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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봄 Jan 01. 2023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끝인 줄 알았지

명문대와 대기업을 다니다 돌연 술집 차린다고 뛰쳐나온 여자 사람 이야기

결국 나는 전공을 살려 취업을 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굴지의 대기업에 말이다. 그간의 고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비록 학창 시절 방황을 참 많이 했지만 결국은 좋은 결실을 맺는구나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축하해 주었다. 특히 우리 부모님이 정말 좋아하셨다. 그때의 기분은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차고 행복했다. 그러나 이 행복도 오래가진 못했다.


입사 3개월 만에 ‘아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데자뷔인가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20살 대학교 입학했을 때 느낀 감정 그대로였다. 그러나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내가 얼마나 간절히 원하던 회사였는데 또 이런다고? 1년은 열심히 잘해보자고 다시금 마음을 잡았다. 그리고 정확히 1년 뒤 퇴사하겠다고 회사에 통보했다. 이유는 이 일이 나랑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당시 사수가 이 좋은 회사를 어렵게 들어왔는데 바로 퇴사하는 것은 너무 아까우니 부서이동을 해서 다른 직무를 해보고 그때도 아니다 싶으면 나가라고 제안해 주셨다. 그렇게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2년 차에 새로운 팀으로 이동을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으로 당돌한 신입사원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나의 고향인 경북 구미에 있는 지사로 내려가서 3년간 근무를 이어갔다.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수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말고 좀 더 빨리 퇴사를 했다면 지금 내 삶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지 궁금함은 있다.

당시 내가 퇴사를 선택하지 못한 이유는 27살에 퇴사하고 대학원을 간다는 것이 너무 늦은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엇이든 시작하기 참 좋은 나인데 말이다.


그리고 대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꽉 쥐고 놓기 싫었다. 정말이지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에만 들어가면 모든 근심 걱정이 다 사라지고 꽃 길만 걸을 줄 알았다.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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