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의 <에일리언>과 1986년의 <에일리언> 이후에 나온 '에일리언' 시리즈가 보여주는 한계는 자명하다. 특히 1979년 최초의 <에일리언>이 세상에 공개된 이후, 애초에 호러 영화의 장르적 지점에 강하게 맞닿아 있던 그것은 결국 블록버스터로 제작되기 시작하며 기존에 가지고 있던 특유의 장점을 모두 벗어버려야 했다. 이 점은 모두가 1편과 같은 새 시리즈의 제작을 바라 마지 않고 있는 최초의 제작자였던 리들리 스콧의 한계로도 읽힌다. 실제로 그가 오랜 시간 공들여오고 있는 '에일리언' 프로젝트가 어떤 식으로 세상에 보여질지, 세상에 보여질 수는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지만 확실히 '에일리언'은 초기 작품들이 기존에 고수했던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 혹은 알 수 없는 공포로부터의 생존을 다룬 것과는 아주 다른 의미로 확장되었다. 매력적인 시리즈임은 분명하지만 그렇기에 이 시리즈의 한계는 아주 명확하다. 지금까지의 '에일리언'과는 다른 스핀오프를 보여주는 것 외에는 지루하고 고루한 시리즈의 반복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뚫을 방법이 없다. 마치 '오멘' 시리즈가 <오멘:저주의 시작>을 내놓기 전까지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리고 정확히 그 지점에서, <에일리언:로물루스>의 한계 또한 자명하다. 이 영화가 표방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이 영화에서 새롭게 작용하는 에일리언 시리즈의 장점들이 있는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답은 '알 수 없음'이다. 물론 <에일리언:로물루스>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작품이다. 애초에 페데 알바데즈가 가지고 있던 공포 영화 혹은 서바이벌 장르로의 장점들이 녹아있음은 분명하다. 영화 안의 크리쳐들은 기술의 힘을 토대로 한껏 더 멋지게 날아 올랐으며, 구체화되고 세밀화된 크리쳐들로 인해 주인공들의 고군분투는 단연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외의 것이 있을까? 결과적으로 <에일리언:로물루스>는 에일리언 1편과 2편, 특히 1979년작인 1편의 장점을 참고한 작품에 지나지 않는다. <에일리언:로물루스>가 팬 무비 정도로 느껴지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다. 이 영화는 지난 에일리언들을 충실히 답습하기 위해 노력하고 실제로 어느 정도 그 지점에 있어서 성공을 거뒀지만, 공포영화 장르로서도, 서바이벌장르로서도, 더 나아가 블록버스터로서도 뭐 하나 아주 뛰어나다 느껴지는 지점들이 없다. 게다가 정말로 솔직히 말하자면, 이걸 '공포'라고 할 수 있을까? 이미 40년도 더 전에 던져졌던 '에일리언' 시리즈 내의 '공포'를 그저 또 한 번 시도하고 답습하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이건 독창적인 영화라기보다 '에일리언' 시리즈의 팬 무비에 지나지 않는다.
기존의 레퍼런스를 대거 가져오고, 모든 장면들과 서사들을 차용한 <에일리언:로물루스>는 '에일리언 시리즈'가 나아가야 할 방향점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과거의 에일리언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차용하려고 노력했으나 정말로 차용 그 자체에 지나지 않아버렸고, 현대적으로 변환된 크리쳐들 외에 주조연들 또한 B급 슬래셔 무비의 그것과 같다. <에일리언:로물루스>가 좋은 영화로 발전하기 어려운 지점도 여기 있다. 평평하고 수동적인 캐릭터들의 조합은 극적인 상황과 긴장감의 연속인 장면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극을 지루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이 영화의 캐릭터성은 정말로 절망적인데, 페데 알바데즈의 전작인 <맨 인더 다크>에서 느껴지던 공포 장르로의 장점, 음습함과 불쾌함에서 오는 긴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지점 또한 살려내지 못했다. 말하자면 '웨이랜드'사의 회사규격에 딱 맞는 합성인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영화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