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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굳센바위 Apr 14. 2024

현재 국가 조직으로는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2017년 환경일보에 "환경과 노동이 헤어질 때가 됐다."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볼 때면 기업의 환경안전팀이 생각난다. 많은 회사들이 환경과 안전을 묶어 하나의 팀으로 운영하고 있다. 업무 형태 및 회사에서의 위치로 인해 합쳐졌을 것으로 판단해 보지만,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는 구석이 있다. 우선 안전은 공정에서의 위험성을 직접적으로 관리하는데 비해 환경은 주로 공정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관리한다. 안전은 예방을 강조하지만 환경은 법규 준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안전사고는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만 환경사고는 외부로 확산되지 않으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다 보니 환경안전팀의 핵심 업무는 안전 중심으로 구성되기 일쑤이며 팀장 역시 주로 안전 출신이 맡는다. 결과적으로 환경 업무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요즘은 환경 업무에 예방과 기회 창출의 시각이 도입되었지만 환경안전팀이라는 기존의 구성 속에서 이러한 개념이 제대로 적용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국제 경제 시스템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기회를 선점하려는 국내외 선진 기업들은 이미 환경과 안전 업무를 구분하고 있으며, 환경 업무를 생산 관리, 연구개발, 구매, 마케팅 등으로 세분화하여 기존 업무에 접목하고 있다. 환경을 예방과 기회 창출, 나아가 브랜드 이미지와의 연결 고리로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제도적 시스템을 만드는 국회의 환경노동위원회도 같은 처지로 느껴진다. 청년 실업, 최저 임금 등 노동 이슈의 시급성과 국민 관심도로 인해 이 위원회에서 환경 이슈를 다루는 데 있어 국제적인 환경 가치 흐름에 제대로 발맞추고 있는지 걱정이 된다. 구성 인원을 보더라도 환경 소위원회 위원 중 다른 소위원회와 겸직을 하지 않은 국회위원은 단 1명뿐이다. 노동보다 환경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각 주제별로 접근하는 시각이 다르고 둘 다 매우 애써야 하는 이슈인데, 같이 있음으로 해서 환경 이슈가 제대로 다루어지지 못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지금의 환경 이슈는 오염물질 처리가 아닌 기본권과 국가 경쟁력의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환경 문제가 우리의 생명과 재산에 미치는 영향이 대부분 간접적인 관계로 인해 빚어지는 불평등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신뢰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가 그랬고 미세먼지도 그렇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환경과 관련된 비용의 규모가 2008년 전 세계 GDP의 11%였으나 2050년에는 18%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환경 비용으로 인해 국제 경제가 무너질 수 있으며, 환경 문제 예방은 경제적 기회가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미국은 에너지상업위원회에서 환경 이슈를 에너지, 보건과 함께 산업과 건강권 측면에서 다루고 있으며, 독일은 환경을 농식품 및 에너지와 각각 연결하여 2개의 위원회로 구성하고 있다. 일본은 독립적인 환경위원회가 있어 다양한 환경 이슈에 체계적으로 집중하고 있다. 

시스템 경영의 대가인 데밍(Edwards Deming) 박사는 조직에서 발생되는 문제점 중 94%가 프로세스, 즉 조직 구성과 업무 체계를 통해 유발된다고 하였다. 역으로 판단하면 조직과 체계를 잘 갖추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국회 조직이 환경 이슈를 모든 국민의 삶의 질과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다룰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기를 기원한다.      


이 칼럼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치명적(?)인 약점을 지적하고자 썼었다. 지금도 달라진 것은 없다. 

실제적인 느낌은 미미할지 모르지만 기후변화를 위시한 환경 문제는 우리 삶을 직, 간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2024년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 10개 중 5개가 환경 리스크라고 발표했으며, 1위로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을 선정했다. 


2030년을 목표로 UN이 주도하는 글로벌 지속가능발전 목표 UN SDGs에서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은 아래 그림과 같다. 그중 환경 관련 항목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긍정적인 분야는 하나도 없으며 육상과 해양 생태계 오염 문제는 가장 나쁜 상태가 지속되거나 더 나빠지고 있다. 

물: 나쁨, 개선 중

클린 에너지: 나쁨, 개선 중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 매우 나쁨, 개선 중

기후 행동: 나쁨, 개선 중

해양 생태계: 매우 나쁨, 그대로

육상 생태계: 매우 나쁨, 퇴보 중

https://dashboards.sdgindex.org/profiles/korea-rep


성과는 올바른 방향과 진실된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올바른 방향은 목적과 위상이 명확한 조직 체계에서 출발한다. 환경 문제 해결의 올바른 방향은 예방과 혁신이다. 예방과 혁신, 둘 다 원인자가 풀어낼 수 있다. 환경부는 솔직히 예방을 위한 조직이 아니다. 이미 발생된 오염을 적절하게 처리하는 것이 주된 임무로 예방까지 다루기엔 벅차다. 

환경 문제의 원인은 산업과 도시에서 시작된다. 경제 시스템과 개발 정책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무역과 외교 정책에서 빠지지 않는다. 

국회의 환경 조직인 환노위는 노동 이슈에 밀려 환경 조직으로는 유명무실하고 예방과 혁신을 실천할 수 있는 정부 부처와 관계가 멀다. 이제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국민의 삶과 국가의 지속가능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환경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조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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