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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진권EngineKwon Jul 10. 2022

루동대 중국어 공부 220503

차이나는 삶-늦깎이 대학생


4월 30일부터 5월 4일은 중국의 큰 기념일 노동절이다.  이번 연휴는 마음 편히 지내고 있다. 얼마 만에 누리는 심리적 여유인지 ㅎ

아침마다 아이들을 스쿨버스에 태워 보내고 돌아와 숨을 고르고 오전 8시에 컴퓨터 앞에 앉아 4시간씩 중국어 수업을 받았다. 출석만으로도 심리적 부담이 컸는지 금요일이 되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일요일 저녁이 되면 마음이 왠지 무거워지곤 했다.

4월 5일 청명절 연휴에는 남편의 회사와 아이들의 학교가 모두 쉬었음에도 루동대 중국어 수업은 진행되었다. ​코로나로 학기 동안 캠퍼스 바깥출입이 제한되어 캠퍼스에서 먹고 자며 공부하는 중국 학생들이 있어 공휴일 없이 수업이 진행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번 노동절에는 온라인 수업을 듣는 유학생들을 선처해 준 학교 측의 배려로 공휴일을 만끽하고 있다.


​​


중국어 공부

15년 전 베이징 어언대에서 여름 방학 단기 속성반에서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이 몰려있는 베이징의 대학가 우다우코에서 어언대 정규 어학 수업이 끝나면 외국인 친구들, 중국인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놀며 중국어를 익혔다.  열심히 놀면서 열심히 공부도 했던 시간으로 20대에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다. ​


올 3월부터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루동대 어학과정을 처음 시작할 때는 분위기 파악이 안 되어 책 없이 수업을 받던 시기도 있었고, 단어 시험 노트에 빈칸을 버젓이 남겨두거나, 눈에 어설프게 서려있던 한자 모양을 조합해 새로운 글자를 창조해 내며 단어 시험을 보던 시기가 있다. ​


고민해 만들어낸 새로운 한자를 교수님께서 보시고 '그럴듯하네요' 또는 '단어를 열심히 외워야겠어요'라는 말씀을 하곤 하셨지만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던 시기가 있다. ​


어느 시점부터는 다른 학생들과 비교해 확연히 뒤떨어지는 단어 시험 결과와 더 이상 추측으로는 단어의 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 생기면서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복습을 하게 되었다. ​



4일간의 중간고사가 끝났다.



중간고사의 결과가 중요한 나이가 아니라고 가볍게 여기기로 했음에도 시험과 평가에 대한 부담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한편 '부담' 이면에 시험을 준비하는 시간이 배운 내용을 숙지했는지 확인하고 복습하는 기회를 갖게 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동안 배워 온 내용을 복습하면서 한자가 의미 있는 글자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


요즘 한자 문맹을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는 기쁨에 한글을 막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처럼 지나다니며 간판의 글자를 소리 내어 읽어보고 있다.   ​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경험을 통해 한창 학업으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우리 아이들의 부담과, 타국에서 영어와 또 중국어로 공부를 해야 하는 아이들의 노고를 이해하는 마음도 생겼다. 그간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라며 아이들과 영어책을 읽으면서 '이 쉬운 것을 왜 모르니'라며 못내 아쉬운 마음을 품었던 것이 미안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너희들은 공부만 하면 되니
얼마나 행복한 시기니


​​


첫 중국 여행

스티브 잡스가 ‘개연성 없는 상황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경험’에 대해 말한 대학 연설이 있다.


​Connecting the dot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은 21년 전이다. 21년 전 여름 삼 남매가 중국 여행을 했다. 가장 싼 ‘잉쭈어’ 기차표를 사서 장춘-베이징-상하이-쑤저우-항저우를 여행했다. ​


20대에게 매우 신선한 경험이었지만 동시에 고생스러웠던 기억도 있다. 90도 직각 좌석으로 등을 마주 대고 앉는 좌석이었는데 장거리 기차 여행인 만큼 앉아있기가 불편하고 괴로워 이래저래 자세를 고쳐 앉던 기억이 있다.  당시 중국의 일반 생활 수준은 알지 못하지만 같은 기차 칸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쌀부대 자루를 짐을 담는 가방 용도로 대거 사용하던 모습도 인상에 남아 있다. ​


여름에 이글거리는 태양만큼 뜨거웠던 중국 대륙의 열기를 기억한다. 어쩌면 20대 초반의 나의 마음의 투영이었을지 모르지만 개발도상국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변화의 바람이 용솟음치듯 느껴졌다 꿈과 희망에 부푼 청년의 기세를 중국 대륙에서 느꼈다. 언젠가는 중국에 와서 공부를 하고 싶다란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여행을 마쳤다.​​



다시 중국을 찾다

그리고 6년 뒤 여름 다시 중국을 찾았다. 올림픽을 앞두고 잠자고 일어나면 뭐라도 하나씩 바꿔있던 베이징에 여행객 대신 어학연수생으로  4개월 정도 머물렀다.  그 경험으로 남편의 중국 부임 얘기에 마음의 장벽이 없었지만 그동안 잘못된 믿음 또한 갖고 있었단 것을 15년이 지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잘못된 믿음

이곳 연태 루동대에서 중국어 수업을 듣다 보니 까맣게 잊고 있었던 중국어 소리, 단어 또는 문장들이 기억 어딘가에 남아있단 것에 스스로 적잖이 놀라기도 했지만 동시에 예전에 배운 내용은 참 기초적이고 그 내용이 적었다는 것 역시 깨달았다.  그동안 서바이벌 중국어는 가능하다는 근자감은 무지에서 나왔던 것임을... 자신에게 코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


선택과 포기


선택은 동시에 포기를 의미했다. 한 가지를 선택하면서 그 외의 것들은 포기해야 했다. ‘가지 않은 길,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후회가 들 때 선택한 길은 최선이었다며 스스로 합리화를 시키기도 한다.


이곳에서도 매일 오전 4시간을 중국어 수업에 투자하면서 포기한 것들이 있다. 아이들만큼 나 역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낯섦을 나누고 공감해줄 친구도 필요했는데 그런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했고, 그런 만큼 주재원 생활에 유용한 정보 또한 업데이트되지 않아 '섬'같이 느껴지는 시기도 있었다.  ​


아쉬움은 있었지만 선택에 후회하지는 않는다. 이제 연태 생활 5개월째로 이곳 삶에 익숙해지는 만큼 자연스럽게 알고, 깨닫게 되는 것들이 생기니 초조해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란 생각이다.


2022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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