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마이어스(Stanley Myers)가 작곡한 '카바티나'는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디어 헌터(deer hunter)'의 테마곡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졌습니다."
"사슴 사냥을 즐겼던 주인공이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게 되고, 전쟁이 끝나 귀국한 후 다시 사슴 사냥을 나가게 되지만 사슴의 맑은 눈을 보는 순간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죽어간 사람들이 떠오르고 더 이상 사슴을 향해 총을 쏠 수 없게 되는 그런 내용이 나옵니다."
기타리스트는 곡 '카바티나'를 연주하기 전에 곡에 대한 설명을 띄엄띄엄, 뭔가 기억이 잘 안 나는 듯, 혼잣말 하듯 설명한 뒤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아! 바로 이 곡! 좋아했는데, 제목이 기억나지 않아 가끔 음만 흥얼거렸던......'
(제목을 몰라 듣지 못하는 곡이 숱하다. 감각, 느낌으로 인식하는 면이 많은 나는 적어두고 기억하기 위한 노력에 몹시 게으르고 이런 모습을 후회하면서도 매번 되풀이한다.)
고요하고 서정적이며 깊은 감상에 빠져들게 하는 음률이 이어졌고, 나는 눈을 감았다.
'이토록 아름다운 곡이 가장 참혹하고 잔인한 전쟁을 다룬 영화의 주제곡이라니!'
전쟁의 비극, 인간성 상실, 전쟁을 겪은 후에는 다시는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아픔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일까. 깊은 심연을 두드리는 아름다운 서정적 멜로디가 지워지지 않는 깊은 슬픔과 아픔에 닿아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교권보호위원회 상반기 개최 결과 보고회 자리에 클래식기타 연주곡으로 선정된 '카바티나'.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디어 헌터'의 테마곡이라는 점과 연결 고리가 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우연일까.
올 3월부터 교권보호위원회는 학교에서 교육청으로 이관되었다. 교육활동침해 건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한 교사들의 사기 저하, 학교 교육력 저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법률적 전문성이 부족한 학교가 교사와 학생 간, 교사와 학부모 간에 벌어지는 다툼의 시시비비를 가리고 조치를 내리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교육기관인 학교는 '법'으로 정리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점점 법적 다툼의 장소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안타깝다. 교권보호위원회가 교육청으로 이관되어 시시비비를 가리고 조치를 내리는 일만은 학교에서 피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교권보호위원회는 법률전문가(변호사), 교육전문가, 학부모 등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여전히 미성숙한 학생과 교육적으로 지도하고자 하는 교사 간 벌어지는 다툼을 무 자르듯 정리하기 어려운 점이 존재한다. '학생이 바르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목적은 같지만, 위원회에서는 사실 관계를 증명하기 위해 학생이 교사를, 교사가 학생을, 서로의 잘잘못을 강조하며 말해야 하니, '참,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학생의 학부모도 위원회에 참석하게 되어 있고, 법률적 검토와 숙고 끝에 조치가 내려져도 결정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하는 일도 발생하니, '전쟁'이나 다름없다.
고요하고 서정적이며 아름다운 곡 '카바티나'는 날 선 신경을 잠재우고 잠잠하게 한다. 마치 전쟁 같은 교권위원회의 어려움을 달래기라도 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