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그 이름만으로 설레는 곳. 첫 번째 공원 이야기. Part 4
워싱턴 스퀘어 공원은 5th Ave와 west 6st이 만나는 곳에 있다. 뉴욕대학교(NYU) 근처의 공원인데, 처음 이 공원에 갔던 날은 추운 1월 초였고, 하필 비도 추적추적 내린 날이어서 워싱턴 스퀘어 공원만이 가진 매력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여기서 청설모.. 구경 아닌 구경을 엄청 했었는데, 다람쥐와는 다른 스케일을 자랑하는 몸집의 청설모들이 득실득실 가득해서 으아악! 소리를 지르며 빠르게 잔디밭 사이를 지나갔던 기억만 강렬했다.
다만, 좋아하는 영화 ‘어거스트 러시’와 ‘나는 전설이다'에 나온 장소여서 꼭 가고 싶었던 곳인데, 하필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기대했던 만큼) 아쉬움이 컸다. 그러다 8개월이 지난 2015년 가을에 인턴생활을 하러 다시 뉴욕을 가보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생각한 모습의 공원을 볼 수 있었다. 정말 9월, 10월 초가 공원을 다니기에 너무 좋았다. 파란 하늘과 여유로운 사람들의 모습.
공원 벤치나 분수대 주변에 앉아서 쭉 둘러보니, 근처의 뉴욕대 학생들이 나와서 간단히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기도 하고, 관광객들이 여기저기 앉아 쉬고 있었다. 공원에 가는 도중에 뉴욕대 건물 옆을 지나면서, 점심 먹으러 나온 뉴욕대 학생들과 잠시나마 같이 걷는 느낌도 좋았다. 여기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사실 대학에서 법을 공부하고, 또 사법시험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유학을 갔을 것 같아서, 여행 중에 대학교들을 구경하고 있다 보면 마음 한구석 아쉬움이 몰려오곤 한다. 나도 이런 곳에서 공부할 기회가 아직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이렇게 여행을 다니다 보면 행복감, 만족감이 크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동안 못했던 일, 하고 싶었던 일도 많이 생각이 난다. 후회나 미련 없이 살고 싶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공원은 꽤 넓은 데다, 탁 트인 전경이 기분을 좋게 한다. 맨해튼은 고층빌딩으로 가득하지만 이렇게 공원에서는 나름 탁 트인 풍경을 볼 수 있는 부분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동그랗게 커다란 분수대와 보통 개선문이라고 부르는 워싱턴 스퀘어 아치(Washington Square Arch)는 파란 하늘과 어우러질 때 가장 멋지다. 다른 사람들을 보니, 분수대에 들어가서 놀 수 있지만 그렇게 해본 적은 없다. 아쉽게도!
근처에 스텀 타운 커피(Stumptown Coffee)가 있으니 커피 한잔을 사서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면 그 자체만으로 행복했다. 워낙 빈티지샵을 좋아해서 여기 공원 근처를 걷다가 우연히 작은 빈티지샵을 발견해서 들어간 본 적도 있는데 너무 별로여서 추천은 생략.
인턴생활을 할 때 가장 오래 뉴욕에 머물렀지만, 오히려 평일에 공원에 갈 시간은 전혀 없었다. 매일 열리는 UN회의에 참석해야 했으니까. 주말에도 토요일과 일요일 중 하루는 남은 일을 하고, 나머지 하루만 놀 수 있던 날이 대부분이었다. 체력이 엄청나게 좋은 편은 또 아니어서 밤을 새워서 일하고 놀러 나가는 시도는 감히 하지 못했고, 그래서 뉴욕에 대한 미련 아닌 미련으로 계속 뉴욕을 찾게 되었던 것 같다.
2016년도에는 추석 연휴에 휴가를 내서, 혼자 뉴욕에서 2일 정도를 보내고 그 이후 일정은 아빠, 동생과 함께 했었는데, 하필 워싱턴 스퀘어 파크와 NYU를 갔던 날이 아빠와 동생이 정말 크게 싸운 날이었다. 여행을 가족과 하는 건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는 걸 다시금 깨달은 날.
그날 난 따로 J.Bird와의 저녁 약속이 있어서 가족들과는 오후 늦은 일정부터 따로 다녔는데, 나와 헤어진 후 한 시간쯤 지나서 동생과 아빠는 크게 싸운 뒤 각자 다니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빠가 혼자서 한참 미드타운 쪽을 구경하다가 숙소로 돌아가려고 걷던 와중에, 바로 옆 Ave에서 폭탄이 터졌다고 한다.
기억으로는.. 밥솥 폭탄이었나. 작은 폭탄이었는데, 어쨌든 아빠는 혼비백산이 되었고 최대한 폭발 소리에서 먼 곳으로 피하셨다고 한다. 마치 영화같이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 도로 때문에 차가 막혀 한참을 걸어 지하철을 타고, 숙소까지 30분이면 될 것을 2시간인가 걸려서 도착한 이야기. 밤에 숙소에서 아빠한테 그 이야기를 듣고는, 뭔가 사실 같지 않아 웃음이 나면서도 무사히 아무 일 없었음에 감사했다.
역시 뉴욕은 다이내믹하다.
2015년도 가을에도 뉴욕이 한창 테러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을 때라, (특히 UN본부에 대한 위협도 있어서)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매우 무서웠는데. 위험한 일이야 세계 어디에 있어도 일어날 수 있으니까. 하는 마음으로 다녔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