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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굳센바위 Mar 21. 2024

좋은 의사 만나는 방법

부모님께서 90을 바라보시고 나도 환갑을 넘기다 보니 병원 가는 일이 많아졌다. 횟수뿐만 아니라 분야도 다양해진다. 부모님은 내과, 신경과, 정신과, 정형외과에서 치료를 받고 계신다. 나는 정형외과, 정신과, 내과에 다닌다. 병원을 나열하니 심각해 보이지만 일상생활에는 별 문제가 없다. 어느 정도 나이 든 사람들은 유사한 상황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분야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병원에 다닌다. 


병원에 다녀온 후 마음이 편해지고 증상이 호전된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아픈 곳이 많아지니 건강에 마음이 쓰이고 병원을 멀리할 수 없는 상황이니 만큼 좋은 의사를 만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래서 좋은 의사를 정의해 보았다. 경험을 통해 "마음 편하게 병이 낫도록 도와주는 의사"가 좋은 의사라고 생각한다. 


1. 마음 편하게 

의사와 소통이 잘 될 때 마음이 편해진다. 내 말을 잘 들어주고 병명과 원인에 대한 설명을 쉽게 해주는 의사는 지속적으로 찾아간다. 반면 내 말을 무시하고 처방만 하는 의사는 다시는 찾지 않는다. 

그런데 병원에 가는 횟수가 많아지다 보니 소통의 시작이 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루에 많은 환자를 만나고, 환자마다 상황과 증상이 다르고, 게다가 계속 아프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 의사들의 고충을 생각하니 내가 어떻게 말을 시작하느냐에 따라 대화의 수준이 달라질 것으로 판단했다. 내 문제에 대해 간결하게 정리하고 궁금한 사항에 대해서 간단히 기록하여 문의하니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물론, 나의 노력에 관계없이 불편한 상황도 있었고 너무 친절한 경우도 있었는데 양쪽 다 마음이 가지 않았다. 

더하여 병원에 가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면 덜 바쁜 시간에 가면 좋다. 소통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2. 병이 낫도록 

병원에 가는 것은 의사가 내 병을 고쳐줄 것으로 믿고 가는 것이다. 이 믿음의 기반인 의사의 실력을 나는 세부 전공으로 확인한다. 병원은 과별로 전공이 나눠진다. 내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치과 등 다양하다. 그런데 전공 안에 세부 전공이 있다. 내과는 소화기, 호흡기, 순환기 등으로 나눠지고, 이비인후과는 코, 귀, 정형외과는 척추, 관절, 치과도 치주, 교정, 보존 등으로 구분된다. 종합병원은 전공별로 나누어져 진료하지만 개인병원(의원)에서는 전공이 아니어도 진료를 하는 경우가 많고 전공분야라 해도 세부 전공이 다르면 상황 판단이나 치료 방법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40세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협심증 진단을 받았다. 진단 과정에서 순환기 전공의 동네 내과의원 원장의 도움이 컸다. 가슴이 답답한 증상에 대해 소화기 전공 의사는 소화제를 처방하였는데, 순환기 전공 의사는 증상을 듣자마자 심장 검사를 강하게 추천했다. 


3. 도와주는 

결국 내 병은 내가 관리해야 한다. 전문 지식에 기반한 치료는 의사가 하지만 최종 책임자는 나 자신이다. 나 자신이 내 병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사는 정말 신뢰가 간다. 생활 태도에 대한 조언뿐만 아니라 내 병을 공부하라고 이야기해 주고, 약 처방은 최소한으로 하며, 다른 분야는 안내해 주는 의사를 만났다. 부모님께서 예전에 어느 내과에서 내과, 신경과, 정신과에 관련된 약을 모두 처방받고 계셨는데, 이사 후 집 근처 내과에 가게 되었다. 이 내과에서는 신경과와 정신과 약은 해당 병원에서 진료받으라고 하면서 처방을 거절했다. 부모님은 불편해하셨지만 듣고 보니 맞는 말이어서 신경과와 정신과를 가게 되었는데, 정신과에서 약이 과하다며 줄여 나가기 시작했다. 

허리가 불편해 여러 병원을 다닌 경험이 있다. 병원마다 약의 개수가 2개부터 7개까지 달랐다. 2~3개를 처방한 의사가 설명도 잘해 주었다. 수술 후 영양제 주사를 부탁했는데 밥 잘 먹으면 의미 없다며 거절한 의사가 있었다. 여러 보조제들 역시 필요성을 확실하게 확인해 볼 것을 권했다. 

가장 큰 도움은 예방이지 않을까 싶다. 큰 병이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는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있었다. 의존성 약물은 더 큰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며 어머니를 설득하고, 낙상 예방을 위해 안전대와 미끄럼 방지 매트를 권했다. 낙상 때문에 골절 수술을 받으신 후에도 안전대와 매트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자신과 관련된 건강 문제 중 가장 관련이 깊은 분야의 세부 전문의를 찾아, 사전 준비를 잘하고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시간대에 방문하여, 진료를 받으면서 믿음이 가는 상황이라면, 주치의라고 마음을 정하고 지속적인 도움을 받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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