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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sb Jul 19. 2023

파미르 고원의 선한 사람들

  나는 지금 파미르 고원에 와 있다. 전혀 생각하지도 계획하지도 않은 곳, 깊은 협곡한가운데 세찬 물줄기가 쏟아지는 곳에 있게 될 줄은 전혀 알지 못했던 일이다.


  타지키스탄, 이곳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곳이지만 유럽 자전거 여행자들, 오토바이 여행자들에게 인기 지역이다. 파미르 고원에 걸친 이곳은 과거 실크로드의 요충지로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만큼 파미르는 산맥이라기 보단 협곡에 가깝다. 아시아권인 우리나라에선 이곳이 실크로드라고 통하지만, 유럽인들에겐 마르코폴로 루트로 통하는 듯 하다.


  문득 나에게는 대승불교를 무럭무럭 키워낸 이 지역이 너무도 궁금해졌다. 과거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대승불교가 세상을 바꿨다 할 말만큼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나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으로 선하게 살아야 한다는 사상이 오래전부터 자리잡은 곳이고, 국가종교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물론 여기 사람들은 정말 선하다.


  운 좋게도 나는 파미르 가정의 결혼식 잔치에 초대받았다.


  "우린 이스마일리즘이에요. 탈레반같은 그런 이슬람과는 달라요."


  이곳은 강 하나를 두고 아프가니스탄 국경을 접하고 있다. 이스마일리즘이란 쉽게 말해 예전의 조로아스터와 대승불교의 색채가 더 강한 이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투쟁에 앞서 선하게 사는 것을 중시하고, 극단적인 신념을 추구하기 보단 중도(현실과 조화)을 유지하는걸 말하는 것이다. 우리에겐 시아파 이슬람이라고 알려져있지만 그들은 스스로 이스마일리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엄격한 남녀유별을 강조하는 순니파 이슬람과는 다르게 역시나 이들은 남녀 구별이 별로 없는 듯 하다. 여자들은 머리에 히잡을 두르는 것이 자유이고, 남녀 역할 구별도 엄격하지 않는 듯 하다. 결혼식 피로연 잔치는 남녀노소가 어울리며 흥겹게 춤을 춘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낮선 남녀가 스타벅스에서 이야기했다고 경찰에 잡혀갔다는 기사를 떠올리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불교의 가르침이 그러하듯, 이름이 중요하진 않은 것 같다. 이스마일리즘이든 이슬람이든 그런거 구별하는게 의미가 있나? 이 지역 사람들은 과거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 가르침대로 선하게 사는걸 실천하고 있고, 불교의 가르침대로 너무 극단적인 이념을 외치기 보단 현실과 조화롭게 살고있고, 이슬람이 가르친대로 사회 규율을 만들어 살고있다.


  덧붙이자면, 이스마일리즘이란 아브라함의 아들 이스마엘의 후손을 가리키는 것이다. 아브라함의 장자인 이스마엘이 아닌, 그의 동생 이삭이 장자 계승을 하게 된다. 이삭의 후손들이 유대인이고 이스마엘이 아랍인들이다. 이렇게 성경에는 쌍동이의 비유, 혹은 형대신 아우가 선택받는 내용이 자주 나온다. 이런 내용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보통 이런 비유는 우주의 진화의 원리를 보여주고 있다. 1번이 먼저 시작을 했지만 그것을 완성하는 것은 2번이고, 겉보기에는 2번이 이긴 것 같지만, 넓은 관점에선 1번과 2번이 모두 평등해 진다는 것을 공통으로 말하고 있다. 그리고 1번과 2번의 역할은 서로 바뀌는 속성을 말한다. 동양의 음양사상, 성리학의 이기론, 두 마리의 뱀이 등장하는 신화 등등이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검색을 해보면 어려운 용어로 말하고 있지만, 몇 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이게 전부다.


  음양사상의 원리로 보자면 남녀평등을 지향한다. 그렇다면 대체 여성성을 차별하는건 어디서 온건지? 역사를 보게되면 그것은 바빌론시대부터 시작되었다. 전쟁으로 나라를 확장해가던 시기, 남성중심으로 기울어지게 되면서  그런 부조화가 발생했음을 알게된다.


  "7000달라에요. 결혼식 준비부터 웨딩식, 피로연 음식준비 등등 전부 7000달라 썼어요..."

 

  이 곳 사람들의 평균월급이 300달라 이하인걸 알면 7000달라라는게 얼마나 큰 돈인지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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