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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nzan Dec 31. 2018

#3. 나고야 혼자 여행

차라리 도망을 쳐라!


인간관계는 진실을 바탕으로 할 때
가장 값지다. 애써 노력하고 배려해도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럴 때는 차라리 도망치는 편이 좋다


나의 웃음 많은 일상을 야금야금 물고 씹으며 지독히도 괴롭혔던 단 한 사람으로부터 떠난 여행이었다. 정신적인 고통은 나의 용기를 상상 그 이상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며, 행동으로 움직이게 했다. 성취하고 정면 돌파하는 것도 용기지만 끊어내거나 포기하고 체념하는 것도 용기라고 믿으며, 나 스스로 성장하기 위한 다음 단계로의 용기는 무엇일까. 내 감정에 충실하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어야 할까.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들을 가졌다.


  




나는 일요일 아침 보내는 시간을 좋아한다. 이른 아침 저절로 눈이 떠져 커피가 생각 날 때면 괜히 드립커피를 찾거나 믹스커피를 먹고 싶어진다. 일요일 아침의 커피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바로 나고야를 소개하기 위함이다. 나고야는 커피문화가 발달되어있어 대부분의 카페에서 커피 한 잔만 주문해도 갓 구운 빵이 함께 나오는 든든한 아침을 맞이 할 수 있다.


나고야의 독특한 문화, 모닝 서비스 : 코메다 커피


내가 주로 이용한 곳은 코메다 커피로 '커피를 소중히 하는 진심'이란 모토 아래 40년 넘게 일관된 컨셉을 유지한 곳이다. 나고야가 본점으로 스타벅스보다 유명하다고 하니 꼭 한 번 가서 먹어봐야하지 않을까.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이들의 여유로움 속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노리다케의 숲' 가는 길


지하철에서 올라 오는 길에 보았던 파스텔톤의 하늘색, 여행의 미화라는 게 이런걸까. 내가 보고 듣는 그 모든 것들이 좋게만 보였다. 혼자하는 여행이라 사람과 사람사이에 오가는 그 작은 감정소모 조차 없었고, 잔잔한 고요함이 불안과 외로움으로 다가올 때쯤엔 평소에 하고 싶었던, 사소하지만 못했던 모든 일을 했다.


평소의 나라면 조금이라도 빨리 가기 위해 앞만 보고 지름길만 걸었을 테고, 먹으려는 음식이 확고하지 않는 이상 다음 사람을 생각하며 대충 빨리 골랐을 테지만 혼자 있는 동안엔 이곳저곳 천천히 걸으며 골목을 누볐고, 목이 마르지 않지만 자판기 앞에서 한참을 서서 고민했다. 진정으로 내 시간에 맞춘 여행이었다.


'노리다케의 숲' 가는 길


사소함의 힘을 믿는 나는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 이 여행을 행복으로 미화 시킬테고, 문득문득 떠올리며 일상의 지루함을 이겨낼 오아시스가 되리라 믿는다.










노리다케의 숲


흔히 있는 도심 속의 공원이었다.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부녀, 소중한 사람들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선약을 나누는 결혼식,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연신 웃는 사랑스러운 커플, 아이들의 모습을 한 장이라도 더 남기려는 엄마 ‥


노리다케의 숲


나에겐 여행이지만 그들에겐 삶의 공간이며 여러 날 중 하루일 일상이겠지. 문득 사람들이 말하는 여행하듯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 어쩌면 사실이겠구나. 그 한 끗 차이의 경계선은 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사실을 진심을 다해 깨닫는 순간이었다. 마냥 일상으로부터 도피라 생각했던 여행이 좀 더 명확해졌고, 확신에 차기 시작했다.


내가 주체가 되어 일상을 살 수 있다면 언제나 여행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다카야마 히다규 찐빵


작은 교토라 불리는 다카야마, 거리를 걷는 내내 특이한 점이 있었다. 다카야마 거리의 상점은 대부분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앉아 계신데 외국인들의 영어에도 소통이 가능한 게 신기했다. 커피도 코히라고 말해야 알아듣는 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나라, 일본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심지어 은빛머리의 할머니가 당황하지 않고 소통하는 점에서 호기심이 들어 당장 검색했다.




도시 소멸 위기였던 산골마을의 다카야마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카야마시에서 관광객 유치 이외엔 살길이 없다고 판단하여 영어를 가르치고, 표지판을 바꾸고, 외국인 박람회에 참석했다. 관광 인프라를 점검하며 시설을 뜯어고쳤고, 결국 성공적이었다. 다카야마처럼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인해 관광유치로 이겨내는 나라가 곳곳에 생기고 있다.


의지의 한국인 못할 게 뭐람.










오스시장 벼룩시장 열리는 날(18,28일)


야바톤 미소카츠 / streamer coffe company sakae


열심히 먹고 돌아가는 길에 소나기가 내렸다. 흠뻑 젖은 채로 귀가해서 노래를 틀고,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았다. 왠지 모를 속 시원함에 웃음이 났다.


새로운 시작은 늘 많은 용기가 필요했는데 끝은 허무하리만큼 쉬웠다. 소속감의 온기에서 벗어나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 모른 척, 괜찮은 척 묻어뒀던 일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하나 하나 생각을 정리했다.


내가 최근에 겪은 일이나 오늘 당장 벌어진 사건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으로 되돌아보는 것은 중요한 시간이다. 그래서 책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삶을 끊임없이 공감하기 위해서는 많은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만의 기준으로 상대방을 함부로 판단하며 끊임없이 괴롭힐 테니까.









오아시스21


가만히 오아시스21의 바뀌는 불빛을 바라봤다. 얼마전에 다녀 온 파리의 에펠탑은 이상적인 꿈 같았다면 지금 보고 있는 나고야의 TV탑은 손에 잡히는 행복처럼 느껴졌다. 밤이 되면 쌀쌀해지는 가을 날씨였지만 주위의 소리에 집중하며 한참을 앉아있었다.










이기적이어도 되니까 나를 위한 선택을 하자.

그래도 괜찮다.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이 결코 이기적인 것이 아니며, 나를 보호하고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생각하자.


남들이 몰라주는 고충에 대해 아등바등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지극히 나의 행복, 나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자,

나 홀로 여행하는 것은

내 안의 생각과 가치관에 대해 객관화하거나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지금,

일단,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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