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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빈 Jun 09. 2021

노오력이 부족해!

기타 선생님께 뼈를 맞은 사연

잠시 쉬는 기간 동안 벼르고 있던 기타 레슨을 받고 있다.


이전에 독학에 한 번 실패한 데다가 손재주가 없는 편이라 두려운 마음으로 레슨실에 찾아갔는데, 선생님께서 나의 수준에 맞게 너무 이론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쉬운 코드와 주법부터 알려주셔서 재미를 붙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점점 어려운 곡들을 배워가며 한계에 부딪히게 됐고, 코드와 코드 사이를 연결하는 속도가 느림에도 각 코드를 너무 빨리 쳐버려 곡이 뚝뚝 끊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코드 연결이 느린 만큼 스트로크도 천천히 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에 오히려 느리게 치는 게 어렵다는 다소 시건방진(?) 말씀을 드리니 느리게 치는 것이 안되는데 빠르게 칠 땐 잘 되는 느낌을 받는 것은 박자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뭉뚱그려 치기 때문에 일어나는 증상이라고 했다.


빠르게 치는 것은 결과이지 과정이 아니므로, 코드 하나하나를 정확히 짚고 다소 느리더라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을 연습한 뒤 속도를 점차 높여가 나중에는 원곡과 같은 속도로 치는 일련의 과정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노력과 재능에 대한 이야기를 덧 붙여주셨다. 자신도 재능이 있는 편은 아닌데, 학교를 다닐 때 절대음감을 갖고 있어 곡을 듣기만 해도 똑같이 카피하거나 모든 악기를 조금만 연습해도 능숙하게 다루는 재능 있는 친구들이 부럽고 열등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조금만 익혀도 금방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습득하기 때문에 반복 연습에 지루함을 느껴 연습을 성실히 하지 않는 경우가 꽤 많다고 한다(물론 재능과 노력을 모두 겸비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 어쩔 수 없이 반복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기본기를 습득하기 힘들고, 기존의 것들을 반복하고 개선함으로써 자신만의 개성을 만들지 못해 결국 기존 곡들을 잘 재현해내는 데 그치고 자신만의 음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해주셨다.


이는 비단 음악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재능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무엇인가 반복하고 노력하는 것이 싫어 일부러 기대 수준을 낮추어 목표한 바를 성취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여태까지 딱히 큰 실패를 경험한 적이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만큼의 엄청난 성과를 얻은 적도 없는 것이다.


이러한 '턱걸이 인생'은 나름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결국에는 무언가 성취해냈을 때 실상은 알맹이가 없이 피상적인 사람이 되어버릴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수능을 보거나 대학원에 입학하고, 임상심리 전문가 수련 과정에 들어갈 때 좀 더 노력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이전의 글에서 반복과 노력의 차이(https://brunch.co.kr/@vimva12/136)에 대해서 언급했는데, 결국 끊임없이 개선을 고민하고 재도전함으로써 내가 원하는 위치에 도달할 수 있다. 고통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진리를 다시 되새기며, 한량처럼 낭비해오던 나의 썩어가는 시간들을 그러모아 나의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일상에 몰두하고 전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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