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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정윤 Dec 06. 2019

꽃보다 피렌체

<도시.樂 투어> 이탈리아, 피렌체(Firenze) 1탄


꽃보다 아름다운 도시, 피렌체


두오모(Duomo)는 둥근 돔이 있는 대성당을 의미하지만, 언제부턴가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The Cathedral Santan Maria dell Fiore)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만큼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이 성당은 피렌체의 도심 중심부에서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자리하고 있고, 여행 성수기에는 입장을 위해 성당 주위를 둘러 줄을 설만큼 피렌체 최고의 명소이다.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피렌체, 말이 필요 없는 르네상스 예술 문화의 중심지다. 13세기부터 피렌체에서 영향력을 키워 온 메디치(Medici) 가문은 금융업으로 성공하여 르네상스가 본격 시작된 15세기에 코지모 데 메디치(Cosimo de Medici, 1389-1464)에 이르러 밀라노, 페라라, 만토바 등의 도시들의 비스콘티, 스포르차, 에스테, 곤차가 가문 등과 경쟁을 벌이며 적극적으로 예술가들을 후원했다. 그리고 피렌체가 그 이전부터 이웃 도시 시에나(Siena)와 경쟁적으로 더 큰 성당 짓기에 힘을 쏟았으니, 결국 피렌체와 메디치의 이런저런 과시욕(?) 덕분에 많은 문화와 역사의 흔적들을 남길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곳에서 본격적인 르네상스가 열릴 즈음, 활동했던 음악가들 중에는 대표적으로 프란체스코 란디니(Francesco Landini, ca. 1325-1397) 있다.




란디니, 그리고 성 로렌초 성당


"란디니가 누구란디?" 이 질문에 앞서 잠깐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를 떠올려보자. 성 토마스 교회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장소이기도 하지만, 이 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바흐의 흔적을 느끼고 그의 무덤을 보기 위해 방문한다. (관련 글: J. S. 바흐와 성 토마스 교회)


음악사적으로 큰 업적을 남긴 인물로서 바흐는 죽어서도 그곳에서 현시대의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교회나 성당에는 아무나 묻힐 수 없다.


성 로렌초 성당(Basilica di San Lorenzo)은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라 알려지기도 한다. 300년간 피렌체의 주교좌성당이었고, 메디치 가문의 주요 인사들이 묻혀있는 메디치 가문의 소유 성당인데, 그 내부에 란디니의 무덤이 있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란디니가 피렌체에서 그리고 성 로렌초 성당과 관련하여 꽤 중요한 인물이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로렌초 성당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와 북서쪽으로 도보로 5분도 채 되지 않은 아주 가까운 위치에 있다. 화려한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와는 다르게 성 로렌초는 외관이 아주 투박하고 밋밋한 모습을 보이는데, 15세기에 메디치 가문의 조반니 디 비치(Giovanni di Bicci, 1360-1429)가 조각가이자 건축가였던 부르넬리스키(Filippo Brunelleschi, 1377-1446)에게 11세기 양식으로 재건하도록 자금을 지원했지만, 그가 건물 정면 출입구 외벽인 파사드를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북부 도시들을 둘러보면 성 로렌초 성당과 비슷한 건축물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만약 성 로렌초 성당의 파사드가 완성되었다면 그와 비슷한 모습이지 않을까 상상해보게 된다.


photo by @musicnpen

투박한 외부에 덜 매력을 느낀다면, 계단에 앉아 젤라또를 먹거나 쉴 수 있는 곳으로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성당의 내부 장식과 조각들은 브루넬리스키 외에도 도나텔로(Donato di Niccolò di Betto Bardi, ca.1386-1466), 미켈란젤로(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 1475-1564) 등 걸출한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메디치 가문의 후원과 그 영향력이 정말이지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천재들의 놀이터, 피렌체


화려한 르네상스 문화가 다방면의 걸출한 천재들의 놀라운 아이디어와 유산으로 본격적으로 채워지기 시작하면서 이탈리아 음악은 란디니와 같은 음악가들의 음악과 함께 기록되고 보존되기 시작했다. 물론 시기적으로 이전에 작업이 이루어진 필사본들도 발견되었고, 음악은 더 많이 필사되었다.


여러 기록을 바탕으로 역사적 음악적 사실과 음악, 뿐만 아니라 음악가들의 생김새까지 접근해 볼 수 있는데, 성 로렌초 성당에서 눈에 띄는 것은 란디니의 무덤 왼편 세로로 긴 부조다. 바로 이동식 오르간인 포르타티브 오르간을 들고 있는 란디니 모습이다.


딱 보아도 란디니는 오르가니스트였고, 1365년부터 1397년 그가 사망할 때까지 30년 이상 성 로렌초 성당에서 활동했다. 그리고 오르가니트로서 1387년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오르간을 디자인하는 책임을 맡았다고 전해진다. 사후 오랜 시간이 흘러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유골을 모셔왔던 것이 아닌, 란디니는 당대 유명하고 존경받았던 인물임이 확실한 것이다.


photo by @musicnpen


란디니와 음악 얘기를 좀 더 하기 전에 둘러볼 곳이 있다. 바로 옆 라우렌치나 도서관(Biblioteca Medicea Laurenziana)이다. 이 곳은 메디치 가문의 책과 기록들을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미켈란젤로가 설계했다고 하는데, 이 공간은 현재 관람을 위해 유료로 공개된다. 하지만 이 곳은 둘러보아야 할 명소이기 전에 도서를 열람할 수 있는 진짜 도서관이고 실제로도 많은 학자들이 연구를 위해 방문하는 매력 넘치는 곳이다.

photo by @musicnpen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박물관에서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지만, 도서관도 그에 못지않게 호기심이 충족되는 곳임을 부정하긴 힘들다. 가끔 “여행지까지 가서도 도서관에 가느냐?”라는 질문을 받지만, 나에겐 도서관이 마치 현지 맛집 같은 곳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생생한 자료를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에 연구 놀이터 같은 느낌이라 전혀 따분하지 않다. 특히 피렌체는 천재들의 놀이터였기 때문일 것이리라.


란디니와 음악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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