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떤 사유로 이렇게 되었을까? 에 대한 고찰
근 몇 달부터 최근까지 내가 느낀 감정들에 대해 끄적여 보려고 한다.
(스포. 뒤로 갈수록 더 은밀해진다)
산책하다가 울었다. 까미는 그것도 모르고 신났다.
나도 완벽한 주인이 아닌지라 내가 힘들거나 마음적으로 고통받을 때, 혹은 너무 재미있는 사건이 생길 때는 까미 돌봄을 살짝 가족에게 넘기곤 했다. 그것이 한편으로는 매일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마음 중 하나였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다시금 마음을 다 잡고 까미와의 시간을 값지게 보내자라는 마음으로 최근에는 주말 아침마다 까미와 산책을 나선다. 산책 위치는 주로 가까운 행궁동이다. 행궁동은 늘 교통체증과, 즐비한 사람들로 인해 동네이지만 주말 낮에는 결코 돌아다니기 싫은 동네가 되어버렸다.
근데 아침에 오게 되면 신기한 마음이 든다. 바글바글해서 웨이팅을 해서도 들어가기 힘들었던 가게들이 비워져 있고, 도로에 사람 구경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요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문 닫힌 내 단골 가게들을 보는 마음도 신기하고, 까미와 그곳을 돌아다니며 바람도 느끼고 정처 없이 걷다 보면 아무 걱정이 사라지곤 한다.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커피 한 잔을 꼭 사서 집에 들어가는데, 까미가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나를 빤히 쳐다봐준다. 꼭 그 눈빛이 "언니 오늘도 즐거웠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 눈빛을 보려고 산책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산책 초반에는 까미도 정신없이 노느라 산책량이 충족되지 않으면 계속해서 흥분 상태를 유지해서 나에게 집중하지 않는데, 딱- 좋게 체력 소모가 되었고, 그 산책이 만족스러웠다면 하는 행동이 꼭 나를 빤히 바라봐 주는 것이다.
근데 오늘은 어쩐지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눈물이 났다. 이렇게 까미와 함께하는 일상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늘 염두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오늘은 그 마음이 유독 크게 다가왔다. 주변에서도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곁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더 내 마음이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무쪼록 반려동물을 키울 예정인 분들은, 꼭 많은 생각을 해보시기 바란다. 10-15년의 인생 사이클 안에서 우리는 정말 많은 사건 사고 예상치 못한 일들을 마주하고 해결하며 살기 때문에, 짧은 시간이 아니다. 나 혼자서는 절대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다. 내가 아프거나, 내가 인생을 살면서 큰 슬럼프를 겪게 되거나 이별을 한다거나 긴 시간 집을 비워야 할 때에도 모든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가족들이 그 인생의 사이클을 나눠 가져 좀 더 힘을 내며 온갖 노력으로 반려동물의 생을 책임져야 한다. 이 부분을 잘 알아줬으면 좋겠다.
내가 가장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을 가져본 시간
초등학생 저학년 때였나. 그때부터 가수 god의 열렬한 팬이었다. 모든 앨범을 다 구매하고, 수업시간에 교과서를 보지 않고 가사집을 외울 정도로 너무너무 좋아했다. 근데 생각해 보면 그 시절엔 안 좋아하는 게 좀 더 특이한 상황이었다. 반 친구들, 친척들 모두 다 좋아했었다. 신화 팬들도 많았다. 그 후 많은 시간이 흘렀다가 최근 들어 오빠들의 소식을 많이 듣게 되어 기쁜 와중 콘서트 소식이 들려왔다. 어렵게 어렵게 친구 윤하가 표를 구하는데 힘을 써주었고, 아무런 고민 없이 예매를 해두곤 그 시간을 기다리며 소녀처럼 설레어했던 내 모습이 참 귀여웠다. 그리고 당일이 되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오빠들이 나오기만 기다렸는데, 정말 어릴 적 그토록 보고 싶었던 오빠들이 내 눈앞에 있었다. 순간 전율이 퍼졌다. 오빠들 때문이 아니라 그 시절의 내가 떠올라서 더 감정이 격해졌겠지만 정말 너무 신기하고, 어린 나와 조우하며 가장 순수했던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리고 한 가지 신기했던 마음이 있었는데, 왜 콘서트라는 것이 이렇게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걸까? 에 대한 고민을 했었다. 그 결과 내가 좋아하는 대상을 얘도 좋아하고, 쟤도 좋아하고 같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모여 응원을 하게 되니까 더 좋아하는 동기간의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았다. 내가 매력이라고 느끼는 대상의 존재를 다른 사람도 동일하게 느끼고 함께 그 시간 안에서 마음껏 좋아할 수 있다라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았다. 콘서트 내내 정말 행복했고, 즐거웠다. 내 어린 추억도 생각나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정말 꼭 다시 가고 싶다.
(내가 인스타에 오빠들 콘서트표 구해서 데려가는 사람이랑 사귀고 싶다고 했더니 한 분이 욕을 하셨다. 사람 마음을 가지고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면서, 정말 구해서 데려가면 사귈거냐고.. 팬인데 이렇게 말을 하면 안 된다고..... 네... 죄송합니다. 혼이 나버렸지만, 근데 어쩌면 진짜 사실이고 바람인지도? 호감을 가지고 있는 대상이 그렇게 한다면 그걸 거절할 사람이 어딨어............)
잘못된 음식은 없다! 난 잘못하지 않았다!!!!!!
운동과 식단을 정말 열심히 하면서 살던 내가, 어느 기점으로 근 일 년 반 정도 늘어지게 지낸 것 같다. 금기시하던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고 집착적으로 하던 운동을 내려놓고 기회가 되면 하고 매일 아침 체중계에 올라서는 일도 하지 않고 즐거운 일에만 집중했었다.
당시 살을 필수적으로 빼야 하는 이유도, 일도 없었다. 그리고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도 없었고, 꼭 클린 한 음식만 섭취해야 할 의무도 나에겐 없었다.
물론 나도 클린식단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관리를 해야 하는 체형인 것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관리하는 삶을 사랑하고, 운동이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와 기쁨 그리고 실제 운동 수행 능력도 좋은 편이라 이 좋은 점들을 쉬지 않고 꾸준하게 해내는 일이 나에게도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번 그러한 집착을 내려두고, 내가 집중해야 하는 것들을 분산시켜 다르게 지내다 보니 알게 되었다. 세상에서 무조건 나쁜 음식, 나쁜 습관은 없는 것이다. 그것이 과잉되었을 때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 대창과 같은 칼로리 높은 음식들을 한번 먹는다고 인생에서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닐뿐더러 그것이 과잉의 문제지 원초적인 그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열변을 토하는 이유는. 이전에 잠시 잠깐 운동을 배우면서 알게 된 분이 계신데, 그분이 항상 내가 어떠한 음식을 먹으면 그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부정을 하였고, 운동을 하지 않은 날들은 중범죄를 저지를 사람처럼 여겼고, 또 살이 좀 이전보다 쪘다고 인생의 엄청난 문제를 만난 것처럼 거듭... 또 거듭, 부정적인 이야기들만 늘어놓았다. 사소한 나의 노력인 밥을 먹고 혈당을 최대한 느리게 오르게 하려고 하는 식후 계단 오르기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또한 "애초에 이상한 음식을 먹지 말 것"이라는 말을 하여 기운을 쫙 빠지게 하는 분이었다.
그동안 운동을 소홀히 하긴 했지만, 나는 그 시간에 커리어 업을 하며 일하는 것에 열중했고, 정말 나는 일을 하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긴 했지만 그렇게 투자한 시간으로 인해 정말 많이 성장했고 배웠다고 자부한다. 운동이 물론 내 삶의 업과 직결이 된다면 무조건 적으로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는 것이 맞겠지만, 나의 업은 그분과 같이 동일한 운동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 주면 좋겠다.
나는 하루종일 머리를 쓰는 일을 한다. 이 일은 출근과 퇴근이 정해져 있지 않다. 내일까지 완성해야 하는 일이라면, 혹 기획 단계라면 퇴근 후 샤워를 할 때에도 아침에 출근길에서 노래를 들으면서도 계속해서 두뇌 쓰는 일과 멀어질 수가 없다. 정말 머리를 깊게 잘 써보면 안다. 얼마나 심신이 쇠약해지고 에너지가 빠지는지. 나는 잠시 내 몸을 돌보지 못하였지만, 그 시간에 한층 더 업무적 레벨업이 쌓인 전문인이 되었다. 그도 그의 직업의 전문인, 나도 나의 일에 전문인. 운동도, 식단도, 일도 모든 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결론. 세상에 나쁜 음식은 없다. 과잉되게 먹고 지속해서 먹는 것이 나쁜 습관이 될 수 있는 것이지.
레드핏 휘트니스를 다니며 느끼는 것들
최근 내가 다니고 있는 헬스장이다. 회사를 이제 집과 가깝게 옮기면서 시간적, 체력적 여유를 확보할 테니 이제부터 운동을 다시 열심히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헬스장을 고르던 중, 우연하게 레드핏을 알게 되었고, 좋은 기회로 그렇게 운동을 다니게 되었다.
퇴근하고, 외주 작업도 한참 하면서 사실 시간을 내는 것이 어려웠다. 새벽시간밖에 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새벽에 갈 수 있는 헬스장은 아닌지라 자주 못 갔었지만 갈 때마다 늘 헬스장 운영 측면에서 다방면으로 감탄을 할 때가 많았다.
나는 늘 브랜딩, 브랜드에디터, 브랜딩마케터, 콘텐츠 등의 직업으로 일을 해오던 사람인지라 모든 사업체가 어떻게 브랜딩을 하고, 어떻게 마케팅을 하면서 고객과 회사의 접점을 자연스럽게 이어오면서 매력을 어필하는지 한눈에 잘 파악이 되는 사람이다. "아 여긴 이런 식으로 하네?", "아 여긴 이렇게 척을 하네?", "아 이런 전략을 쓰는구나"라는 식의 나름의 파악을 늘 하곤 하는데, 레드핏은 생각, 상상 이상으로 정말 선하고 단단한 휘트니스장을 운영하는 것 같아서 나도 더 응원을 하게 되었다.
나는 새로운 헬스장에 가면 설레인다. 새로운 기구도 볼 수 있고, 조명과 기구 배치, 바닥 등 여러 가지 요소로 운동을 하면서 정말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에 늘 나에게 처음 가는 헬스장은 설렘 그 자체인데. 그래서 정말 전국의 다양한 헬스장을 많이 봐왔었다.
레드핏은 일단 동탄과, 선유도에 위치하고 있는데 나는 동탄점으로 다니고 있다. 사람인지라 헬스장을 처음 딱 방문하면 직원들의 분위기를 안 볼 수가 없다. 헬스장의 직원분들이 정말 회원에게 진심으로 대하고 있는건지, 건성으로 대하는건지 모든 회원들을 사실 단번에 느껴질 텐데 나는 헬스장에 처음 가서 어설프게 성의 없는 말투와 태도로 대하는 직원들을 보면 아예 인사조차 하지 않아 주었으면...! 했던 적도 많이 있었다. 레드핏은 트레이너분이며, 인포에 계시는 직원이며 모두 밝게 진정성 있게 맞이해 주셔서 일단 밝은 기운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요즘 헬스장도 무한경쟁이다 보니 sns, 기타 소셜에서도 엄청난 정보들을 많이 쏟고 있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구색만 갖추는 곳들도 많이 보았는데, 레드핏은 정말 회원들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전달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점들이 많이 보였다. 실제 나 또한 레드핏 헬스장에 기구들이 무엇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서 많이 참고해서 운동 루틴을 짜곤 하는데, 어지간한 기구 사용법과 헬스장 설명이 정말 충분하게 잘 되어 있어서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 그리고 이 헬스장은 끊임이 없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쉬지 않고 회원들을 위한 편의에 고민해 주는 모습들을 조금만 가까이에서 보면 정말 잘 보일 수밖에 없는 조직이었다.
그래. 이런 것이 브랜딩이지! 근데 역시나 이것저것 기법과 기술보다는 정말 진심, 진정성의 접근이어야 이 모든 것들도 받는 사람들이 진짜 찐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레드핏휘트니스에 다니면서 느꼈다.
나도 앞으로 계속해서 나의 일을 하면서 브랜딩에, 꼭 진정성에 기반된 열정을 꾸준히 지니며 살아야지!
모든 경험에 대한 정점을 찍은 듯한 완벽한 느낌
나는 경험주의자다. 이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하지 않고 해보지 않고 후회하는 것은 내 인생과 맞지 않다. 일단 호기심이 정말 너~~~~~~~~~~~~~어어엉어어어어무 많고, 후회라는 감정을 그 수많은 감정 중 가장 두려워하기 때문에 나는 해볼 기회가 있다면, 흥미가 조금이라도 생겼다면 주저하지 않고 일단 고! 하는 성향이다.
그래서 그 일단 고!의 뒷수습 또한 나의 몫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고, 그 모든 뒷감당을 할 준비도, 자세도, 태도도, 힘도 갖추고 있다. 좀 더 어릴 때에는 뒷수습에 많이 데었다. (많이 따가웠음...) 일단 고!에서 따라오는 뒷감당이 정말이지 나를 힘들게 할 때가 많았는데, 그래도 꽤 30년이 넘도록 살아왔다고 나를 잘 알게 되어 뒷감당쯤이야 조금 힘들어도 잘 해내는 어른이 되었다.
외주 같은 경우에도, 사실상 내 일상에 엄청난 무리가 될 수 있을 테고 또 새롭게 일을 들어와서 배워야 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맞물려서 이것을 내가 할 수 있을까? 책임을 진다고 했으면 어떻게 해서든 져야 하는데 그 막중한 책임감들이 나를 많이 힘들게 했지만 나는 놀랍게도 역시나 잘 해냈다. 내가 그것을 두려워서 주저하고 거절했었더라면 난 이만한 성장을 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만남에 있어서도 그렇다. 상대방의 좋은 점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 하나에 기대감을 걸어보는 사람이 나다. 세상을 살면서 그 사람의 그 좋은 점 딱 하나가 내 평생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겪어보기 힘든 점일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살면서 언제 또 그 좋은 점 하나를 느껴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나는 주저하지 않고 만남에 열려있다.
늘 경험주의자는 후폭풍이 심하고, 감당해야 하는 뒷수습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 또한 즐겨야 하며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지 않았다면 인생에서 그 경험은 평생 없는 것이고, 나는 모르는 감정보다는 후회를 하더라도 다소 힘들고 아프더라도 기꺼이 그 감정 하나를 얻고 가는 것이 나은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직업 특성상, 정말 많은 감정을 느끼고 알아야 그것들을 나의 재산처럼 꺼내어 표현하며 살아가야 하는 생을 살고 있기 때문에 재산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평온하게 살 거란 기대감을 이제는 내려놓았다. 거의 현자 같기도 한데, 모든 것들에 대한 정점을 찍은 듯한 요즘이다. (그래서 고민 상담 콘텐츠도 곧 시작할 예정!>_<!)
내가 좀 더 많이 겪어보고, 체험해 보고, 힘들어보고, 즐거워해보고 다양하게 느낀 감정들을 많은 분들에게 소개해주고 더 나아가 고민에 조그마한 힘을 보태줄 수 있다면 너무나 보람이 될 것 같다.
헤어진 것들에 대해 많은 생각이 스쳤던 날
얼마 전 따뜻한 물에 들어가 반신욕을 할 때에도, 추운 날 오랜만에 챠미와 함께 한강을 갔을 때에도 지난 헤어진 모든 것들이 생각났다.
헤어지는 것을 비교적 잘(?)하는 편에 속하는 나는, 주변에서 볼 때 냉정하다는 시선을 많이 주곤 하는데 그도 그렇지만은 않다. 그만한 가치가 있고 나에게 진심을 보여주는 대상이라면 나 또한 최선을 다한다. 상대방이 그만한 진심과 노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나 또한 딱 그 정도 선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을 하는데, 나는 그것을 오래 유지하는 힘은 없다. 애정이 나름 넘치는 사람인지라 그것을 애써 중간정도의 애정만 표출해야 한다면 그래서 그 내 마음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 더 이상 그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헤어짐에 있어서 나는 늘 이처럼 냉정하지만 나에게 진심을 다해주었던 사람들에게는 나도 이별이 쉽지 않았다. 정말 많은 고민과 생각과 경우의 수를 계산해 보고, 스스로와 깊은 대화를 통해 결정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내가 후회를 할까? 에 대한 일말의 작은 퍼센트의 확률이 있다면 나는 다시 생각해 보는 편이라서 내가 헤어짐을 표했을 때는 내 인생에 있어 그 관계에 대한 후회는 결코 없을 것이란 의미로 예고하기도 한다. 그래서 단호한 내 모습에 오랜 기간 만나온 사람들이 많이 당황스러워하곤 한다.
그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제 헤어지지 않는 인연으로만 나의 삶의 관계를 채우고 싶다. 헤어지는 것은 내가 나름 꽤 잘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소중한 인연을 만나 오래도록 헤어짐 없이 아껴주고 아낌 받고 생을 살고 싶다. (라고 요즘 들어 많이 생각..)
최근에 이걸 여기에서 이렇게 말을 해도 될까 싶지만, 중학교 1학년때부터 너무 긴 시간 동안 함께 지내오던 친구와 헤어지게 되었다. 그 친구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 눈빛만 봐도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현재의 기분 변화가 어떠한지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정말 가깝고 깊은 사이었다. 나의 유년기를 함께 한 사람을 잃는다는 것이 약간 비통한 마음이 컸다. 아쉬웠다. 서로에 성장을 가장 가까이 서봤고, 무한한 성장을 함께하며 질풍노도를 겪으면서 큰 버팀목이 되던 사이었는데 우린 왜 그렇게 되었을까.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친구 관계에서 그렇게 헤어짐을 고하게 될 줄 몰랐었다. 친구 사이가 무슨 연인 관계도 아니고 헤어지고 말고 가 어딨 나. 그냥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거지라고 생각을 나도 해왔었다. 그렇지만 이 친구와는 자연스럽게 멀어진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정말 불가능했었다. 그래서 딱 헤어짐으로 관계를 정리하지 않으면 우리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친구가 늘 가족처럼 곁에 있었던 친구라 평생 헤어질 거란 생각을 정말 하지 못했었다. 가끔 너무 섭섭하게 할 때에도 나는 당연히 이 친구 편에 섰다. 욕 한번 시원하게 하고, 두 어번 흘겨보며 이야기를 하면 우리는 다 되었었다. 어릴 적 치고받고 치열하게 싸우며 성장한 그 짬바로 지금껏 그렇게 지냈었는데,
딱 그날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모든 사항에 대한 답이 내려졌다. 그동안 참아오고, 생각해 오던 것들이 단번에 정리가 되었다.
함께한 아름다운 과거가 있더라도, 현재에는 나에게 큰 힘이 되지 않는다. 이것이 분명해지면서 그렇게 헤어짐을 고하게 되었다. 한없이 의미 없이 길기만 한 우리가 앞으로라고 과연 달라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 수도 없이 반복되었던 고민 끝의 결론이 더 이상 현재에 그리고 나에게 아무런 힘이 되지도, 기쁨이 되지도 않는다라는 것이었다.
후회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강을 걷던 그날 문득 슬픈 마음도 들었다. 추후에 있을 그 친구의 경조사도, 친구의 슬픈 일에도, 그리고 정말 정말 나중엔 누군가의 부고에도 우리는 함께하지 못할 테니 그 점이 가장 아쉬울 것 같았다. 아무튼 아무쪼록 나는 그 친구가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친구가 누구보다도 가장 깊게 느낄 테지만 내가 정말 정말 아끼고 그 친구를 좋아했었다. 이 글을 볼리 만무하지만 너무 미안해 말고 너의 일상 잘 지키며 살았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