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나는 여느날과 다를바 없이
숨이 가빠지게 뛰어오는 여명 속에서
더이상 나빠질 것도 없는 동아줄로
가파른 절벽 위로 아슬하게 걸쳐있는지 모른다
사라지는 사람들 사이에서 홀로 선
나에게 신이 하사한 것은
끊임없이 바빠야 살 수 있는 축복일까
아니면 그것조차 만족하지 않고 나아가려는 저주일까
좋은 아빠로서, 자식으로서, 그리고 당신으로서
아-나는 분명
이따금씩 자라나는 최소한의 씨앗마저 짓밝으며
소용돌이 치는 바다 속으로 온몸을 던졌는데
결국 남은 건 아파하는 신음 뿐인가
2022.11.03 황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