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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nzan Apr 10. 2020

따뜻한 집과 다정한 남편에게 이중으로 안겨있는 공간

화이트 앤 멀바우 우드 아파트 리모델링


살아 있고, 머리 위에 지붕이 있고,

방은 난방으로 따스하고, 혼자 사는 게 아니고,

맛있는 음식이 익어 가는 냄새가 사방에 가득했다.

그래서 기쁘다. 얼마나 단순한지,

특별한 것은 하나도 바라지 않는다.

이런 마음을 깨우친 것만 해도 좋았다.


- 요시모토 바나나 / 도토리 자매





안녕하세요. 저희는 7년 연애를 끝으로 결혼한 신혼부부입니다.


집을 구하는 시간보다 인테리어 구상 시간이 더 길었던, 총 4개월 동안 수많은 집을 보며, 서로의 뜻에 대해 어필했던 지난 날들. 그리고 그 결실에 대해서 소개합니다.


저희집은 도시 외곽의 조용하고, 흘러가는 계절의 변화를 차분히 느낄 수 있는 32평 아파트입니다. "우리"의 첫 공간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이 곳으로 선택했는데 여전히 애틋하고, 따뜻한 공간이랍니다.


앞으로 차근차근 꾸며 나갈 저희의 첫 공간을 소개해드립니다.






#1. 나의 창, 나의 방, 나의 집

저희는 샷시부터 전체 공간을 뜯어내 인테리어를 진행했어요. 정말 발품 팔아 재질과 가격 비교 후 선택했고, 중간중간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다 싶은 것들은 저희가 직접 구해 전달드리곤 했어요. 다행히 색과 느낌이 맞았고, 전체적인 컨셉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오래된 아파트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있던 집이라 고민이 많았지만 그것을 다 삼켜버릴 만큼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집 앞의 드넓은 논밭이었어요. 저는 계절을 느끼며 사는 게 여유를 가지고 사는 삶이라 생각해요. 때가 되면 변하는 계절도, 공기도, 저녁노을도 <아름다운 한때>를 선물 받은 기분이에요.







#2. 따뜻한 모델하우스



정리정돈을  못하는 성격이라 최소한의 가구와 소품들로 꾸몄어요. 오죽하면 지인들이 저희 집을 "따뜻한 모델하우스" 불렀지요. 살다 보면 늘어날 살림살이들을 생각하면 이렇게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저는 중문에 대한 애착이 컸어요. 추위에 약한지라 유리벽이었던 한쪽 벽면을 가벽으로 세웠지요. 그리고 답답하지 않게 창을 내어주었고요. 전체적으로 집이 아늑했으면 해서 포인트 색상도 따로 사용하지 않았어요.



현관 바닥 타일도 저희가 직접 눈으로 보고 선택했는데 금색과 우드톤의 조화는 말해 뭐 할까요. 오른쪽 사진은 현관에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입구 사진이에요. 복도식으로 길게 나 있는 집 구조라서 들어왔을 때 막혀있는 느낌이 들 것 같아 선반은 따로 두지 않았어요.


왼쪽 커튼 같은 경우는 거실을 분리하기 위해 암막커튼을 달았어요. 특히 여름에는 거실을 빨리 시원하게 하고, 그 시원함을 오래 유지하여 전기세를 아낄 수 있어서 더 좋아요!



+추가)

매트를 깔았어요. 살다보니 현관을 청소하는 게 일이더라구요. 화이트 바닥이라 늘 쓸고, 닦고의 반복이라 고생하는 시간과 신경들을 매트 하나로 단축시켰어요. 베이지와 어울리는 노란색으로 포인트를 줬는데 만족스러워요.







#3. 가정을 통괄하는 위대한 장소


리모델링 전 주방


리모델링 후 주방


반짝반짝 빛나는 하얀 타일, 야채조각이 뒹구는 하얀 대리석 상판, 웃고 울고 많은 시간을 보낼 식탁은 따뜻한 원목에 간접조명. 여기까지가 대략 상상해온 주방이었어요.


평수에 비해 좁게 난 주방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활용할 수 있을지 엄청 고민했던 공간이에요. 그만큼 애정 하는 공간이고, 저희 부부가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랍니다.







#4. 냉장고에 뺏긴 다이닝룸



버려진 공간을 다이닝룸으로 만들기 위해 바닥을 수평으로 만들고, 주방을 쉽게 다닐 수 있도록 방문을 없애고 아치형으로 문틀을 만들었어요. 기사님과 몇 번의 수정 끝에 탄생한 이 공간은 좁은 주방 탓에 냉장고와 밥솥 등의 자리로 내어주었죠. 아쉽지만 또 살다 보면 이리저리 옮길 수 있지 않을까요.

 


부산 진시장에서 천을 떼다가 커튼으로 만들었어요. 생각보다 커튼들이 비싸고, 딱 눈에 들어오는 커튼이 없더라구요. 사실 집게로 집기만 하면 돼서 쉬웠구요. 너무 길면 환기도 안되고 답답할까봐 조금 길이를 잘라줬어요. 마무리 부분을 미싱을 돌릴까 했는데 깔끔하게 잘려서 굳이 손이 2번 가지 않았구요. 커튼 하나로 주방이 밝아져서 좋아요!







#5. 일요일 한낮의 홈카페



저희가 사는 작은 마을 안에는 개인 카페 딱 1곳이 있어요. 그래서 곳곳에 홈카페 공간을 만들어야겠다 싶어 집 안에 작은 스팟들을 만들었어요. 그중 하나가 주방이에요.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저희는 대부분의 시간을 주방에서 함께해요. 퇴근하고 노란 간접조명 아래에서 함께 저녁을 먹으며, 혹은 차를 마시며 하루에 대해서 이야길 하고 끝없는 수다를 펼치는 공간이죠.




현재는 거실로 홈카페를 이동해봤어요.(중문 바로 옆)


그윽한 커피 향기가 거실 전체에 퍼지고, 따스한 잔에 입을 대고 한 모금 마시면 의미도 없이 행복해지는 순간이죠 - 특히 금요일 밤에 마시는 뜨거운 커피는 왠지 애틋한 기분마저 들 정도니까요!







#6. 창고를 붙박이장으로 만든 드레스룸




드레스룸 안에는 작은 미니 창고가 있었는데 어떻게 활용을 할까 고민하다가 문을 없애고, 긴 옷들을 넣거나, 이불을 넣는 붙박이장 느낌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에어 드레서 넣는 사이즈까지 이리저리 계산하여 최대한으로 공간을 활용했는데 사이즈가 다행히 맞아떨어져 안도와 희열이 뒤섞인 묘한 감정을 맛보았어요.




옷장은 높이와 넓이를 맞추느라 엄청 애먹었던 가구예요. 화이트 앤 우드에 충실하기 위해 화이트 톤으로 거기다 가격까지 생각해야 하니 하나하나 애틋하지 않은 가구와 물건들이 없네요.







#7. 따뜻한 햇살, 커피 한 잔, 책



긴 발코니 덕에 반 정도는 바닥에 타일을 설치했어요. 여기서 누워있기도 하고, 앉아서 멍 때리기도 해요. 대신 3층이라 블라인드를 올리면 오 다니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불상사를(?) 겪을 수 있어요. 앞 베란다를 반으로 나눠 중간에 시폰 커튼을 쳤는데 앞 베란다까지 거실처럼 느껴지는 소소한 사치를 느낄 수 있어요.







#8. 햇살이 스미는 밝은 안방



결혼하기 전, 가족과 함께 살던 집은 부엌과 제 방이 너무 가까워 가스 켜는 소리와 음식 냄새에 잠을 깨곤 했어요. 그게 너무 스트레스였는데 복도식 구조로 안방과 거실이 부엌과는 거리가 꽤 돼요. 그래서 냄새와 소리를 차단할 수 있어서 좋아요.


호텔 침구의 뽀송함과 바스락거리는 그 느낌을 집에서도 느끼고 싶어 그런 류의 침구로 선택했어요. 왜 미세한 수준의 빛 공해도 수면 방해는 물론 뇌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잖아요. 암막커튼으로 외부 불빛을 완벽히 차단 후 잠들어요.







#9. 하고싶은 일, 서재방



금요일, 늦은 저녁에 좋아하는 라떼를 마시며 블로그를 쓰고, 감기는 눈을 굳이 잠에게 양보해주지 않고 치켜뜨며 하고싶은 일을 합니다.(물론 안방 에어컨 아래에서 노트북으로 글 쓰는 시간이 더 많지만)


여기까지 화이트 앤 멀바우 우드 조합, 아파트 리모델링에 대해 소개할게요.(추가 업데이트를 생각하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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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으로 일군 공간에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져서 고요한 느낌이 들어요. 그런 고요한 공간에 살고 있는 즐거운 신혼부부입니다.


한 집에서 함께 사는 것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절대 같은 게 아니라고 하죠.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나로 인해 조금 더 편안할 수 있다면 지금 한번 더 움직이는 게 얼마나 값진 일인지 알게 돼요. 이러한 배려를 할 때, 혹은 받을 때 또 한 번 사랑을 느끼곤 합니다.(제가 더 많은 배려를 받는 기분이 들지만)


우리 건강하게, 함께 살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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