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사회생활은 불안정했을까.
‘넌 예민하고, 선천적으로 에너지가 낮은 아이였어.‘라는 엄마의 말을 자주 떠올리는 요즘이다. 예전에는 왜 열심히 하려는 애 기죽이고 그러냐, 원망도 많이 했지만 양육자로서 오랜 기간 지켜봐 온 어머니의 애정 어린 걱정이었음을 깨닫는다. 월급을 받기 시작한 지 4년이 지났다. 몸무게 앞자리 수가 2번 바뀌었다. 열심히 운동하고, 야식도 참았는데 왜 자꾸만 스트레스, 우울의 굴레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걸까.
스스로를 향한 자책을 잠시 멈추고 다르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내가 가진 에너지보다 그 이상을 해내려 했으니까. 몸이 초긴장/탈진 상태에 자주 빠지는 것 아닐까. 몸은 체내에 에너지를 비축하며 미련한 주인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을 것이다. 이 게으른 이상주의자에, 정신력은 지나치게 강한 주인을 위해.
어쩌면 잠재력 많은 호랑이이길 바랐지만, 다 때려치우고 작은 상자 안에 틀어박히고 싶은 고양이임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자주 지치고, 숨어버리고 싶은 스스로를 이해해 주고, 숨 쉴 구멍을 만들어주면 몸이 조금은 긴장을 늦출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전기장판 속에 들어가 귤을 까먹으며, 오디오북을 듣다가 스르르 낮잠에 드는 것부터 시작했다.)
최근 동일한 주제로 주니어 경력 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맛있는 것 함께 먹고 한강공원을 질리도록 걸으며, 우리가 하루하루 직장 생활에서 노력하느라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더듬어 봤다. 좋았던 점 - 내 삶의 모든 이를 사랑으로 대하고, 낯선 이들과 도전을 환대하기를 놓치지 않았다. 아쉬웠던 점 - 회사에서 초긴장 상태로 오래 야근을 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무척이나 지쳤음을 의도적으로 부정했다. 나 많이 지쳤었네? 그렇지만, 지쳤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실질적인 업무 효율에만 집착하고 있었네? 를 알게 되는 순간. 그 모든 날의 나를 또다시 용서하고 사랑하려 노력했다.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어 하고, 높은 기준을 스스로에게 들이밀며 스스로를 구석으로 밀어붙이는 버릇은 여전하다니까. 딱 그 정도만 스스로를 바라보기로 했다. 대신 조금 더 자연 속에서 자주 뒹구는 시간을 가져주기로 한다. 점심때 햇살 아래서 책도 읽고, 주말에는 등산도 가고, 때로는 공원 벤치에 앉아 글도 쓰며. 내가 자연스럽게 호흡하고, 순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에 자주 노출 시켜주기. 필라테스나 스트레칭을 통해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는 일 등. 일상의 작은 부분을 바꾸어 가며, 하루 10분 여유롭고, 행복해지길 바란다!
초긴장 주니어 동료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장에서 펼쳤던, '힘든 하루였으니까, 이완 연습. 출근 전 침대를 데구루루 좌우로 구르며, 긴장하고 있었던 온몸의 근육을 풀어주는 것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내일은 출근 전 필라테스 레슨을 받으러 간다. 호흡에 집중하며 근육 하나하나를 깨워주는 시간을 가져주다 보면 유연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겠지. (25.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