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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굳센바위 Nov 23. 2023

지속가능기술의 동기는 "공정"

[환경문제의 해결은 "기술"]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올바른 기술은 근본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동기가 제공되어야 개발된다.  

환경영향의 근본원인에서 먼저 물질 중심의 잘 사는 기준을 보자. 

잘 사는 기준에서 물질을 지울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을까? “소박한 삶”, “만족이 행복” 같은 글귀가 떠오른다. 따뜻하고 미소가 스미지만 이런 것들이 보편적인 기준이 될 수 있을까? 

물질 중심의 잘 사는 기준을 바꾸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가르치던 유교를 국가 운영의 철학으로 삼았던 조선시대조차도 물질적 부가 사회 질서의 굳건한 한 축을 담당했다. 


이기심은 인간의 본성이다. 

개인에 따라 이기심의 정도와 방향이 다르고, 덜 이기적인 사람도 있지만, 우리 모두는 자신의 이익에 따라 판단하고 움직인다. 단체도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하다. 사회 전체의 이익이 조직의 이익보다 앞선 경우를 경험한 적이 없다. 조직은 기업, 단체, 지역, 국가 모두 해당된다. 


이제 남은 것은 불공정이다.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것이 물질적 이익이 되고 물질적 부가 환경 문제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불공정은 기본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의 DNA에 의해 환경 문제를 악화시킨다. 기본적인 이기심을 초과하는 탐욕이 같이 작동하면 환경 문제의 해결은 불가능해진다. 

반대로 생각해 보자.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것이 물질적인 손해를 가져오고 환경 영향을 줄이는 것이 경제적 이익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환경 문제가 우리 모두의 건강을 해치고 돈을 훔쳐가고 있는 현실에서 이것이 정상이고 공정이다. 


환경적으로 공정하다면 환경 문제는 풀려나갈 수 있다. 

환경은 공공의 재산이며 오염으로 인해 개개인은 건강과 금전상 피해를 입는다. 이 피해를 원인을 제공한 자가 책임을 지도록 하면 오염은 줄어들 것이며 환경을 위해 노력할 동기가 명확 해진다. 


지금까지 환경적으로 공정한 시스템을 제시한 선각자들이 있었다. 

독일에서 태어난 영국의 경제학자로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의 창시자인 에른스트 슈마허(Ernst F. Schumacher)는 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를 통해 환경 이슈가 인간 사회에 미치는 피해를 설명하면서 인간 중심의 경제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간 중심의 경제란 양적 분석에만 치중하고 최적의 생산패턴으로 소비를 극대화하려는 근대 경제학을 탈피하여 질적 본성을 분석하고 적절한 소비 패턴으로 인간의 만족을 극대화하려는 방향성에 기반한다고 슈마허는 설명한다. 이 책에서 슈마허는 영국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인 케인즈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는데 필자는 책 속에서 발견한 케인즈의 주장을 방법적인 면에서 동의한다. 케인즈는 “경제적 진보는 종교와 전통적인 지혜가 언제나 거부하도록 가르치는 인간의 강한 이기심을 이용하는 경우에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슈마허는 탐욕과 시기심 같은 인간의 악덕이 체계적으로 길러진다면, 그것은 지성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고 탐욕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은 사물을 전체적으로 보는 능력이 상실되어 그러한 사회는 실용적으로도 실패할 것이라고 역설한다. 하지만 필자는 인간의 이기심은 본성이니 이 이기심을 조절하려는 시도보다 올바르게 이용하는 방법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폴 호켄(Paul Hawken)은 기업가이자 환경운동가이며 저술가다. 기업과 환경의 관계를 사업 구조와 철학적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풀어낸 그의 글들에 대해 고개를 숙이게 된다. 그의 저서 ‘비즈니스생태학(The Ecology of commerce)'에 호켄이 추구하는 시스템이 표현되어 있다. 

“좋은 일 하기가 전혀 어렵지 않은 시스템, 의식적인 이타심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행동 하나하나에 의해 더 나은 세상이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필자는 슈마허의 인간 중심의 경제와 호켄이 추구하는 좋은 일이 당연한 시스템이 바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세상이며, 이런 세상은 케인즈가 주장하는 방법으로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올바른 것이니 실천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올바른 것이 이익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 

이기심은 인간의 본성이기에 그 자체를 변화시킬 수 없다. 이기심은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환경을 오염시키면 손해를 보고 환경을 개선했을 때 이익이 생긴다면 세상은 분명히 달라진다. 


예전에 금속 파이프를 제조하는 회사에 자문을 해준 적이 있다. 이 회사는 다른 회사들처럼 제안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결과가 매우 고무적이었다. 한 마디로 제안의 양적, 질적 수준이 높았고 회사의 이익에 기여도가 실질적이었다.  

대부분의 회사는 제안제도를 통해 개선 항목을 찾아내고 개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고 싶어 한다. 제안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회사를 보면 제안의 대가가 낮거나 일률적이고 평가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 때로는 제안자가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지금까지 개선하지 않은 것을 경영진이 지적한 것이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가져왔을까? 그것은 조직이 추구하는 바를 개인의 이익이 되도록 만든 것이었다. 


사실 환경적 불공정을 해소하는 방향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1972년 OECD는 환경정책의 4대 원칙을 발표했다. 

Recommendation of the council on guiding principles concerning international aspects of environmental policies, OECD

오염자부담원칙 (polluter pays principle)

조화원칙 (harmonization principle)

무차별원칙 (non-discrimination principle)

환경비용 보전을 위한 수입세부과 및 수출환급 금지 원칙 (compensating import levies and export rebates principle) 


이 중에서 특히 오염자부담 원칙은 전 세계적으로 전파되었으며 우리나라의 환경정책기본법에도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환경적 혜택과 부담을 공평하게 나누고,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으로 인한 피해에 대하여 공정한 구제를 보장함으로써 환경정의를 실현하도록 노력한다.』

1992년 6월 3일부터 14일까지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전 세계 185개국 정부 대표단과 114개국 정상 및 정부 수반들이 모여 지구 환경 문제를 논의하고 채택한 “리우 선언”에도 인간과 자연의 조화, 개발 과정에서의 환경 고려, 적절한 정보 제공 등의 원칙과 함께 오염자 비용 부담의 원칙이 포함되었다. 

오염자 비용 부담의 원칙은 누가 보아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으며 기업이 환경 비용을 내부화하도록 만든다. 환경 비용이 내부화되면 아마 모든 기업들이 당장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노력을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1972년 OECD의 4대 환경정책,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의 “리우 선언” 뒤 2003년 유럽연합이 통합제품정책을 채택한 후 제품에 대한 직접적인 환경규제가 글로벌 규제가 되어가고 있는 현재까지도 진정한 수준의 환경 비용 내부화에 대한 혁명적인 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환경 비용 내부화에 대한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제적 규제는 오래전부터 오염피해 배상, 각 종 부과금과 부담금 등의 형태로 운영되어 왔고 온실가스 배출권, 기후 금융, ESG 평가로 발전해오고 있다. 요즘은 탄소국경세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이런 종류의 논의 자체가 불공정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려는 노력으로 인정하고 싶다. 하지만, 현재의 건투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일부 동의하지만 종합적인 차원에서 환경 문제를 바라보는지, 진정으로 공정(fairness)이라는 원칙을 고려하는지에 대해서는 성찰이 필요하다. 


환경 문제 해결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유럽연합의 환경세를 살펴보면 2019년 에너지세는 77.9%를 차지했고 교통세가 18.9%, 오염 및 자원세가 3.2%였다. 다른 지역에 비해 우수 사례지만 오염 및 자원세의 낮은 비중은 공정(fairness), 즉 환경비용의 내부화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기차의 가파른 성장과 같은 그린 비즈니스 시장이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린 비즈니스는 환경에 대한 노력이 이익으로 연결되는 것이니 인간의 이기심과 연결된다. 하지만 불공정과는 별 관계가 없다. 

환경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는 기업이 오염에 대한 책임은 안 지고 환경오염으로부터 이익만 얻을 수 있으니 오히려 불공정이 심해질 수 있다. 

책임 의식이 결여된 그린 비즈니스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린은 바래지고 비즈니스만 남아 환경 영향을 줄여나가는 데 있어서도 특정 방향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전반적 시각에서 볼 때 환경 문제의 자리만 옮기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적 골칫거리인 소말리아 해적이 등장했던 원인 중에 다수의 유럽 기업들이 3,000원을 주고 1톤의 유독성 폐기물을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 버려 어장이 황폐화된 사건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보자. 

확실한 오염자 책임은 기술혁신을 위한 공정한 시스템의 필요충분조건이다. 

현재와 같이 환경 영향에 대한 책임이 불공정한 상황에서 환경 문제 개선을 위한 기술적, 사업적, 정치적 장벽을 넘기에 적절한 수준으로 환경비용의 내부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기대하기 어렵다곤 했지만 기술적, 사업적, 정치적 장벽을 넘기에 적절한 환경비용 내부화의 수준이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의 범위와 경제적 가치 평가 기준이 국가, 기업, 시민 등 각 주체가 주저 없이 환경 부하를 줄여 나갈 동기가 되는 수준이어야 한다. 

먼저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의 범위를 보자. 

환경비용을 내부화하려면 어떤 활동에 대해 어떤 환경영향을 고려할지가 핵심이다. 환경영향은 가능한 모든 환경영향 범주를, 활동은 물질적 풍요를 의미하는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고려는 전과정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라는 매우 유용한 기법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전과정평가는 지구온난화뿐만 아니라 자원소모, 대기영향, 수계영향, 인체 및 생태 독성 등 다양한 영향 범주에 대하여 원료 추출, 운송, 제품 제조, 사용, 폐기까지 하나의 제품이 태어나서 사라질 때까지 모든 단계의 환경 영향을 평가하는 도구다. 한 마디로 종합적인 환경 영향을 파악할 수 있다. 


다음은 정량적으로 계산된 종합적 환경영향 값들을 경제적 가치로 전환한다. 

이 경제적 가치에는 오염으로 인한 직, 간접적 피해액뿐만 아니라 훼손된 환경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가치와 원 상태로의 복구에 필요한 금액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직, 간접적 피해는 사람에 대한 건강과 보건, 공공 시설물과 같은 사회 자산, 그리고 농축수산업과 제조업, 서비스업에 이르는 산업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의미한다. 


이 비용을 기업이 책임지게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환경 부하를 줄이기 위한 혁신에 나섬과 동시에 증가된 비용을 제품 가격에 포함시킬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친환경 제품의 가격이 일반 제품보다 가격이 싸질 수 있다. 제품의 환경성이 가격에 포함되어 품질이나 디자인처럼 자연스럽게 경쟁하는 될 것이다. 이것이 진짜 가격이다. 소비자가 환경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당연히 새로운 제품과 비즈니스가 지속적으로 창조될 것이다. 돈이 연결되어 있으니 말이다. 에너지 효율, 재생가능한 에너지, 지속가능한 식품 체계와 같은 해결 방법을 강조할 필요도 없다. 아마 현재 상상하지 못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런던 정경대학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 교수는 아무리 큰 위험도 손으로 직접 만져지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감지하기 어려우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기든스 패러독스를 일갈했다. 

추상적이고 모호한 환경 위험을 직접적인 위험으로 인식되게 만드는데 환경비용의 내부화처럼 확실한 것이 없다. 

2000년이 지나 로마 시대의 다리들이 아직도 건재한 경우가 많다. 이유가 무엇일까? 

아치형 구조라는 기술적 요소뿐만 아니라 완공식 때 건축가를 다리 밑에 있게 하여 자신이 설계하고 시공한 다리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 분명히 기여했을 것이다.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 비용은 환경오염 처리에 사용하면 된다. 현재 인구와 생활 수준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오염물질의 배출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오염물질 처리에 적절한 비용을 투입하면 이 분야의 사업적 가치와 발전 역시 기대할 수 있게 되고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과 같은 문제는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가장 높은 산은 불공정이 아쉽지 않은 리더 그룹의 진정성 있는 변화다. 

환경 비용의 범위와 경제 가치 기준에 대한 합의와 같은 기술적 장벽도 있다. 기본적으로는 데이터에 대한 신뢰도부터 피해 비용의 계산 방식이 전문 분야별로 경제 주체별로 판단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분야에서 피해 비용을 산정하는 데 있어 입증의 어려움으로 인해 실제보다 낮게 보상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환경 비용 역시 실제만큼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과학적 근거뿐만 아니라 사회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판단하는 것이 올바르다.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확실한 환경비용의 내부화를 통해 공정성이 확보된다면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본질적 접근이 가능해질 것이다. 


여러 환경 이슈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환경과 경제의 상호의존성을 고려한 다양한 해결 방향을 체계적으로 구성하려면 관련 분야의 전문성이 융합되어야 하는데 시간과 비용, 그리고 무엇보다도 협력을 위한 상호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 

하지만 동기만 명확하면 시간과 비용이 아깝지 않을 것이며 상호 이해와 존중으로 진화할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다. 혁명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어 내어 새로운 발전의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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