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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 Mar 29. 2019

뉴욕의 보물 Sample Sale!!

뉴욕. 그 이름만으로 설레는 곳. 세 번째 쇼핑 이야기. Part 1.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는 여러 바자회나 플리 마켓의 형식의 행사에서 샘플세일을 하는 경우는 꽤 보게 되지만, 뉴욕에서 하는 파격적인 샘플 세일은 도통 찾아볼 수가 없다. 물론 샘플 세일 자체가 흔하지 않기도 하다. 쇼핑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개탄스러운 일이다. 유통구조의 차이이려나. 문화의 차이이려나. 이유는 모르겠지만. 패션계에 있는 분들은 알겠지?


블랙 프라이데이 같은 거대한 규모의 할인행사를 하는 나라인 만큼, 뉴욕에서 체험한 샘플세일은... 역시 파. 격. 적. 샘플세일을 체험하게 된 계기 역시 MJ언니의 인도하심이었는데, 언니는 나에게 많은 뉴욕 생활의 팁을 알려주었지만 당시 가장 활용을 잘했던 부분이 아마 쇼핑팁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MJ언니가 뉴욕 여행책을 쓰고 있다는 소식은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식이었다.


샘플세일은 브랜드마다 연중 스케줄이 다양하게 잡히지만, 가장 많은 샘플세일이 열리는 때는 9월 말에서 11월 사이 같다. 12월 초부터는 크리스마스와 연말 세일이 있지만, 그때보다 더 알뜰하고 만족스럽게 샘플세일을 다닐 수 있는 때는 바로 가을이다.


특히 2015년 가을에는 몇 달간 뉴욕에서 지내다 보니 프랑스 브랜드인 산드로나 쟈딕 앤 볼테르 , 정장이나 니트가 예쁜 띠어리의 샘플 세일부터 구찌, 아르마니, 몽블랑, 끌로에 같은 명품 브랜드, 딥디크 같은 향수 브랜드의 세일까지 다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매일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일을 하느라 놓친 세일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꼭 어떤 물건을 사서 재미있었다기보다는, 그런 행사를 체험하고 쇼핑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 자체가 참 즐거웠다.


이런 식으로 샘플세일 소식을 알 수 있었다.

다행히 인턴생활 이후에도 2년에 걸쳐 추석 연휴에 휴가를 끌어 모아서 뉴욕에 갔고, 뉴욕에 갈 때마다 마침 한 두 가지 샘플 세일이 꼭 열려서 운 좋게 득템을 해왔다. 최대한 휴가를 앞뒤로 붙여서 휴가일을 늘려야 함은 물론, 운이 좋아야 한다. 이런 샘플 세일 일정이 몇 달 전에 미리 나오는 것도 아니고, 직장인들 입장에서는 추석이나 설 명절 아니면 이직을 앞두고 있는 시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휴가를 잡을 때 샘플 세일 일정까지 고려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니까 말이다.


샘플세일 오픈 시간 즈음이나 퇴근시간에 가면 긴 줄 서기는 필수였다. 특히 인기 있는 브랜드의 경우는 더욱.


어디나 득템의 길은 쉽지 않은 것. 샘플 세일이 열리면 보통 오픈 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줄이 길게 생긴다.


운 좋게 몇 년 동안 가을마다 갈 수 있었던 샘플세일은 프랑스 브랜드 산드로의 샘플세일이었는데, 거의 항상 키 큰 유럽 여자애들과 중국 여자애들이 50퍼센트 이상이었다. 나머지는 뉴요커들과 약간의 한국인들. 브랜드의 인기를 실감할 만큼 항상 사람들이 많았다.


산드로 세일만 해도 오전 10시부터 하면 1시간 전에 가서 줄을 서야 빨리 입장을 할 수 있었다. 예쁜 아이템들은 빨리 없어지기 때문에 오픈 첫날 일찍 가는 것은 쇼핑인의 당연한 자세.


이렇게 줄을 서 있다 보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왜 서있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세일이라고 알려주면 관심 있는 사람들은 뒤로 가서 줄을 서기도 하곤 했다. 이런 부분도 재밌었다. 그들에겐 우연한 득템의 기회가 되는 짜릿한 순간이다.


줄 서기가 끝나고 순서가 되어 입장을 하면, 일단 두터운 외투나 큰 가방을 맡기는 것이 먼저다. 그러면 번호표를 주는데, 쇼핑하는 동안 잘 보관한 후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서 다시 외투와 가방을 찾는 방식이다.


계산은 카드만 되는 경우가 있고, 현금과 카드 다 되는 경우 등 다양하다. 대부분 카드 결제가 가능했다. 뉴욕에서 개당 약 100불이 넘는 옷에는 택스가 약 8~9% 사이로 붙는다. 보통 3~4일간 세일을 하는데, 2일 차가 넘어가면 계속 더 할인을 한다. 파이널 데이엔 폭탄세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러 샘플 세일을 가보면서 자연스럽게 문화의 차이도 느끼고, 재미난 일들도 생겼다.


우선 샘플 세일을 경험하면서 재미있었던 부분이 "탈의실"이다. 아무래도 탈의실을 여러 개 만들어 놓기 번거롭기도 할 것이고, 탈의실에서 옷 갈아입는 시간을 15분인가 정도로 정해놓고 컨트롤하려면 탈의실을 하나로 하는 것이 편리했을 것이다. 주최 측 입장에서는.


그래서 처음엔 약 6-7평 되는 정도 크기의 탈의실에서 8명 정도가 함께 거울을 보며 옷을 갈아입는 광경을 보고 쭈뼛거리며 옷을 입어보곤 했다. 하지만 시간제한이 있으니 마냥 천천히 몸을 가리며 입어볼 수 없기도 했고, 나중엔 적응이 되어 옆이나 뒤의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옷 갈아입는데 열중하게 되었다.


이렇게 여러 명이 함께 옷을 입어보다 보니 서로의 옷이 어떤지 평가해주는 사람들도 만났다. 그 원피스 예뻐! 이런 멘트를 서로 날려주고. 사이즈가 커 보이니, 작아 보이니 하며 대화도 나누는 모습. 생소하지만 이 또한 뉴욕이기에 가능한 것 같았다. 뉴요커들이 마냥 시크하고 불친절하다고 들은 적이 있었는데 내가 경험한 뉴욕은 적어도 그렇지는 않다. 대부분은. 물론 어디나 매너 없고 불친절한 사람은 있으니까.


패션에 관심 많은 뉴요커들인 만큼 예쁘고 독특한 옷이나 가방, 슈즈를 보면 멋지다. 예쁘다 하며 말을 건넨다. 보통 지하철에 앉아있을 때나 쇼핑할 때 특히 많이 경험했는데, 이거 한국꺼야 이러면서 내심 뿌듯해하기도 했다.


어차피 명품백은 뉴욕에도 흔하기 때문에 오히려 많이 알려진 디자인의 명품보다는 유니크하고 뉴욕에서 보기 어려운 아이템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하곤 한다. 오히려 꼭 유명 브랜드가 아니어도 독특하고 예쁜 스니커즈를 보거나, 징이 제법 박힌 페이크 레더 재킷을 칭찬하는 경우가 있었다.


가장 재밌었고 기억나는 샘플세일은 아마 처음 갔던 폴 스미스. 남자 옷의 비중이 높다 보니 남자들이 가장 많은 샘플세일이었다. 폴 스미스의 셔츠나 재킷을 좋아하는데, 열심히 보다 보니 주변의 거의 70%가 남자.. 그런데 다들 패션센스가 심상치 않았다. 파스텔 톤의 셔츠를 입은 그들은 옷을 고르며 친구들끼리 이건 소매가 어때, 이건 컬러가 예쁘다, 이런 이야기들을 했더랬다. 물론 1500불짜리 실크 재킷을 단돈 200불에 살 수 있어 기분 좋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첫 샘플세일이라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다음으로 기억이 나는 세일이 백발의 할머니가 줄을 섰던 아르마니 샘플세일이다. 아르마니 세일은 펜 스테이션 근처였나, 위치가 소호 쪽은 아니었고 평소의 동선상 잘 가지 않는 곳이었는데 역시 줄이 길었다.


유난히 백발의 멋진 할머니가 눈에 띄었다. 블랙 슬랙스에 아이보리 터틀넥 니트를 입고 오신 할머니는 그 자체로 멋진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백발이 어쩜 저렇게 우아하게 어울릴까. 더 나이가 들어 할머니가 된다면 롤모델로 삼고 싶은 모습.


일반적으로 샘플 세일에 가면 20~30대가 많은 편인데, 아르마니의 경우는 오히려 30~40대 이상이 많았다. 브랜드의 주 타깃 연령층이 좀 더 높기도 하겠지만, 가격도 그 이유였던 것 같다. 그래도 역시 파격적인 샘플 세일에 걸맞게 2000불짜리 정장 재킷이 500불 정도에 나와 있었다. 인턴 시절인 데다 이미 띠어리의 정장을 구입해 놓은 이후라 눈물을 머금고 구경만 하다가 나왔는데, 아직도 제일 후회되는 순간이다.


산드로 원피스가 100불이 되지 않고, 코트도 200불이면 구입이 가능한 마법 같은 일이 여기에 다 있다. 쟈딕의 캐시미어 니트도 국내가 50만원을 상회하지만 여기서는 200불을 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옷들이 얼마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과하게 트렁크 하나 더 사서 옷을 가득 채워서 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가격. 정작 프랑스 브랜드들의 정기세일 시즌에 직구를 하는 것보다도 더 저렴하다. 물론 아주 인기 아이템은 없을 수 있지만.


인스타그램의 스토리에 올라온 세일 소식
레베카 밍코프의 세일 현장과 사랑하는 쟈딕의 세일 현장!

그럼 세일 정보는 어디 볼까. 예전에는 웹사이트로 봤었는데, 인스타그램에 계정이 있어 요즘 보기가 더 편하다. 약 한 달 후의 일정까지 나오기도 하는데 매우 다양한 정보가 가득하다. 2018년 여름에는 만수르 가브리엘 세일이 80% 가까이해서 뉴요커 사이에서도 난리였다고 들었는데, 마침 휴가 가기 직전에 끝난 것이어서 매우 아쉬웠다.


아래 계정 둘 다 샘플 세일 등 세일 정보를 알려주는데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곳은 260 samplesale.


인스타그램 계정: @260samplesale

홈페이지 주소는  

www.260samplesale.com

장소는 보통 260 5th Ave이다. 장소 및 시간은 각 세일 정보와 함께 공지된다. 여행 일정을 잡을 때 참고해보면 일석이조!


인스타그램 계정: @chicminyc

홈페이지 주소는 https://www.chicmi.com/new-york


진정 샘플 세일은 뉴욕을 사랑할 수 밖에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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