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6년 차에 미생을 겪다.
명문대와 대기업을 다니다 돌연 술집 차린다고 뛰쳐나온 여자 사람 이야기
2년 뒤 그토록 원했던 교육팀으로 발령받게 되었다.
처음엔 그저 신났다.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교육팀에서 근무라니. 여기까지 오느라 그간 고생 많았다며 잘 버텨줘서 고맙다고 스스로를 칭찬했다. 그런데 여기서는 또 다른 난관이 있었다. 나에게 최악의 회사 생활을 뽑으라고 한다면 바로 이때를 선택할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 한 상황이다. 그토록 원했던 업무를 했는데 최악의 순간이라니.
나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사람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없었다. 회사 생활 빌런, 최악의 상사, 직장 동료 이야기를 들으면서 ‘와 나는 진짜 복 받았구나’ 생각할 정도로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이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을까? 직장생활 6년 차 때 처음으로 상사 스트레스, 동료 스트레스를 받아본 것이다. 드라마 ‘미생’에서 나올 법한 일들을 내가 6년 차 때 경험한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낯섦과 사람 사이의 갈등까지 더해지다 보니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없는 범위까지 스트레스를 받았던 모양이다.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심하게 오면서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2년 만에 스스로 교육팀을 떠나버렸다. 다니던 대학원도 논문만 남긴 체 휴학해 버렸다. 그리고 회사도 휴직하였다. 모든 상황에서 도망쳐버렸다.
분명 사람이 좋아서 교육 업무를 하고 싶었고, 긴 시간을 돌고 돌아 원하는 부서로 왔는데 결국은 사람 때문에 버티지 못하고 도망쳤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나약한 사람이었나 자책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내 탓 같았고 내가 한 모든 선택이 원망스러웠다. 6년을 내가 하고 싶었던 일 하나만 생각하며 열심히 회사 생활을 버텨왔는데 지난 2년 만에 모든 게 무너져 버렸다. 복직한 후에도 발버둥도 뭣도 치지 않았고 그렇게 8개월을 방황했다.
돌이켜보면 항상 비슷한 고난은 있었다. 그때마다 이번만 잘 넘기면 앞으로 뭐든 다 잘 하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 당시 내가 공포에 맞선 행동은 회피였다. 회피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는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도 좋다는 주의다. 정신 건강에 유익하다. 꾸역꾸역 버티기만 하다 간 멘탈 나가다 못해 삭는다. 나가면 돌아올 여지가 있지만 삭으면 답도 없다. 버려야 된다. 다만 나는 폭삭 삭기 전 단계에 도망쳤기 때문에 멘탈 회복이 매우 더디었을 뿐이다.
길이라고 믿었던 방향의 배신 앞에서 어쩌면 내가 깨달아야 했던 것은 그 방향으로의 무능함이 아니었을까? 내가 딛는 걸음, 내가 가는 곳이 모두 길이라며 스스로를 격려하면서도 내심 어느 순간에는 조금 더 편한 길이 나타나길 바랐다. ‘그렇게 되길, 그것만은 아니길, 이번에는 다르길, 이 또한 길이길.’ 얼마나 많은 길을 기대했던가. 앞으로의 이 길 위에서는 또 무엇을 만나게 될지, 이 길이 어디로 닿을지는 모른다. 그래서 여전히 두렵고 공포스럽다. 다만 성실하게 오늘을 걷고 이 걸음으로 내일을 또 이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