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린저 Mar 18. 2022

<논어>, 인을 생각하다

'인'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성인'과 어떻게 다를까?


[필로어스 위대한 질문: '인']


주차하고 시동을 끄기 전에 습관처럼 시간을 확인한다. 오늘은 7시 54분. 공자는 ‘좋아하고 즐기는 자가 되어라’고 했지만 반복되는 일상이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다. 누군가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누군가 덕분에 힘을 내기도 한다. 혼자가 아닌 더불어 잘 살기 위해서 이 모든 시간을 이겨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공자가 말하는 ‘인’ 도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하는 것일까.




'인(仁)'과 '성(聖)'의 차이


子貢曰: "如有博施於民而能濟衆, 何如? 可謂仁乎?" 子曰: "何事於仁, 必也聖乎! 堯舜其猶病諸! 夫仁者, 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 能近取譬, 可謂仁之方也已."
(자공왈: "여유박시어민이능제중, 하여? 가위인호?" 자왈: "하사어인, 필야성호! 요순기유병저! 부인자, 기욕립이립인, 기욕달이달인. 능근취비, 가위인지방야이.")  

자공이 말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백성들에게 매우 좋은 것을 많이 주어 많은 사람을 구제할 수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가히 인자라 할 만합니까?"
공자가 말했다. "어찌 인자에 그칠 것이냐? 분명 성인일 것이다! 요순임금조차도 해내기 어렵다. 인자는 자기가 서고자 하여 다른 사람들을 도와 함께 일어서는 사람이다. 또 자기 일을 잘하고자 하여 다른 사람들을 도와 함께 잘하게 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처지로 미루어 다른 사람의 형편을 헤아리니, 가히 인을 실행하는 방법이라 할 것이다." (6.28)


유교의 핵심 덕목인 '인(仁)'과 '성(聖)'의 차이는 무엇일까. '인'은 자기보다 남이 바라는 바를 이루어 주는 것인데, '성'은 여기서 더 나아가 모든 백성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공자는 '성'을 '인'보다 높은 가치로 평가했다. 남이 바라는 바를 이루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성인'은 모든 백성을 편안하게 해주는 큰 그릇이라니.



'인'은 함께 잘 살아야 할 이유


옹야 28에서는 말하는 '인자' 자기가 서고자 하여 다른 사람들을 도와 함께 일어서는 사람이다.  자기 일을 잘하고자 하여 다른 사람들을 도와 함께 잘하게 하는 사람이다. 나만이 아닌 함께  살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내가  살기 위해서다.


'인'은 멀리 있지 않다. 아침마다 밝게 인사해주시는 안내데스크 선생님께서 바라는 바를, 선생은 학생이 바라는 바를, 아내는 남편이 바라는 바를, 남편은 아내가 바라는 바를 이루어 주는 것. 가까운 곳에서 '인'을 실천할 수 있다.


공자의 '지(知)'와 연관시켜 본다면, 배움의 목적도 나의 삶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우선해야 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그 노력을 통해 이룬 결과가 사회를 위해 쓰일 수 있도록 힘쓰는 것이 바로 '인'으로 나아갈 수 있다. 배움의 목적이 나에게만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때 그 가치는 더욱 커지게 되고 나를 더욱 빛나게 만들 수 있다.



‘인’의 또 다른 의미


子曰: "人而不仁, 如禮何? 人而不仁, 如樂何?"
(자왈: "인이불인, 여례하? 인이불인, 여악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어질지 않다면 예를 해서 무엇 하며 사람이 어질지 않다면 음악을 해서 무엇 하랴?"(3.3)

子曰: "惟仁者能好人, 能惡人."
(자왈: "유인자능호인, 능오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오직 어진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 있고 또한 미워할 수 있다."(4.3)

子曰: "回也, 其心三月不違仁, 其餘則日月至焉而已矣."
(자왈: "회야, 기심삼월불위인, 기여즉일월지언이이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회는 그 마음이 석 달 동안 인에서 떠나지 않지만 그 나머지는 하루 또는 기껏해야 한 달 동안 인에 생각이 미칠 따름이다."(6.5)


'팔일 3장'에서 '예악은 인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어질지 않은 사람은 예악을 행해도 무의미' 함을, '이인 3장'에서 '인자는 모든 사람을 포용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인자는 사심 없이 사람을 판단하여 마땅히 좋아할 사람은 좋아하고, 미워해야 마땅한 사람을 미워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인'은 올바른, 어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논어>, 지를 떠올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