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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저 Mar 13. 2022

<논어>, 효를 생각하다

효(孝)를 행함에 있어서 '얼굴빛을 밝게 하는 것’ 이란 무엇일까?


[필로어스 위대한 질문: ‘효’]


공자의 <논어>은 현재의 나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타지에서 생활하면서부터 자주 뵙기 힘든 부모님에 대한 '효'가 더욱 간절해졌다. 몇 해 전 부모님과 떠나는 여행을 준비하면서 더 멋진 장소, 더 맛있는 음식, 기준보다 더 나은 곳을 찾았고 그에 따라 여행 일정은 점점 빡빡해졌다. 물론, 여행 후 '고마운 딸, 자랑스러운 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지만, 가끔씩 그때 내가 행한 '효'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효(孝)에 대해 생각하다


공자는 춘추전국시대 혼란의 원인을 도덕성의 타락으로 진단하였다. 그 혼란을 극복하고 올바른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인(仁)'을 주장한다. 공자의 <논어>에서 보듯 '인(仁)'은 사랑하는 마음이다. 나 자신을 수양하고, 다른 사람까지 사랑하게 되는 것. 즉, 남을 배려하고 남과 함께하며 나아가서는 남을 위하는 의미까지 담겨있다.


'인(仁)'을 실천하는 근본은 '효(孝)'이다. 공자는 늘 가까운 데에서부터 '인(仁)'을 실천한다. 나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수양하는 '극기(克己)'에서 시작한 인은 나와 가장 가까운 내 부모를 섬기는 마음으로 이어지고, 내 부모를 섬기는 마음처럼 다른 사람을 섬기고 공경한다면 더 이상의 규범과 도덕이 필요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1. '효(孝)란, 가장 정성스럽되 가장 기본적인 것


- 孟武伯問孝, 子曰: "父母唯其疾之憂."
(맹무백문효. 자왈: 부모유기질지우)
맹무백이 효를 묻자, 공자가 대답했다. "부모는 오직 자식이 병들까 근심한다."(2.6)

- 子游問孝 子曰 今之孝者 是謂能養 至於犬馬 皆能有養 不敬 何以別乎
(자유문효 자왈 금지효자 시위능양 지어견마 개능유양 불경 하이별호)
자유가 효를 묻자, 공자가 대답했다. "지금의 효는 잘 봉양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견마에게도 모두 길러줌이 있으니, 공경함이 없다면 무엇이 다르겠는가?"(2.7)

-<논어> 제2편 爲政-


논어 '위정(爲政)'에서 공자가 말하는 '', 부모에게는 자식을 향한 조건 없는 사랑을 의미하고, 자식은 그러한 부모를 봉양하되 공경함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경'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부모를  모시는 봉양은 짐승도   있는 일이지만,  마음을 헤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처럼 공자가 말한 '효'의 본질은 부모를 대하는 단순한 공경이 아니라, 부모를 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통해 나아가 완성된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효'는 가장 정성스럽되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2. '효(孝)란, 다른 이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지는 것


-季康子問: "使民敬忠以勸, 如之何?" 子曰: "臨之以莊則敬, 孝慈則忠, 擧善而敎不能則勸."
(계강자문: "사민경충이권, 여지하?" 자왈: "림지이장즉경, 효자즉충, 거선이교불능즉권.")

계강자가 "백성들이 윗사람을 공경하고 충성하게 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하고 묻자, 공자가 말했다. "장중한 태도로써 백성들을 대우하면 그들은 곧 당신을 존경할 것입니다. 당신께서 부모에 효순 하고 자제에 자상하며 백성들은 곧 당신께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 당신께서 선량한 자를 기용하여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가르치면 백성들은 곧 서로 권면하여 노력할 것입니다."


-或謂孔子曰: "子奚不爲政?" 子曰: "『書』云: '孝乎! 惟孝, 友于兄弟, 施於有政.' 是亦爲政. 奚其爲爲政?"
(혹위공자왈: "자해불위정?" 자왈: "서운: '효호! 유효, 우우형제, 시어유정.' 시역위정. 해기위위정?")

어떤 사람이 공자에게 "선생께서는 어찌하여 정치를 할지 않으십니까?"라고 묻자, 공자가 말했다. "서경(書經)에 효(孝)란 부모에 대한 효경(孝敬)이요, 우(友)란 형제의 우애를 말한다고 하였으니, 이 원리를 정치에 펼치는 것, 이것이 곧 위정(爲政) 아닌가? 어떻게 해야 비로소 정치라 할 수 있는 것인가?"

-<논어> 제2편 爲政-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는 공자의 '위정'과 유사하다. 사람이 스스로 수양하여 덕을 갖추어 남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세상을 다스리는 수기치인에서, 나를 다스리는 기본이 바로 ‘효’이다.


그렇게 본다면, 공자가 말하는 '효(孝)'는 우리가 생각하고 실천하는 단순히 부모를 봉양하는 의미인 '효'의 범위보다 넓다.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의 시작이 곧 '효'이며, 내 부모를 잘 모시는 마음에서 시작된 효는 다른 이에 대한 사랑의 마음으로 이어진다.



3. 공자 <논어>에서 말하는 '효(孝)'에서 '얼굴빛을 밝게 하는 것'이란?


子夏問孝, 子曰: "色難. 有事, 弟子服其勞; 有酒食, 先生饌, 曾是以爲孝乎?"
(자하문효, 자왈: "색난. 유사, 제자복기로; 유주사, 선생찬, 증시이위효호?")

자하가 효를 묻자, 공자가 말했다. "(부모를 모심에 있어) 얼굴빛을 밝게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만약 사정이 있으면 젊은이들이 노력을 하고, 술과 밥이 있으면 나이 드신 분들에게 먼저 드시게 하는 것, 이것이 효가 아니겠느냐?"(2.8)

-<논어> 제2편 爲政-


나아가 '효(孝)'를 행함에 있어서 '얼굴빛을 밝게 하는 것'이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공경이다.


최근 '어르신 케어 AI 로봇', '어르신의 best friend 로봇'이라는 광고를 봤다. 로봇이 노인의 가장 친한 벗이라니 슬픈 마음이 먼저 들었다. 고령화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고 노인을 책임지고 보살필 필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는 반면, 바쁜 자식은 부모를 챙길 여유가 없어진다. 어쩌면 독거노인을 살피는 반려 로봇은 자식의 미안한 마음을 대변해 주고 사회적 차원에서 실현되는 구체적인 서비스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공자의 ‘효’에 대입해보면, 노인을 위한 사회적 차원의 제도가 합리적으로 운용되고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려면 마음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마음이 없는 제도란 그저 형식적인 의례에 그치고 만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 없이도 할 수 있는 서비스 차원의 효가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이다.


공자도 ‘효’를 행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이 '(부모를 모심에 있어) 얼굴빛을 밝게 하는 것'이라고 했으니,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공경은 역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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