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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나무 Mar 20. 2024

선생님의 업무 부담 덜어내기

형식적이고 불필요한 업무 관행은 없애고, 간소화합니다.


교직을 선택한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집중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많은 교사들이 교직의 어려움 중 하나로 행정업무를 들기도 한다. 학생 지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거나 다소 동떨어진  행정업무가 가르치는 일에 방해가 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하는데 필요 불가결한 행정업무도 있지만 학교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 업무도 당연히 존재한다. 또한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새롭게 생성되는 업무도 있고, 기존에 해오던 일들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서 업무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따라서 학교를 경영하는 관리자는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형식적 절차를 과감하게 덜어내거나 교무 업무 조직을 재구조화하는 것만으로도 선생님들의 행정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3월 첫 교직원 모임 때 학부모와의 소통, 아이들과 관계 맺기에 대한 핵심 팁과 함께 행정 업무 처리에 대한 기본 방침도 안내하였다. 대수롭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모든 결재는 전자 결재를 원칙으로 하자고 했다. 교사로서, 장학사로서, 교감으로서 일하면서 다소 불합리하다고 느꼈던 것은 전자 결재가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문서를 종이로 출력해서, 또는 그것을 요약해서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교육청과 같은 기관은 부서장이 관리하고 파악해야 하는 업무량이 많기 때문에 요약본이 필요하지만, 학교 조직은 학교 교육과정 계획에 따라 연간 교육활동이 전개되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 종이 낭비를 줄이고 선생님들이 보고를 위해 별도로 준비하고 시간을 쓰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나는 보고를 위해 몇 번씩 관리자를 찾아갔다가 부재중이라 헛걸음친 경험을 기억한다. 보다 합리적인 결재 방안,  소통 방안을 찾아 실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여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미약하더라도 찾아 실천해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벚꽃이 예년에 비해 2~3주 정도 일찍 피니 기후 위기가 피부에 와닿는 요즘, 후세대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그대로 물려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전자 결재 원칙을 안내하면서 다음의 내용을 덧붙였다.

* 전자 결재하면서 의문점이 있을 경우 메신저를 통해서 소통하겠습니다. 답변을 즉각 줄 필요는 없으며 선생님이 확인하고 가능한 시간에 하면 됩니다.

* 업무를 추진함에 있어서 고민되는 지점, 의논이나 협의가 필요한 경우는 언제든지 교감, 교장과 소통해 주기 바랍니다. 선생님 홀로 고민하지 마세요. 몇 명이 머리를 맞대면 해결되지 않는 일이 없습니다.

* 업무를 추진함에 있어서 담당자의 의견이 중요하며 존중할 것입니다. 선생님의 창의적인 생각으로 주도적으로 업무 추진하면 좋겠습니다.


교감으로서 대규모 학교에 근무하면서 느꼈던 것은 선생님들을 믿고 권한을 위임하면 더 창의적이고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이었다. 누구보다 아이들의 성장을 돕고자 고민하고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 선생님들이라고 믿는다. 학교 관리자는 선생님들이 고유한 자신의 모습으로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도와주면 된다는 생각이다.





며칠 전 연구부장이 3월 말에 있는 학교 교육과정 설명회 준비로 교장실을 찾았다. 어떤 내용으로 교육과정 설명회가 이루어질 것인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1학기 주요 교육활동 안내와 학부모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연수, 담임교사와의 만남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장학사로 일하면서 몇몇 나라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외국의 경우 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안내는 교장이 직접 하는 경우가 많았다. 교장은 학교에 대해 프라이드를 가지고 학교의 교육과정을 어필했다.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우리의 경우 대개 학교장은 인사말을 하고 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안내는 연구부장이 한다. 학교의 최고 책임자인 교장이 학교 교육과정을 설명한다면 교육과정에 대한 무게가 더 실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연구부장에게 지난해 12월에 이루어진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학생 학부모의 평가 내용을 바탕으로 올해 강조/지속/수정되는 부분, 학교장의 학교 경영 중점, 학부모님께 바라는 점 등을 담아 학교장 인사말 부분에서 교장이 안내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의례적인 인사말이 아닌 실질적이고 상호 도움이 되는 소통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교육과정 설명회를 위한 현수막 제작은 하지 말자고 했다. 학교에는 이미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다. 전광판은 행사 홍보를 위한 현수막 제작 등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설치되었다. 연구부장은 전광판을 사용하지 않은지가 2년이나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작동은 잘 되고 있으며 자신이 조작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미 있는 시설을 충분히 활용하고 일회적인 현수막 제작을 하지 않음으로 예산도 절약하고 환경 오염도 줄일 수 있다. 현수막 쓰레기는 재활용도 안되어 골칫덩어리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학교 교육과정 책자형 제작도 마찬가지다. 학교 교육과정은 1년간 학교 교육활동 전반에 관한 계획이다. 지역과 학교의 상황과 여건에 따라 수정 보완이 가능하다. 그래서 요즘은 책자형으로 고정하여 제작하지 않는 학교들도 많다. 학교 교육과정 책자의 수요자는 교직원들이다. 꼭 짚어 말하면 선생님들만 주로 본다. 그렇다면 굳이 책자형으로 제작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PDF파일 형태로 보급하는 것이 컴퓨터 바탕화면 등에 깔아놓고 언제든지 열람 가능하고 접근도 용이하다. 불필요한 곳에 예산 사용을 줄임으로써 필요한 곳에 예산을 투입할 수 있고, 업무도 덜어주니 선생님의 마음도 가벼워진다.


우리 학교는 교무 업무 조직을 교과 전담 교사와 부장 교사가 행정 업무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담임교사에게는 최소한의 업무를 부담하게 되어 있다. 담임교사가 아이들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고려한 것이다.


학교 조직이라는 큰 배가 항해하는 데는 부수적인 행정 업무도 소홀할 수 없다. 하지만 형식적이고 관행적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불필요한 것은 과감하게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선생님이 여유가 있어야 아이들도 편안하다. 아이들과 교사의 일상이 예측 가능하고 교육활동이 평화롭고 즐겁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살피고 또 살필 수 있기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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