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은 <크로스>. 영화는 진작에 완성되었지만, 우여곡절로 인해 개봉일이 여러 번 바뀌고 결과적으로 넷플릭스 영화로 단독 스트리밍되었다. 염정아와 황정민, 전혜진이 주연으로 출연했고 황정민은 이 영화의 홍보를 위해 요즘 한참 뜨고 있는 '언니네 산지직송'에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셋의 케미가 상당하고 애초에 모두 검증된 배우들이기 때문에 <크로스> 개봉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지난 8월 9일 공개 직후 해외권에서는 탑 10위로 바로 올라가는 등 호평이 일색이었으나, 국내 반응은 그정도에 미치치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 2005년 <슈퍼 따릉이>라는 영화를 제작한 적이 있는 이명훈 감독이 약 20년 만에 만든 영화이며, 이 영화의 연출과 각본 등을 맡았다.
<크로스>는 범죄 첩보물을 표방한 코미디 영화로, 강력범죄수사대 에이스 형사인 미선(염정아)과 전직 대테러진압요원이라는 신분을 숨기고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는 미선의 남편 강무(황정민)이 큰 사건에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커다란 서사만을 놓고 보면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와 <트루 라이즈> 등의 영화가 떠오르고, 특히 후반부의 몇 액션 장면들은 아예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에 대한 오마주가 느껴질 정도로 직설적인 벤치마킹을 했다. 이 영화들의 기본적인 틀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 영화지만, 중간에 희주(전혜진)라는 캐릭터의 변주를 꾀하고 정만식, 김주헌 등 굵직한 조연 배우들을 감초처럼 배치해 극의 재미를 살렸다. 인상적인 미장센이나 특별하고 독특한 구조, 혹은 서사의 흐름 등은 이렇다할 만한 것이 존재하지 않지만, 코미디 장르에 충실하고 또 모든 장면을 하드캐리하며 이끌어 나가는 염정아, 전혜진, 황정민 세 배우의 케미가 돋보인다. 정리하자면 아주 괜찮은 킬링타임 영화가 되겠다.
특히 염정아와 전혜진이 함께 출연한 <뺑반>에서 보여주었던 캐릭터들의 연장선에 어느 정도 위치한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즐겁게 볼 수 있었다. 약간의 반전은 존재하지만 그게 엄청나게 특출난 반전은 아니며, 그 반전을 위해 이 영화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더불어 넷플릭스 <수리남>을 재밌게 봤다면 박장대소할 만한 장면이 엔딩에 존재한다. 넷플릭스를 즐겨보는 한국인들을 위한 일종의 잔재미를 챙기는 것도 꽤나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