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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빈 Sep 30. 2023

재즈하고 있나요? - 재즈의 계절을 읽고

재즈에 대한 첫 기억은 중학교 때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라는 작품에 나온 재즈 음악 몇 곡의 이름이다. 어떤 뮤지션의 무슨 음악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린 마음에 담배, 위스키, 재즈의 조합이 사뭇 멋있어 보였던 것 같다. 


이후에 딱히 재즈를 찾아 듣지는 않았지만, 하루키의 작품을 즐겨 읽다보니 자연스레 몇 명의 아티스트들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고, 일을 할 때나 책 읽을 때 때때로 빌 에반스나 챗 베이커의 플레이리스트를 틀어 놓았던 기억이 난다.


그저 고급스러운 취향이라고만 생각했던 재즈에 대한 관점이 바뀌게 된 계기는 영화 <소울>을 본 것이다. 소울에서 22는 지구에 내려와 잠시 조 가드너의 몸을 체험한다. 처음으로 느끼는 피자의 맛과 냄새, 지하철 길거리 아티스트가 연주하는 음악, 지하철 환기구에 누워 느끼는 피부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 하늘에서 떨어지는 단풍 나무의 씨앗. 


갓난아이처럼 오감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걷는 것 마저도 신기하게 느끼며 자신은 지금 "재즈를 하고 있다(jazzing)"고 말하는 22를 보며, 나는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되돌아보게 되었고, 이후로 재즈는 나에게 있어 자유로움, 삶에 대한 유연한 태도를 의미했다.


그 이후에도 간간히 재즈를 듣고 재즈바에 가보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특별히 좋아하는 아티스트나 음악은 없다. 이 책을 읽고 여러 재즈와 관련된 이야기를 접하며 예전보다는 조금은 재즈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안다기 보다는 느낄 준비가 된 것 같다. 


저자가 인용한 니나 시몬의 말처럼, "재즈는 단지 음악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자 존재하는 방식이자 사고방식"이니까! 조금이라도 더 재즈를 느껴보기 위해 설거지를 하기 전 쳇 베이커의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본다. 무엇이 어떤 곡인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기분 탓인지 전과는 조금 다르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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