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있어서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이 한 번쯤 생각해보는 생각. '내가 지금까지 낸 축의금 다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나는 왜 내기만 하고 받기만 하나?' <손해 보기 싫어서>는 이 흔한 생각에서 출발하는 드라마다. 손해 보고 살기 싫은 여자 손해영(신민아)은 계산하는 법을 타고 난 인물이다. 손해 보기 싫지만 손해를 봐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면 최소한의 비용만을 내고 지나가고자 한다. 그렇게 요리조리 잘 피해온 해영에게 가장 큰 산은 회사다. 해영의 직장인 '꿀비교육'의 복리후생의 대부분이 결혼, 출산, 육아에 몰려있는 현실, 그리고 미혼에게 잘 주어지지 않는 승진 공모에 개탄하며 이 모든 상황을 타파할 방법을 찾는다. 그것이 바로 '결혼식'이다. 결혼이 아닌 결혼식만 올리면 모든 게 해결된다 생각해 일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해영에게 편의점 야간근무생이자 해영과 그리 사이가 좋지 못한 김지욱(김영대)가 나타난다. 해영이 중고마켓에 올린 '신랑 구인' 공고를 본 지욱은 탐탁지 않지만 일단 해영과 계약하기로 마음 먹는다.
여기까지 본다면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계약 결혼, 가짜 혼인 등을 주 소재로 하는 드라마라 생각될 것이다. 그런데, 사실 손해영과 김지욱이 공모해 결국 성공에 이르렀던 이벤트인 '결혼식'은 시작에 불과하다. 결혼식 해프닝 이후로 한동안 연락하고 지내지 않던 두 사람이 돌연 '부부 행세'를 해야 하는 사건이 등장하면서부터 <손해 보기 싫어서>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단면만 놓고 보면 코미디 요소를 강하게 첨가한 로맨틱 코미디 같지만, <손해 보기 싫어서>의 등장인물 그러니까 주연인 해영과 지욱을 비롯해, 그 주변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사연과 그들의 얽힌 관계성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이를 테면 이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대체 가족 서사가 대표적인데, 주인공 해영과 그의 친구는 오랜 시간 동안 가정위탁으로 엮인 관계다. 엄밀히 말하면 친구도 가족도 아닌 복잡한 관계성에서 기인한 다툼과 애증, 혹 어떤 애정어린 서사는 보는 사람들을 움찔하게 만드는 매력으로 뭉쳐져 있다.
<손해 보기 싫어서>의 큰 줄기는 해영과 지욱의 로맨스일 수밖에 없지만, 그 곁을 채우고 맴도는 다양한 사람들의 관계가 이 드라마를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큰 요소가 된다. 때문에 자극적인 장면과 비어있는 서사에서 멀리 떨어져 정말로 치고 빠져야 할 때를 명확히 알고 계획하고 실행하는 드라마가 되었다. 극중 모든 인물들이 자신만의 서사를 가지고 정확한 캐릭터성을 입고 숨쉬기는 참 드문데(한국드라마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손해 보기 싫어서>는 각 인물들에게 부여된 관계성의 탄탄함 때문인지, 삐걱거림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유려했다. 올해 봤던 로코물 중에 가장 완성도 높은 드라마였으며, 동시에 사회적으로 '결혼'이란 무엇인가 혹은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두루 생각해보게 만드는 즐거운 드라마였다. 통통 튀는 매력을 보여준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 또한 드라마를 풍성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였음은, 당연지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