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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굳센바위 Feb 24. 2024

의류 분야와 환경

의류 분야의 환경 이슈와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사례를 학생의 글을 통해 살펴본다. 


작성 : 성신여자대학교 청정융합에너지공학과 조혜진 


* 의류 산업의 트렌드

우리는 평소 얼마나 자주 의류를 구매하며 구매한 의류를 얼마나 오래 착용하는가? 패션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고 그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끊임없이 소비한다. 이러한 소비 패턴을 반영하여 새로운 제품들이 계속해서 출시되는 패스트 패션이 떠오르고 있다.

패스트 패션은 빠르게 변하는 유행에 따라 값싸게 대량 생산되는 의류다.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고 반영하여 제품을 만들고 매장에 내놓는다. 일반적인 패션업체들은 보통 1년에 4~5번씩 계절에 따라 신상품을 내놓지만 패스트 패션 업체들은 대략 1~2주일 단위로 신상품을 내놓는다. 심지어는 3~4일 만에 또는 하루마다 상품이 교체되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품목을 소량 생산하여 회전시키는 시스템을 통해 업체는 빠른 상품 회전으로 재고 부담을 낮추면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패스트 패션 제품의 치명적인 단점은  바로 환경성이다. 1~2주일, 심지어는 하루 단위로 소량 생산한 제품들은 판매된 후 남은 것은 폐기 처분된다. 패스트 패션의 저렴한 가격은 많은 양의 옷을 구매하도록 소비자를 부추긴다. 이는 필요 이상으로 옷을 구매하도록 하여, 의류 생산, 유통, 소비, 폐기 과정에서의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패션산업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항공 및 해운 산업분야를 합친 것보다 더 높은 수치이다. 세계은행은 온라인 쇼핑의 지속적 성장으로 인해 2030년까지 세계 의류 판매량이 최대 65%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으며 이러한 상황이 계속 유지된다면 2030년에는 의류 생산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체의 49%에 육박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 의류 산업과 환경성

의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 일까? 의류는 원료를 만드는 단계부터 생산, 유통 및 판매, 소비, 폐기까지 전과정에서 환경부하가 발생한다. 의류 산업의 주원료인 섬유의 절반 이상은 석유에서 추출하는 폴리에스테르다. 실제로 폴리에스테르와 같은 합성 재료는 매년 3억 4200만 배럴의 석유를 필요로 한다. 섬유 염색 및 표백에는 막대한 양의 물 자원이 소비된다. 세계 배수의 약 20%는 화학물질을 이용한 염색에 사용된 물이라고 한다. 다른 주 재료인 면화 재배에는 세계 농지의 약 2.5%가 사용되며 전 세계 농약의 10%가 투입된다고 알려져 있다. 

소비 단계의 환경오염도 만만치 않다. 앞서 언급한 플라스틱 소재의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테르는 세탁기에 돌리면 매우 작은 섬유가닥인 미세섬유가 방출된다. 세계자연보호연맹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 오염의 약 35% 정도가 합성섬유 제품 세탁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폐기 단계는 어떠한가?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9,200만 톤의 의류 폐기물이 나오고 있으며 이는 초당 트럭 한 대 분량의 옷이 버려지는 것이다. 이러한 수치가 지속된다면 2030년에는 매년 1억 3,400만 톤 이상이 버려질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면 의류산업의 환경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떡해야 할까? 특정 분야만의 노력으론 개선이 어렵다. 제조업체, 유통기업, 소비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환경 친화적인 소재로 의류를 제작했다고 하더라도 유통 과정이나 사용 및 폐기 시 환경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개선이 쉽지 않다. 원료 생산 및 디자인 기획단계에서부터 시작해 사용 후 버려지는 폐기 단계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의 환경성을 고려해야 한다. 의류산업을 전과정 기준으로 평가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히그 인덱스(Higg Index)가 있다.

Higg Index는 의류, 신발, 섬유 산업에서 불필요한 환경 영향을 줄이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2009년 파타고니아와 월마트가 함께 지속가능한 의류연합(SAC, Sustainable Apparel Coalition)을 설립하여 시작되었다. 제품의 전과정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를 통해 환경영향을 수치화하는 지수이다. 전과정 평가는 제품 제작의 어느 한 시점이 아닌 제품의 모든 생애주기를 통틀어 판단해야 한다. 의류의 전과정은 (1) 디자인·기획, (2) 섬유나 실 등의 원재료 선정, (3) 이를 봉제하고 제작하는 생산과정, (3) 물류 프로세스를 통해 운반, (4)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 (5) 소비자가 그 의류를 입고 쓰고 사용, (6) 쓰레기 등으로 처분되는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의류 산업에서의 제품 환경성 개선 사례는 대표적인 기업, 파타고니아의 노력을 통해 알아본다. 


1. 원료 개선

(1) 유기농 목화

목화는 재배 과정에서 화학물질인 농약이 다량으로 사용된다. 농약은 토양을 해칠 뿐만 아니라 암을 유발하는 등 인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목화밭에 사용되는 제초제와 살충제는 인근 하천에 유입되거나 우천 시 바다로 흘러들어 가 물속 산소가 부족하여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는 데드존을 형성한다. 이러한 목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타고니아는 1996년부터 모든 면제품을 유기농 목화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파타고니아가 원료로 사용하는 유기농 목화는 합성 살충제, 제초제, GMO 종자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적인 방식으로 해충을 관리하고 토양을 지키는 방식으로 재배된다. 유기농 목화 사용으로 화학 비료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고 물 사용을 84% 줄일 수 있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6%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더 나아가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를 지켜주며 암을 유발할 수 있는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것 또한 막을 수 있다.


(2) 리사이클 울 

파타고니아는 공장에서 나오는 자투리 천 등 제품의 생산단계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활용하는 프리컨슈머 소재와 소비자가 사용 후 버린 폐기물인 포스트컨슈머 소재를 모두 사용한다. 파타고니아의 리사이클 울은 섬유의 길이를 늘이기 위해 리사이클 폴리에스터와 섞어 사용한다. 리사이클 울은 일반적인 울 소재와 비교했을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5% 줄일 수 있다고 한다.


(3)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파타고니아는 1993년부터 페트병으로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웃도어 의류 업체 중에서 버려진 페트병을 플리스 집업으로 만든 건 파타고니아가 처음이었다. 약 30년이 지난 현재, 파타고니아는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를 하드 플리스 제품에 사용하고 있다. 모든 폴리에스터 제품의 원단을 100%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은 재활용 업체에서 페트병을 구입하여 리사이클링 소재를 만들고 있지만 앞으로는 리사이클 해양 플라스틱 등 다른 자원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 생산 단계 개선 

(1) PFCs(과불화탄소)/PFAS(과불화화합물)을 사용하지 않는 생산

발수기능은 편안한 착용감뿐만 아니라 극한의 상황에서 생명 유지를 위한 중요한 기능을 제공한다. 수십 년 동안 발수 기능을 위해 의류에 사용되는 코팅은 과불화화합물에 의존해 왔다. 미국 환경보호청에 따르면 이러한 종류의 “영속적 화학물질(인체와 생태계 내에서 사라지지 않는 화학물질)”은 공기, 물, 음식 심지어 인체에도 축적되며 심각한 건강 문제를 야기한다. 10년이 넘는 노력 끝에 파타고니아는 제품에서 PFAS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2013년부터 2016년 사이에는 탄화 플루오린 (fluorocarbon)이 환경과 사람의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내구성 발수 처리 가공에서 탄화 플루오린 화학 처리를 완전히 중단했다. 대신, 당시에는 덜 유해한 화학 물질로 간주되었던 다른 구조의 탄화 플루오린으로 대체했으나 이 또한 사람과 환경에 해롭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때 파타고니아는 과불화화합물이 전혀 없는 발수 처리와 방수막 개발에 착수하기로 결정했고, 2023년 가을 파타고니아 소재의 92%가 과불화탄소 없이 만들어진다.  파타고니아는 2025년까지 모든 발수 처리와 방수막 소재에서 PFC-Free, PFAS Free를 실현할 계획임을 밝혔다.


(2) 생산 공급망 환경 책임 프로그램

생산 공급망 환경 책임 프로그램의 목적은 제품과 소재를 생산할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함이다.  파타고니아는 전 세계 모든 제품 생산 공정에 이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으며, 환경 관리 시스템, 화학물질, 수자원 사용, 수자원 배출량, 에너지 사용, 온실가스 및 기타 대기 배출량, 폐기물 등 다양한 영역을 다루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앞서 설명한 히그 인덱스(Higg Index) 등 업계에서 통용되는 환경 영향 측정 도구를 사용하여 공급 업체를 평가한다.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승인하거나 관리하는 등 공급망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파타고니아는 지금까지 이러한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 등을 진행하여 개선을 이루도록 했고, 결과적으로 환경과 관련된 영향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3) 원액 염색법

원액 염색법이란 섬유가 만들어지기 전 단계인 플라스틱 원액에 바로 염료를 첨가하는 염색법이다. 일반적으로 염색 공정은 매우 많은 양의 물과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원액 염색법은 기존의 염색 공정에 비해 물 사용량을 최대 90%,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6% 줄일 수 있고, 전체 공정에서 배출되는 화학물질도 훨씬 적다. 파타고니아가 원액 염색법을 시작한 이유는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원액 염색법 적용 과정을 통해 미세 섬유 배출도 줄여줄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고, 그렇게 된다면 탄소 배출, 물 사용, 미세 섬유를 줄여 주는 3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원액 염색법의 유일한(?) 단점은 합성섬유에만 쓸 수 있다는 점인데 유기농 섬유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염색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3. 운송 단계

(1) 포장재 사용 원칙

포장단계에서는 단순화와 용량 최소화의 원칙에 기반한 표준화를 통해 모든 포장재를 최소화한다. 포장 디자인이 변경되는 경우,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기존의 포장재를 모두 사용한 후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한다. 모든 포장재는 전체 사용 주기에서 환경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는 자재를 선택한다. 사용량을 최소화한 자재, 재생 가능하고 재활용되었거나 환경에 영향이 적은 자재, 사용 주기가 끝난 뒤 재사용, 퇴비화, 재활용이 가능한 자재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목재 섬유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 최대한 재활용된 제품을 사용하고 불가능할 경우 SFI® (지속가능한 산림 이니셔티브) 혹은 FSC® (국제 산림 관리 협의회) 인증을 받은 자재를 사용해야 한다. FSC®는 보전 가치가 높은 산림, 멸종위기 야생동물, 원주민의 권리 등 중요한 환경적, 사회적 가치를 가장 확실하게 지키는 인증 마크이다. 

모든 포장 자재는 파타고니아의 제한된 물질 리스트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금지 물질에는 PVC와 비스페놀 A가 포함되어 있다. 


(2) 운송방식

파타고니아 제품의 배송 과정(입고와 출고 모두 해당)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량의 약 8%를 차지한다. 이러한 운송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공장에서 국제 유통 센터로 바로 배송하는 방식을 많이 활용하여 항공 운송을 통해 입고되는 물건을 줄이고 있다. 


4. 사용 단계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에서 파타고니아는 “제발 이 옷을 사지 마세요!”라는 자신의 브랜드 재킷을 사지 말라는 독특한 광고를 내놓는다. 옷을 판매하는 회사가 자신들의 옷을 사지 말라는 황당한 마케팅의 진실은 바로 환경을 위해 꼭 필요하지 않다면 옷을 사지 말라는 것이다. 파타고니아의 제품은 내구성이 강해 10년 이상 입을 수 있어 제품을 자주 구매하지 않아도 되기에 이러한 광고를 자신감 있게 내놓았다. 패스트 패션의 유행으로 값싼 옷들이 빠르게 생산되고 버려지는 현시점에서 하나의 옷을 오랜 기간 입을 수 있고 심지어 폐기된 제품을 재활용해 새로운 옷으로 재탄생시키는 친환경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브랜드라고 생각된다.   


5. 폐기 단계 : 테이크백 프로그램

테이크백 프로그램은 파타고니아 티셔츠를 재활용하여 지속적인 리사이클링이 가능한 인피나라는 섬유로 만든 뒤 티-사이클 컬렉션으로 제작하는 업사이클링 프로그램이다. 보통 의류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입지 않는 옷을 그대로 버리게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전 세계 섬유 폐기물이 2030년까지 매년 60% 증가하여 연간 총 1억 4800만 톤이 될 것이다. 이렇게 버려진 옷들이 매립지로 간 이후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되며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대기질과 수질도 떨어뜨린다. 파타고니아는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폐기물을 새로운 옷으로 만들어 여러 번 입는 ‘순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테이크백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테이크백 프로그램은 2021년 가을에 론칭되었으며 코튼 제품을 재활용하면서 의류 폐기물의 리사이클링 순환고리를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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