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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Feb 06. 2024

삼촌과 이모가 조카와 가까운 이유

사람이 보험이다.8

삼촌과 이모가 조카와 가까운 이유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전국 혼인 건수는 32만7073건이고 1000명당 결혼 건수를 말하는 조혼인율은 6.5건이었다. 이로부터 10년이 경과한 2022년의 혼인 건수는 19만1690건이고 조혼인율은 3.7건으로 하락했다. 10년 전과 비교해 41.4%나 떨어졌다. 굳이 통계청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사람들이 결혼을 안 한다. 결혼을 한다는 소식은 듣기 힘든데 이혼을 했다는 소식은 이제 거부감이나 상대에 대한 걱정 없이 들을 수 있을 만큼 빈번하다. 언제부터인가 ‘결혼했어요’보다 결혼한 것으로 알고 있던 지인의 ‘이혼했어요’가 더 자연스러운 소식이 된 것 같다. 이제는 당연히 결혼했을 거고 아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 조심스러울 정도다.

요즘 세대로 정의되는 MZ세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6남매라는 드라마의 배경이 된 196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의 단칸방에서 아웅다웅하던 형제자매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환갑이 넘어 70세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미혼이든 이혼이든 배우자도 없고 자녀도 없는 사람들이 많다. 40대인 필자 또래들한테서 혼자 사는 삼촌이나 이모, 고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배우자도 자녀도 없는 60대의 삼촌이나 이모, 고모를 둔 조카들에게 그들은 어떤 존재일까? 어릴 적 읽었던 유럽의 동화에 나오는 것처럼 성격은 안 좋지만 유산을 줄 수 있는 자산가일까? 솔로 라이프를 잘 즐기고 있는 멋진 사람일까?

필자를 찾아오는 조카들의 입장은 많이 다르다. 조카들은 결혼하지 않은 엄마의 동생 때문에, 결혼하지 않은 아빠의 형 때문에 힘들다.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돈이 없는 만큼, 있는 만큼만 치료받다가 죽으면 된다면서 그들은 보험은 실손보험 외에 별다른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외삼촌이 정신병으로 3년째 입원 중이에요. 정신병이라 실손보험도 소용이 없어요. 이렇게 길게 병원비를 내야 할 줄 몰랐는데 삼촌의 병원비를 책임지던 어머니가 만세를 불렀어요. 어머니도 뇌경색 후유증으로 경제활동을 멈춘 지 오래되었어요. 병원비가 없다고 삼촌을 퇴원시켜도 삼촌을 맡길 곳이 없어요. 어차피 당신 몸도 성치 않은 어머니 몫입니다. 어머니는 제가 어떻게든 해주겠지 하는 눈치인데 방법이 없을까요?”

“저는 얼굴도 기억이 안 나는 삼촌이 고독사했다고 공무원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아버지도 요양병원에 계신데 제가 장례를 지내야 하나요? 피붙이 하나 남기지 않고 그렇게 돌아가신 분이 장례 치르는 저한테 남길 사망보험금이라도 하나 있을까요? 삼촌의 보험이 있는지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난치병에 걸린 삼촌 집에 가서 3년째 간호하던 어머니가 허리를 다치셨어요. 다치신 어머니야 당연히 제가 돌봐드려야 하겠지만 삼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머니는 누워서도 삼촌 걱정뿐이고 아내나 저나 직장을 다니고 있고 아이들도 아직 어려서 주저앉아 울고 싶습니다.”

“저는 미혼이라 엄마랑 이모 모시고 셋이 살다가 엄마가 먼저 돌아가시고 치매 걸린 이모를 돌아가실 때까지 모셨어요. 이모는 오래전에 이혼하고 아들이 하나 있는데 어디 사는지도 몰라요. 그런데 이모가 가입한 사망보험금을 제가 수령할 수가 없대요. 치매 걸린 이모를 10년 넘게 모신 건 저인데 연락도 안 되는데 가족관계증명서에 있는 내 이종사촌이 수익자래요. 어차피 보험금이 엄청나게 큰 것도 아니지만, 이모를 친엄마처럼 돌본 것이 모두 부정당하는 거 같아서 화가 납니다. 조카인 나는 법적으로 가족이 아니랍니다.”

위 사례는 모두 내가 실제로 상담했던 내용이다. 저들은 모두 그나마 삼촌, 이모가 자신들을 돌봐줄 가족이 없다면 조카가 당신들을 감당할 수 있는 숨구멍 같은 보험금이나마 있는지를 궁금해했다. 그리고 삼촌과 이모를 걱정하는 부모님을 위해서 어떻게든 되도록 감당하고 싶어했고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미혼 또는 이혼으로 가족이 없는 삼촌과 이모의 이야기는 우리 또래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당장 결혼하지 않은 당신의 형제자매가 가끔 장난감을 사주는 당신의 아이도 가족이 없는 삼촌, 이모의 조카다. 간혹 영화의 소재로 쓰이는 돈 많은 미망인이나 미혼의 자산가가 당신의 형제자매인가? 다른 가족이 없어서 결국 당신의 아이에게 유산을 물려줄 예정인가? 아니, 그 재산은 아이에게 갈 만큼 남아있을 가능성은 글쎄? 삼촌, 이모가 죽을 때까지 계속 그 자산을 잘 지키고, 흔한 사기나, 오히려 많은 자산 때문에 소위 꽃뱀 따위의 표적이 되지 않으면서 당신과 사이가 매우 좋으면서 조카를 매우 사랑한다면 가능하겠다.

그러나 영화에나 나오는 자산가가 삼촌일 확률은 매우, 아주 희박하다. 그러나 선물을 잔뜩 사서 집에 찾아오던 삼촌, 이모가 늙고 병들 확률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100%에 가깝고 그들은 조카의 짐이 되고 고민이 될 것이다.

화려한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삼촌, 이모를 보며 나도 결혼하지 말아야지 하는 조카들아 긴장해라. 지금 화려한 그들의 노후가 너희들의 노후를 발목 잡을 것이다. 명절이면, 방구석에서 뒹굴거리는 남동생, 여동생들 각자도생이라고 선긋지 말아라. 늙고 병들면 복지과 공무원이 역시 늙은 당신 집으로 데리고 올 것이다.

방법은? 별거 없다. 늙고 병드는 거 막을 길 없어서 보험을 만들었다. 조카들아 긴장해라. 이제는 삼촌, 이모 보험 들어야 한다. 싫으면 빨리 결혼시키고 사촌동생 장려해라. 그런데 어느 게 더 빠르고 현실적인 해결안인지는 나만 보이나?

필자를 찾아오는 조카들의 입장은 많이 다르다. 조카들은 결혼하지 않은 엄마의 동생 때문에, 결혼하지 않은 아빠의 형 때문에 힘들다. 알코올성 치매로 정신병원에 장기 입원한 삼촌의 병원비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독사한 채로 발견된 외삼촌 소식을 들은 엄마의 건강 걱정. 혼자 사는 삼촌(이모, 고모)들의 특징은 보험을 잘 준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돈이 없는 만큼 있는 만큼만 치료받다가 죽으면 된다면서 그들은 보험은 실손보험 외에 별다른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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