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한 회사로 첫출근 전날의 생각들
한참 백수생활을 즐기느라 바쁜 일상을 보냈다. 그 간 취미였던 뜨개질, 뮤지컬관람, 밀린 독서들을 했으며 여행도 다녀와 아주 바쁜 백수생활을 보냈다. 백수생활을 보내는 동안 나는 나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 소재, 기분 등을 알아가는 기간이었다. 그 백수기간이 오늘로서 끝이난다.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지만 쉬는 동안 내가 일을 안하고 살 수는 없는 사람이구나를 알게되었다. 나는 백수기간에 나름 시간을 그냥 보내는 일이 없도록 하려 노력했다. 책을 읽거나 외출을 하거나 뜨개질을 하는 등 일단 뭐라도 하자는 생각에 누워서 시간만 보내는 일은 하지 않으려 경계하였다. 친구들은 그런 나에게 그것은 진정한 백수생활이 아니라고 말하였다. 그런데 나는 그것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계획을 세우고 내가 계획한대로 움직이는 일상생활이 너무 행복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모든 일이 내 생각대로 나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어떤 장애물이 얼마만큼의 크기를 가지고 나타날지 모른다. 장애물이 발생하면 발생하는데로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라 회사에서 늘 긴장상태로 있었던 것 같다. 이럴떄마다 지도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안되는게 있겠니"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람이 하니까 일이 이렇게 꼬이고 진도가 안나가는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생각을 한다. 프로그램 상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절대 안되는 일이 있겠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라면.. 어떻게든 수습이 가능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다. 무슨 문제가 생겨도 '그거 뭐.... 사람이 하는일인데 어떻게든 정리되겠지', '마감일이 있는데 별 수 없지' 라는 생각을 하게된 것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내가 스스로 되뇌이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는 나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다.
백수생활 동안 내가 계획한 대로 움직이는 생활로 안정을 얻었다면 이제는 다시 밖으로 나가야 할 시간이다. 이직하는 회사가 어떤 분위기인지, 내가 과연 잘 적응 할 수 있을지 걱정은 되지만 스트레스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밥 벌어먹으려면 적응하겠지. 진짜 걱정은 사람 사는 곳 다 비슷할 텐대 또 나에게 이전 회사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지않은가. 그때 또 도망가는 선택을 할 것인가와 같은 것 이다. 미리 사서 걱정하고 스트레스를 받다니.. 너무 바보같은 짓이다. 그래서 이것도 그냥 변수로 생각하자. 그때가서 못하면 그만두는거지. 그것이 내 인생에서의 도망은 아닐 것이야.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첫 시작은 누구에게나 긴장감이나 설렘 등 기존과는 다른 기분을 갖게 한다. 나는 지금 기대한다. 움크렸던 시간 만큼 성장한 내가 이번엔 어떤 장애물을 만날 것인가. 또 그걸 나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이다. 이제 다시 회사를 다니니 직장생활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생길 것이며 그것에 대한 감흥을 글로 적어보려한다. 그러니 다시 회사생활, 다시 글쓰기, 다시 정리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