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차려보니 여기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를 설명하려면 '여기'가 어디인지부터 시작해야할 것 같다.
지금 나의 객관적인 상태는 성인 ADHD를 갖은 직장인이면서 박사수료생이면서 자영업을 하고있다. 어렸을 때부터 그냥 대부분의 것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누가 뭘 한다고 하면 늘 나도 하고싶었고 그냥 무작정 내가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자신감이 많았다기 보다 그냥 무지에서 나오는 객기였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이게 좋게 표현해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것이지 그냥 산만한 아이였다. 늘 공부보다는 다른 것에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생때 축구, 야구, 배구 등 구기종목에 갑자기 꽂혀서 경기장을 찾아다니면서 보고 특히 축구는 프리미어리그, 분데스리가, 세리에 등 유럽 리그를 챙겨보느라 내 고3은 유럽의 시차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학교 정규 수업도 좋아하는 과목만 잘하고 잘해야하는데 관심없으면 그냥 사이드 취급했다. 정말 물리와 기술만 공부했다고 보면 된다. 그랬던 고등학생이 대학에 와서 공부에 흥미를 갖게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나는 전기공학을 전공했다. 대한민국의 입시제도에 적합하지 않은 학생이었어서 이렇다할 학교는 가지 못했지만 대학에 진학한 후 공부에 관심을 갖게되었다. 누구나 그렇지만 나는 내가 잘하는 것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을 깊이 생각하는 것도 좋아했기때문에 학부 2학년때부터 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처음 연구실에서는 뭐 별로 의미있는 일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연구실 소속으로 있는 것이 좋았다. 뭔가 학교에 내 자리가 있다는 것이 뿌듯했던 것 같다. 그러다 한 전공분야에서 의문의 1등 성적을 받게된 이후로 교수님께 간택당해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생활을 하게되었는데 정말 정신차려보니 대학원생이 되어있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대학원 생활은 그간 했던 학부생활과는 정말 다른 세계였다. 수업의 방식부터 해야하는 일까지 전부 처음이고 새로운 일이었다. 그런데 재미있었다. 매일 밤새고 주말에도 학교에 나가면서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솔직히 기억이 안난다. 미화된 기억일 수 있다. 분명 졸업할때 다시는 대학원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즐겁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뭔지도 자세히 모르는 것에 몰두하고 집중했던 경험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르는 것의 정보를 대충이라도 찾아볼 수 있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
석사를 졸업한 이후 나는 바로 취업을 했다. 첫 직장은 정말 나에게 큰 배려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그때 만났던 사수분들이 나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저거 언제 가르쳐서 사람만들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다시 박사과정으로 학교에 들어가고 수료만 하고 다시 두번째 직장생활을 하면서 ADHD를 진단받았다. 이럴 줄 알았다. 오히려 걱정했다. 아니면 어떻게하지? ADHD가 아니라면 이렇게 산만할 수가 없는데...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세 번째 직장을 다니고 있다. 여전히 박사과정중이며 사업자를 내서 자영업도 하고있다. 나는 하나인데 불리는 직함은 매니저, 학생, 사장님이다.
지금까지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배우거나 생각했던 것을 적어보고자 브런치북을 만들었다. 짧은 경력이고 아직 어려서 더 배워야할 부분이 많지만 누군가는 나처럼 내가 지금 이렇게 사는게 맞나? 다른 사람들은 다 쉽게 하는 것 같은데 왜 나는 이렇게 힘들지? 라는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민을 나누고 내가 그 고민을 어떻게 정의하기로 했는지를 공유하고 싶다. 정답이 아닐 수는 있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넘어왔다는 것을 이야기 함으로서 다양한 해결책 중 하나를 제시해보고 직접 판단했을때 해결책이 될 것 같지 않다면 그것도 그것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하나의 선택지는 제거되지 않았는가.
솔직히 말하면 이 브런치북은 한 사람의 사회생활극복기 또는 성장기에 가까울 것이다. 읽으시는 분들이 보시기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그냥 가엽게 여기시어 댓글로 조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우당탕탕 얼렁뚱땅 애매모호하게 살고있습니다. 완벽을 추구만 할 뿐 대충 비스무리 하면 만족하는 스타일이라.... 많은 가르침과 조언이 필요하니 의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