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토미 커뮤니케이션
과거에 비해 인간의 신체활동은 급격하게 감소했다. 하루 10~20km 이상 걸었던 수렵 사회와 달리 현대 사회 활동량은 4~5km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의 변화는 신체활동을 감소시켰고 몸을 더욱 쇠퇴시키고 있다. 그중에서도 평발은 보편적인 문제가 될 정도로 흔하게 자리 잡고 있다. 평발은 과거 군 면제에도 포함될 만큼 큰 문제로 인식되었다. 만약 당시 군입대 기준을 지금 도입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병역면제자가 될 것이다. 그만큼 평발은 흔해졌으며 이제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을 만큼 익숙하게 되었다.
201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평발로 인한 진료 인원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이중 대다수는 10대와 10대 미만에서 나타나고 있다. 매년 증가하는 평발의 대부분이 아동청소년이라는 점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물론 선천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후천적 원인도 적지 않은 편이다.
4,042 미터 = 평균 걸음수 5,775 걸음 + 성인 평균 보폭 70cm (스탠퍼드대학교, 2017 한국 조사)
발 조직들의 형태가 변화하면 부착된 뼈에 정렬이 틀어져 평발이 될 수 있다. 조직들의 형태 변화는 인대 길이가 늘어나거나 근육의 근력이 충분하지 않을 때 주로 발생한다. 때문에 정상적인 발 모양을 위해 발 내부 조직들은 모두 균형적인 형태가 유지되어야 한다. 또한 걷기는 상호적인 관절 운동으로 조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데 걷기 활동이 줄어들면 이러한 영향도 감소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발 모양 유지가 힘들게 된다.
뼈의 위치가 정렬을 유지하고 견고해지기 위해서는 인대, 관절낭 등 섬유성 결합조직들은 정상적인 길이와 긴장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수동적 구조(섬유성 결합조직)는 잘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매우 견고하지만 한번 늘어나게 되면 원래 길이로 돌아오지 않아 영구적인 불안정을 초래하게 한다.
발 속에는 내재근(속근육)이라고 하는 속근육들이 굉장히 많이 있다. 이 근육들은 큰 힘과 역동적을 움직임을 만들어내지 못하지만 세밀한 발관절 사이사이에 직접적인 안정자 역할을 하여 아치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 하지만 잘못된 자세, 보행 그리고 발을 압박하는 신발은 이러한 내재근의 활성화를 감소시키게 한다.
Windlass mechanism은 걷기를 하면 발 구조에 생체역학적인 영향을 주게 되고 발바닥 근막의 긴장도가 증가하면서 아치를 더 만들게 되는 기전이다. 정렬 상태의 발에 발가락 관절을 위로 신전시키면 발바닥 근막은 팽팽해지고 이로 인해 아치가 더 형성되게 된다. 지금 자신의 발가락을 위로 신전시켜 보라! 발바닥 아치가 생기는 것을 금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걷기를 많이 하면 족저근막 및 힘줄에 장력이 발생해 관절들을 서로 가깝게 하고 아치가 튼튼하게 잡혀 정상적인 발 모양을 유지하게 한다. 반면 줄어든 신체활동은 windlass 기전 활성화를 떨어뜨리고 적절한 저항을 받지 않은 근막과 힘줄 구조들은 점점 약해지기 때문에 아치가 무너져 평발이 되는 것이다.
견고한 수동적 구조와 활동적인 능동적 구조를 가지고 있어도 결국 움직이지 않으면 평발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건강한 발을 위해 신체활동은 필수적이며 그중에서도 걷기는 가장 쉬우면서 큰 효과를 줄 수는 행위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