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전 그리고 DR Congo
2022년, 우간다 난민정착촌
1. 우크라이나전의 영향으로 유가가 급증했고, 그로 인해 사업 활동에 필요한 모든 물품가격과 비용도 상승했고, 여전히 상승중이다. 동일한 예산을 가지고 동일한 목표치의 활동을 수행하기가 무척 팍팍해졌다. 사업의 퀄리티를 따질 여유가 없어졌다.
2.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건축이다. 올해와 내년 사업 계획에는 각각 건축이 하나씩 포함되어 있다. 애초에 편성된 예산 자체가 크지 않았던 탓도 있다. 3년 전, 건축비용이 잡혀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올해 건축을 위해 시공사로부터 BoQ를 받아보니 예산대비 4배를 제출했다. 눈물을 머금고 설계도면을 서너차례 수정했다. 그럼에도 공사를 하다보니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요청과 요구사항들 그리고 발생하는 변수들로 건축물의 지붕을 올리고 외벽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지금까지 매일 밤잠을 설칠 정도로 걱정되는 일들이 끊임없다.
3. 우크라이나전의 영향은 생각보다 폭넓게 그리고 깊숙히 영향을 주고 있다. 물가 인상으로 고통받는 것은 우리 뿐만이 아니다. 정착촌 내 대부분의 기관들이 예산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4. 더욱이 우간다에는 올해 3월 DR Congo에서 다시 한번 정부군과 반군의 무력충돌이 있었고, 이후 Southwest 지역으로 난민의 유입이 계속되고 있다. 즉, 수요가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 막 transit center로 들어오는 new arrivals 그리고 이 곳으로부터 이주되어 오는 난민을 수용하는 정착촌에서는 늘지 않은 (유가와 물가의 인상으로 되레 가치가 감소한) 예산을 가지고 더 많은 PoC를 지원해야 한다. 더욱이 신규 유입의 경우 emergency relief와 protection을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정착촌에 거주하는 이들에게 제공되던 지원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었다.
5. 그 결과, 오피스로 직접 지원을 요청하며 찾아오는 난민분들이 생겼다. 이미 여러 차례 referral이 되었음을 알 수 있는 서류의 흔적들. 그러나 earmarked 되어 있는 예산 때문에 가능한 여타 지원이 없기 때문에, 어려움을 듣고 그 어려움울 해결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관련 기관에 referral 하거나 내년 우리 사업 수혜자 선발시에 관련 증빙 서류를 들고 찾아오시라는 말밖에 할 수 없음이 답답할 때가 많다. SW 조정회의에서도 UNHCR의 IP들이 날선 불만들을 쏟아내었다. 지난 1월부터 생리대를 포함한 sanitary kit의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6. 인도적 위기에 대한 기사와 글을 보며 읽고 들었던 상황들. 상상력이 부족해서인지 수치와 도표로는 와닿지 않던 일들이 일상이 되었다. 글을 읽을 때는 내가 뭔가 해야할 것 같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막상 눈 앞에 펼쳐진 이 위기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다는 무력감. 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오피스를 찾아온 난민분을 다른 기관에 돌려보내고 공사견적서를 보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어야 하는 자괴감.
7. 그럼에도,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 2022년 9월의 어느 날.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