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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나무 Oct 23. 2024

곤충 교감

귀여워요!

말랑하기도 하고

매끄럽기도 해요!


아이들은 애벌레를 아주 조심스럽게 만져본다. 손가락 끝으로 살짝 닿게. 애벌레 등에 가만 손가락이 닿으면 애벌레의 체온이 아이의 손에 전해진다. 그 순간 아이의 온 세상은 애벌레가 된다. 나는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신기하다. 아이는 애벌레가 귀엽고 사랑스럽고 신기한데,  나는 애벌레가 귀엽다고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아이의 이런 세계가 나는 참 좋다. 순간에 몰입하여 긍정하는 이 명랑함이라니!






한 학기가 지나 학교 예산을 점검하고 추경을 했다. 실장님이 500만 원 정도 여유분이 있다고 알려주셨다. 선생님들께 무엇을 하면 좋을까 의견을 물었지만 특별한 의견이 없었다. 나는 아이들을 위해 이 예산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는 도시 소외 지역에 위치해 있고, 작은 학교(전교생 60명 이하)에도 속하지 않아 학교기본운영비 외에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예산이 추가로 지원되지 않는 어중간한(?) 규모의 학교다. 작은 학교는 교육청에서 지원되는 예산이 많아 초등학생 시기에 경험하면 좋을 다양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수시로 운영된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정해진 현장체험학습, 교육청 공문에 따라 신청하여 선정되는 체험학습 외에 아이들의 소리를 듣고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실시하는 체험학습이 없는 것이 늘 아쉬웠다.


밖으로 나가는 체험학습은 버스 계약 등 미리 준비되어야 할 것이 있기에, '학교로 찾아오는 체험학습'을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우리 학교는 산허리로 이전하면서 학교 부지를 확보하다 보니 텃밭을 만들 공간도 없다.(내년에는 학반 수만큼 큼직한 화분을 제작하여 작물을 키워볼 계획이다.) 생태학습의 기회가 부족한 것도 마음에 걸렸었다. 그래서 여유 예산 500만 원을 들여 '찾아오는 생태체험학습'을 해보기로 했다.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애벌레를 관찰하고, 사육 상자를 만들어 직접 길러보는 체험이다. 곤충체험은 저학년에 알맞겠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들 의견이 5~6학년도 하면 좋아할 것 같다고 하여 전교생 모두 해보기로 결정했다.


체험학습이 있는 날, 나는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애벌레를 처음으로 만난 아이들은 세상 신기한 표정이다.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이다. 눈으로 보고 돋보기로도 살펴본다. 손바닥에 올려놓고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보며 교감한다. 기어가는 모습도 관찰하고 애벌레의 체온도 느껴본다. 어떤 아이들은 '너무 귀여워요' 연신 말한다. 꿈틀꿈틀 꼬물꼬물 애벌레가 어른인 나의 눈에는 징그럽기도 한데 아이들은 뭣이 그리 좋기만 할까. (나는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볼 때면 '아이들 마음에는 뭐가 있을까?' 궁금해진다. 동시에 아이들의 이런 모습이 나는 참 좋다.이름을 지어준다. 통통이, 포롱이, 꿈틀이, 퐁퐁이 등등. 내년 봄이면 애벌레는 장수풍뎅이로 탈바꿈할 테다. 6개월이 넘는 긴 기간 동안 아이들이 애벌레를 잘 보살피며 기다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아이들을 만나면 종종 애벌레의 안부를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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