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보험이다.6
2023년 기억에 남는 사건들
●…자택 2층 난간에서 떨어져서 외상성뇌출혈로 심하게 뇌가 손상되어 7살의 지능을 가지게 된 23세 여성. 자기 가게를 차려 옷장사를 하는 게 꿈이었던 이 여성은 새벽에 도매시장에 다녀와 2층 계단을 오르다가 추락하였다. 처음에는 뇌손상에 대한 장해평가를 의뢰받았으나, 사고 당시 척추에 압박골절이 있었다는 것을 진료기록을 보고 찾아내어 ‘척추에 약간의 기형’(15%)과 뇌수술한 흉터에 대해서 ‘외모에 약간의 추상을 남긴 때’(5%)를 받고 ‘정신행동에 뚜렷한 장해가 남아 대중교통을 이용한 이동, 장보기 등의 기본적 사회 활동을 혼자서 할 수 없는 상태’(40%)를 인정받았다. 의료자문의가 깜짝 놀랄 정도로 뇌손상이 극심한 환자였는데, 안타깝게도 높은 장해율에도 불구하고 가입금액이 너무 적어 정작 지급 보험금이 크지 않았다. 계약자인 피보험자의 어머니가 어렸을 때 가입하고 아직 젊으니 나중에 추가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너무나도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지인이 사무실에 방문해서 사담을 나누던 중 지인의 어머니가 현재 몇 년째 요양병원에서 와병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 어머니 보험 없어요? 어머니 질병후유장해 지급 대상일 거 같아요. 장해평가 해봅시다” 그렇게 오랜만에 안부차 나눈 이야기에서 시작돼 곧바로 보험증권을 확인하고 장해평가를 진행했다. 위의 사례와 비슷하게 와병 전에 척추의 압박골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해 ‘척추에 약간의 기형’(15%)을 상해후유장해 특약에 근거하여 추가 청구하였고 오늘 보험금이 입금되었다.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서 지난 2022년에 입원했던 의뢰인이 올해 4월에 장해평가를 받아서 월 100만원의 보험료 납입면제를 받았고 장해보험금을 수령했으며 1년 동안 수차례 수술을 받고 재활하고를 반복하다가 치료를 마치고 지난 11월에 퇴원했다. 퇴원 후 불편해진 몸 상태 때문에 전에 하던 일을 할 수 없었다. 내가 퇴원 전부터 이번에 본인이 겪은 일을 양분으로 보험설계사를 해보시는 걸 계속 권유했다. 내 조언을 깊이 고민하신 결과 새로운 일을 해보시는 걸 결정하고 현재 내가 추천한 보험지점에서 신입교육을 받고 있다. 이분이 보험설계사로서 맞이할 2024년이 기대되고 응원한다.
●…내가 손해사정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수임했던 폐암으로 사망한 피보험자의 사망보험금이 부지급된 사건이 있었다. 보험가입 전 폐렴 진단 사실과 가입 이후 진단받은 폐암의 인과관계를 다투는 사안이었다. 다행히 인과관계 없음을 입증하여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그때 보험금이 컸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그렇게 갑자기 아플 줄 몰랐다고 했다. 그 피보험자에게 당시 3명의 딸이 있었는데 올해 5월에 갑자기 직원을 내보내게 되면서 사람을 급하게 구했는데 계속 연락하고 지내던 피보험자의 배우자랑 얘기가 되어서 그 딸이 우리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사고 당시 10대였던 아이가 잘 자라서 회사의 위급한 시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 함께 일하는 동안 그 아이만 보면, 내가 키운 것도 아닌데 뿌듯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였다. 보험설계사 기간 합쳐서 보험밥 17년 먹은 필자한테 ‘보험’이라는 것의 의미가 말로 설명이 도저히 안 되는 가슴 속에 살아 숨쉬는 무언가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백내장 수술비 못 받았다! 갑상선수술비 못 받았다! 도수치료비 못 받았다!” 사무실로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 이 세 가지는 이제 피보험자가 진짜 치료를 받았느냐 여부와 상관없이 그 진단명이나 수술명만으로도 보험사기에 준하게 보험사에서 생각한다. 다만, 고객응대 차원에서의 매너는 지키겠지만 일처리에 있어서는 그런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과 수술 관련 약품의 배상사고 자문도 해보고 갑상선수술비 부지급 건을 수임받아서 진행도 해보고 도수치료비 상담을 수도 없이 해본 나의 입장은 이렇다.
보험사가 거의 악랄해 보일 정도로 그렇게 하는 입장을 이해한다. 보험사가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의료시장에서 백내장수술, 갑상선수술, 도수치료가 치료가 아닌 무조건 팔고 봐야 하는 상품이 되어버렸다. 보험은 치료를 받아야 하는 치료비를 보완하고자 만들어진 상품이지 병원 매출을 보완해주고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런데 현실은 병원 매출을 실손보험이 책임지고 있는 이상한 구조를 보이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은 보험사와 피보험자가 부담하고 있고 정작 이 구조에서 돈을 벌고 있는 병원은 아무런 책임이나 영향이 없다. 병원의 치료가 아닌 세일즈를 제재하거나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보험금을 부지급하여 소비자를 압박하는 방법 밖에는 없기 때문에 보험사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강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과정에서 세일즈가 아닌 진짜 치료가 필요했고, 치료받아야 마땅했던 피보험자들의 희생이 자꾸 발생하고 있다.
제발 백내장이나 갑상선수술할 때 여러 번의 통원으로 수술의 필요성을 검증하고 신중하게 결정하고 가능한 한 그 진단을 대학병원에서 다시 확인하고 수술하기 바란다. 도수치료는 병원과 도수치료사의 기형적 수익구조, 그리고 소비자의 경성사기 마인드가 더해져서 진짜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도수치료가 있어야만 일상생활이 가능한 환자들이 너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이 같은 희생자들에게 손해사정사가 현실적으로 해줄 수 있는 조언을 해보겠다. 제발 백내장이나 갑상선수술할 때 여러 번의 통원으로 수술의 필요성을 검증하고 신중하게 결정하고 가능한 한 그 진단을 대학병원에서 다시 확인하고 수술하기 바란다. 백내장과 갑상선은 그 수술의 진단에 대해 그 수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전문병원은 신뢰를 잃었다. 수술환자를 관광버스로 실어와 성형관광처럼 단체로 수술하는 병원의 진단을 객관적인 진단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힘이 없다. 이것은 당신은 진짜로 눈꺼풀이 쳐지는 안검하수 때문에 쌍꺼풀수술을 했다고 해도 성형외과의 진단이었다고 하면 치료라고 인정받기 힘든 것과 같다.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진료하는 전문병원의 의사 선생님들도 많이 있지만 이미 현실은 그러하다.
도수치료는 병원과 도수치료사의 기형적 수익구조, 그리고 소비자의 경성사기 마인드가 더해져서 진짜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도수치료가 있어야만 일상생활이 가능한 환자들이 너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현재로서는 상급병원에서 도수치료가 필요한 환자라는 소견 외에는 보험사를 방어할 방법이 전혀 없어 보이는데 그게 가능한지는 알 수 없다.
2023년의 고민을 깨끗하게 지우기라도 하려는 듯 하얗게 눈이 내린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연말연시, 별일 없어도 무사무탈한 새해 맞이하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