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교 다닐 때뿐만 아니라 직장에 다닐 때에도 개인사업을 하는 동안에도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였다. 이유는 영어를 잘해야만 직장생활도 잘하고 능력도 인정받으며 사업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결론은 말짱 도루묵이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더 많은 사람 만나고 현장에 뛰어들었어야 했다. 귀중한 내 인생의 많은 시간을 알량한 영어공부에 쏟아부은 것을 후회하고 또 후회한다.
돌아보면 나는 영어를 핑계로 직장 업무의 심도를 더 높이지 못했고 더 깊은 사업운영기술을 익히지 못했으며 나에게 다가오는 기회를 외면하였고 주위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영어공부를 남보다 더 나은 기술과 능력 익히기로 착각하고 거기에 몰입하며 정작 집중해야 할 현실 문제에서 도망갔다. 그 결과 나는 귀중한 시간을 낭비했고 기회의 시장에서 멀어졌다.
나는 직장생활을 기업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의 해외협력실에서 시작하였다. 업무 특성상 매일 영어로 같은 사무실에 상주하는 외국인 전문가와 대화하였고 합작투자와 기술이전 계약을 다루었으며 국내 기업을 방문해 선진기술을 이전 전수하는 외국의 전문가의 통역을 맡아했다. 당연히 영어의 심도를 높이기 위해 집에서는 영어공부에 몰입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영어공부를 더 해도 특별히 영어를 사용하는 내 업무의 질이나 속도가 느는 것은 아니었다. 핵심은 영어실력이 아니라 업무 자체를 숙성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그때 깨달았어야 했다. 실제로 내 업무처리능력은 다른 누구보다 높게 평가받았지만 그보다 더 한 단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영어가 아니라 일의 본질에 더 집중했어야 했다.
영어공부를 과감히 버리고 합작투자와 기술이전에 대한 법률지식과 계약의 기술에 집중하고 컨설팅 기업의 생산제품의 연구에 더 집중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나는 그 분야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영어에 빠져서 일의 심도를 극한으로 올리는 것을 소홀히 하고 말았다. 전문영역의 구축에 실패한 것이다.
그 후로 이어진 다른 직장에서도 나는 이전처럼 꾸준히 영어를 공부하였지만 그것이 남보다 뛰어난 성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영어 한마디 못하지만 영어공부보다 업무 연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 주위의 동료들이 나보다 더 높은 성과를 냈고 나보다 앞서 나갔다.
직장을 나온 후 사업을 경영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과감히 영어를 팽개치고 영업에 더 매진해야 했다. 물론 영어를 사용해 일하는 사업이었지만 거기서도 영어는 철저히 도구일 뿐이었다. 사업성과를 내는데 영어는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외국과 장사하는데 외국어는 핵심이 아니다. 제품이 핵심이다. 이 평범한 진리를 알면서도 시간이 나면 나는 영어책을 집어 들었고 외국 신문과 시사잡지를 즐겨 읽었으며 영문자료를 섭렵했다. 다 헛지랄이었다. 그 사업에 영어는 사치일 뿐이었다.
제 버릇 개 못준다고 지금도 늘 무엇인가 막히면 세상으로 뛰쳐나가 부딪쳐 해결하려 하지 않고 그 알량한 영어실력을 믿고 해외의 사례를 찾아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나를 보며 가끔은 나 자신을 발로 차 버리고 싶다.
나는 내 주위에서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직장인을 보면 그 영어공부 접고 자신의 기본업무에 더 집중하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영어공부 아무리 잘해봐야 기본업무능력이 뛰어나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그 영어 배워서 직장에서 써먹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금 나의 직장에서 영어를 써서 업무의 대부분을 처리하는 직책에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를 생각해보면 답이 바로 나온다. 아마 전 직원의 5%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 업무에 내가 배치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에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면, 막연히 언젠가는 직장 생활하는 동안 필요할 것 같아서라면 그 바람은 물거품일 확률이 거의 90%다.
내 경험으로 보면 영어공부는 현재 업무와 관련이 밀접하여 영어 없이는 그 일을 수행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막연한 기대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면 손해 볼 확률이 아주 높은 공부에 속한다. 차라리 그 시간에 업무와 업무연관 영역 공부에 집중한다면 영어공부에 매진한 상대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거둘 것이다.
잘못된 판단으로 기회비용이 높은 영어공부에만 매진하여 인생의 무한 가능성을 축소시켜버린 나의 미련함을 책하고 또 책한다. 나는 진작에 영어를 버렸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