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를 시작한지 벌써 18년쯤 됐으려나. 그 중 5년 가량을 제외하고 한국에서 자취를 한 시간은 약 13년 정도. 하지만 13년 동안 한국에서 내가 직접 조리를 한 것은 50끼도 되지 않을 것 같다. 집근처 어디서나 장보기도 쉽고 식재료도 풍부하지만 그만큼 배달음식이며 집근처 훌륭한 백반집도 넘쳐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재료도 부족하고, 입맛에 맞는 음식이 부족한 (더욱이 식당이 많지 않은 이 곳 시골에서) 동아프리카에서 자취 중인 한국인에게 요리는 생존수단이자 유일한 취미이자 즐거움이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식재료라고는 감자, 양파, 양배추, 당근밖에 없더라도. 지난 8개월간 탄자니아에서 조리했던 음식들을 기록해보고자 찍어뒀던 사진을 정리해본다.
< 대부분의 식재료를 조달하는 스탠디 부근 시장 >
< 한 달에 두 번씩 한 솥 만들어두고 먹는 카레 >
< 수도에서 조달한 치즈를 얹고, 짭짤한 오이김치까지 완벽했던 카레 >
< 집을 구하고 맞이한 첫 금요일, 고기를 굽고 신났던 불금저녁 >
< 스파게티의 간편함은 시판용 소스인데, 소스를 구할 수 없으니 간장으로 >
< 미역국과 참치전 >
< 설, 추석명절때 먹으려고 소중히 챙겨온 골뱅이 통조림. 유난히 바빴던 한 주를 보내고 명절이 오기 전 무침이 되어버렸다 >
< 출장길 케냐에서 챙겨다주신 가래떡, 그 덕에 구정에 끓여먹은 떡국 >
< 도시에 출장갔다가 사온 두부로 만든 두부조림, 다시 봐도 군침이... >
< 주말 아침, 브런치 분위기를 내봤다 >
< 내가 고등어조림까지 해먹다니. >
< 역시 고추장에 참기름! 배추 김치 대신 양배추 김치로 >
< 므완자에서 사온 배추로 난생처음 혼자 직접 담근 배추김치, 무려 맛있었고 적당히 익은 후 김치찌개까지 완벽했다 >
< 단짠단짠, 간장떡볶이. 고추장이 거의 바닥을 보여 어쩔 수 없이 해먹었지만 의외로 최고 맛있었던 >
다행히 잘 해먹고 살고 있다. 일을 잘 하는 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한 나의 건강을 잘 챙기는 것. 지난 8개월을 돌아보며 가장 뿌듯한 부분이다. 아무거나 잘 먹지만 그래도 한식을 선호하기에 김치가 그리워지면 구하기 힘든 배추대신 양배추 김치를, 전기가 나가서 전기밥솥이 무용지물이 되면 가스레인지로 미역국을 끓여 누룽지를 넣고 미역죽을, 개운한 음식이 땡길때면 양배추김치와 고추장, 참기름을 비벼 초간단 비빔밥을. 적어도 나에게는 우리집이 카술루 최고 맛집이다.
+ 그래도 한국가면 치킨, 곱창, 연어회, 찜닭, 부대찌개, 생선탕, 먹고 싶은게 너무 많다.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은 항상 똑같다. "남이 해준 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