아주 포근한 날이었다. 풀밭에 둘러앉아 다 같이 그냥 놀았다. 기분이 째진다. 땡땡이에 가슴이 설레는 바람직한 박사생이다. 여름처럼 입은 동기들이 예뻐서 한 컷 남겼다. 일어나니 엉덩이가 축축했지만, 감성만큼은 촉촉했다는 후문이다.






   바로 위 엊그제 수업도 그렇고, 다른 교수님들 수업도 보니까 야외 수업을 많이들 하길래 왠지 쿨한 미국 선생님처럼 굴어야 할 것 같았다. 하여, 가르치는 학부생 수업에서 마침 또 야외 활동을 접목할 수 있는 Savoring이라는 토픽을 다루고 있어서, 나가서 현재에 머물며 오감에 집중해 보는 활동을 내주었다. 학부생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30분 나가 놀고 오더니 웃통은 훌훌 벗어젖히고 양 볼이 발그레해져서 들어오는데 생기가 넘쳤다. 역시 캠퍼스의 꽃은 그저 대학생들이다.





  이번 주 지도 교수님 수업에서 집단상담 리더 시뮬레이션을 했다. 전에 없던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페이퍼를 쓰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한 회기를 수업에서 시뮬레이션 하는 것이었다. 예전부터 경험에 기반해서 생각해두던 것이 있어서 흥미롭게 진행 중이다. 기존 연구를 살펴보니 아직 양적연구도 전무하고, 그나마 질적 연구가 꽤 있어서 많이 참고해서 구성해 보았다. 새 프로그램 구상하는 게 너무 재밌다.



  어쩌다 첫 타자로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반응도 좋았고 교수님이 귀여운 이모티콘과 함께 필기체로 잔뜩 피드백을 주셨다. 교수님 저는 필기체 못 읽는 외국인 학생입니다만……. 모쪼록 후한 점수는 감사드립니다.





  우리 랩의 뽀시래기 학부생 RA가 첫 포스터 발표를 했다. 랩 연구 코디네이터여서 교수님이랑 같이 가서 으쌰 으쌰 해주고 왔다. 부모님까지 오셔서 사진도 찍고 발표도 열심히 하는 게 대단하고 귀여웠다. 필자는 학부생 때 이런 생산적인 것은 안 하고 칠렐레 팔렐레 놀러만 다녔는데 말이다. 미국 심리학 학부생들은 연구 경험을 진짜 많이 쌓는다.







   학교에서 이벤트로 Chocolate Moose 아이스크림 가게의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나눠 주었다. 시간에 맞춰 내려가니 줄이 엄청 길었다. 못 받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으나, 역시나 천조국 스케일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아이스크림 카트는 꽤나 많은 사람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나누어주고 홀연히 사라졌다. 애정 하는 민트 초코 맛을 받아와서 자리에서 논문을 쓰면서 퍼먹었다. 상당히 맛있었다. 학교에 이벤트가 많아 재미있다.






   너무 더워지기 전에 집 뒤뜰도 알뜰히 찾아주고 있다. 소파나 카우치 같은 것이 있으면 더없이 좋겠다. 여기서 논문도 보고, 지금 블로그도 쓰고 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과, 뜬금없이 오가는 새들이 사랑스럽다. 방에서 공부를 할 때에도 창문을 열어젖히고 바람과 소리를 들으며 한다. 하여튼 날씨 좋은 게 그저 장땡이다. 이것도 학기가 거진 끝나가고 여유가 생기니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거겠지만 말이다.







    공부하는 건물에 있는 도서관이 아름다워서 한 장 담아보았다. 숲과 나무로 둘러싸인 채 통창으로 자연광을 온몸으로 맞는 도서관이다. 때마침 입학할 때 리뉴얼 했다고 하니 운이 좋았다. 자리에서도 일을 하지만, 개인적으로 개방감 좋은 자리에서 생산성이 높아서 이 도서관도 자주 찾게 된다.







     동기들과 터키 음식점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한 번씩 모여 맛있는 것을 먹으며 같이 신세한탄할 때 제일 스트레스 풀린다. 학교 일뿐만 아니라 사적으로도 많은 이야기들을 공유하게 된지라, 서로 사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시간이 빨리 간다. 동기 중 두 명이 결혼식/약혼식 준비 중이라 요즘 가장 핫토픽이다. 듣는 사람이 더 설레게 한다. 곧 있을 동기의 세기의 약혼식을 기대해 본다. 나름 중역(?)을 맡아서 실수 없이 잘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  





  날이 너무 좋던 어느 날, 심리 상담 사이 짬을 내서 가까운 카페에 커피를 사러 다녀왔다. 친구 둘 다 봄이라고 어여쁘게 차려입은 게 예뻐서,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모습을 한 컷 담아보았다. 색감, 패턴 어딜 내놔도 화려함으로는 빠지지 않을 드레스였다. 평범하게 입고 두 친구 사이에 껴서 걸어가니 연예인들 사이에 낀 듯, 기분이 이상했다. 하여튼 삶을 재밌게 사는 친구들이다.







   날이 좋아서 야외 테니스를 치고 있다. 갓생을 노려보며 일요일 아침 9시에 테니스를 치러 갔다. 고요함과 적당히 선선한 날씨, 선명한 색감에 가슴이 설렜다. 그러기도 잠시, 조금 뛰니까 갓생이고 나발이고 피로가 확 몰려와서 혼났다. 운동 전 날에는 앞으로 조금 더 충분히 자두고 컨디션을 관리하기로 다짐했다. 자주 앉아서 쉬었지만, 나름 또 앉아서 바람을 즐기며 풍경을 눈에 넣는 즐거움도 있었다.





  학기가 거의 다 끝나간다. 확실히 이전 포스팅에 비해 스트레스 수준이 현저히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 마지막 한 주는 대면 수업도 마무리하고, 1년 동안 만났던 개인 심리 상담 내담자들과 집단도 정리를 하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또,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박사과정생 연례 평가 결과도 들을 예정이다. 많은 감정과 소회가 오가게 될 한 주를 예상해 보며, 글을 마무리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에서 완전 개기일식을 맨 눈으로 영접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